'지옥' 연상호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다 [인터뷰]
2021. 11.29(월) 10:30
지옥 연상호 감독
지옥 연상호 감독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모든 것은 이미 계획돼 있었다. 좀비 떼가 출현한 서울역부터 지옥의 사자들이 지옥행을 시연하는 대한민국까지, 연상호 감독의 치밀한 설계를 자양분 삼아 잉태된 곳이었다.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는 하루아침에 허투루 만들어진 세계가 아니었다. 연상호 감독은 다 계획이 있었다.

19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극본 최규석·연출 연상호)은 예고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지옥'은 연상호 감독이 웹툰 '송곳'의 작가 최규석 작가와 함께 네이버웹툰에 연재했던 동명의 원작 웹툰을 영상화한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사이비' '서울역'과 '부산행' '반도' 등 혼란과 질서가 무너진 세계관에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려왔던 연상호 감독의 염세적인 세계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연상호 감독은 최규석 작가와 '고지'와 '시연'이라는 상황을 가지고 이야기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 상황 속에 놓인 인물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거기에서 이야기를 찾으려고 했다고.

그렇다면 연상호 감독은 왜 시연과 고지라는 키워드를 선택했을까. 연상호 감독은 "죽음이라는 종착지가 분명하게 정해져 있는 것이 인간이란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 종착지에서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번 작품 같은 경우는 예상치 못하게 지옥행이 고지가 됐을 때 인간이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상상에서 구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연상호 감독은 "어떻게 보면 비슷하지만 미묘한 설정 차이만으로 평범한 삶과 극적인 삶이라고 하는 큰 차이가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아주 미묘하지만 독특한 설정이 다른 이야기를 만드는데 중요한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했다.

연상호 감독은 '지옥'을 코즈믹 호러(전우주적 공포) 장르로 명확히 규정해 놓고 작품을 만들어갔다. 코즈믹 호러는 실체를 알 수 없는 공포와 그것을 맞닥뜨린 인간의 모습을 다룬 장르로, 고지와 시연이라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작동되는 연상호 감독의 세계관을 표현하는데 제격인 무대였다.

또한 '지옥'이라는 제목도 좋은 모티브가 됐다. 연상호 감독은 "처음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단순하게 제목을 정했던 것 같다. 제목을 짓고 나서 오히려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과연 지옥이라는 단어가 어떻게 생겨났을까 의문을 가졌다. 그런 상상들이 이번 작품을 할 때 큰 모티브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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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만큼이나 작품을 만드는 연상호 감독의 계획 치밀했다. 공개 이후 초반 느린 전개에 대한 호불호도 연상호 감독이 이미 예상했던 일이었다. 새롭게 만든 세계관에 시청자가 이입하게 만들려면 설득을 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타깃 층도 넓지 않았다. 코즈믹 호러 장르를 깊게 이해하며 보는 사람들을 타깃으로 삼았다고 했다.

또한 미스터리한 현상 자체가 아닌 그것과 마주한 인간 군상에 초점이 맞춰진 것도 시청자들에게는 큰 진입장벽이었다. 시각적인 재미 보다 메시지 전달에 더 큰 비중을 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 또한 연상호 감독의 계획이었다. 연상호 감독은 "미스터리한 현상을 설명하기보다는 그것을 맞닥뜨린 사람의 모습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에 더 중점을 뒀다"라고 말했다.

왈가왈부가 많았던 CG도 마찬가지였다.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지옥의 사자를 구현한 CG에 대해 시청자들의 아쉬운 반응이 잇따랐는데, 이는 연상호 감독이 원하던 비주얼 그대로였다. 연상호 감독은 "초자연적인 존재들이 현실 세계와 이질적이었면서도 영상으로 구현됐을 때 실제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상충되는 지점을 어떻게 연결할지 고민했다"라고 했다. 이에 연상호 감독은 자신이 영향을 받은 서브컬처의 표현 방식을 선택했다. 연상호 감독은 "제가 좋아했던 서브컬처들의 형태가 시각적으로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저 자체가 메이저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제가 좋아했던 서브컬처의 룩들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람들의 모습이 X-RAY로 들여다보는 것 같은 기괴한 오프닝에도 연상호 감독의 의도가 들어 있었다.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비전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신이 존재한다면 인간이 어떻게 보일까 생각했다. 모든 것이 투시하듯 보일 것 같았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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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결말은 원작을 작업할 때부터 구상해뒀던 부분이다. 단지 원작에 넣지 않았을 뿐이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시리즈의 결말 같은 경우는 웹툰 작업 때부터 이야기적으로는 존재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제작이 결정된 건 웹툰 연재가 종료되기 정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에 대해서 시리즈 제작진과 의논을 미리 했다"라고 말했다.

치밀하게 세운 계획에서 단 하나 그의 예상대로 되지 않은 부분이 있다.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넷플릭스 전 세계 시청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오징어 게임'의 바통을 이어받아 K-콘텐츠의 위상을 이어나가게 된 것이다. 연상호 감독은 "약간 어리둥절한 상태"라고 믿기지 않는 듯하면서도 "주변에서 잘 봤다고 연락이 많이 왔다.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지옥'이라는 무대에서 신나게 놀았던 연상호 감독의 다음 놀이터는 넷플릭스 영화 '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정이'에 대해 "이전 헤 했던 작업과는 결이 다르다"면서 "'지옥'이 치밀하게 쓰인 서사라고 한다면, '정이'는 느낌들로 그려진 시나 단편소설을 쓴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라고 귀띔했다. 독창적인 자신만의 세계관으로 '연니버스'의 시대를 연 연상호 감독이 또 어떤 세계로 우리를 초대할지 기대되는 이유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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