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설강화', 의문만 커진 첫 방송 [첫방기획]
2021. 12.19(일) 10:20
JTBC 설강화
JTBC 설강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보고 판단해 달라"던 말이 무색했다. 베일을 벗은 '설강화'에는 JTBC의 구구절절한 해명과는 달리 많은 이들의 우려가 고스란히 담겼고, 논란을 야기했던 시놉시스를 따라간 전개가 펼쳐졌다.

18일 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 snowdrop'(이하 '설강화')가 첫 방송됐다. '설강화'는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어느 날 갑자기 여자대학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임수호(정해인)와 서슬 퍼런 감시와 위기 속에서도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시대를 거스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호수여대 영문과 1학년인 은영로는 룸메이트 고혜령(정신혜) 여정민(김미수) 윤설희(최희진)과 함께 평범한 대학생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근로장학생으로 일하며 전화교환원 계분옥, 시설 관리인 김만동(김종수) 등 학교 직원들과도 친분을 쌓는 등 활발한 여대생의 모습이 순차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던 중 오광태(허남준)의 제의로 여대생 기숙사와 남학생 하숙생들의 4대 4 미팅이 이뤄졌다. 오광태는 인원수를 채우기 위해 임수호를 끌고 나왔고, 은영로는 성냥탑을 쌓고 있던 임수호와 손을 맞잡게 되며 첫눈에 반했다. 이후 은영로의 도움으로 대학생인 척 미팅에 참여하게 된 계분옥은 임수호와 짝을 짓기 위해 은영로를 밀어내고 파트너가 됐지만, 임수호는 은영로와 다시 레코드 가게에서 만나며 인연을 이어갔다.

임수호는 돈을 가지고 오지 않은 은영로에게 테이프를 대신 사 건넸다. 은영로는 이를 돌려주기 위해 임수호를 뒤쫓아오다가 경찰과 맞닥뜨렸고, 경찰을 피해 숨으려는 임수호를 도와 연인인 척 연기해 위기를 모면했다. 은영로는 임수호를 운동권 학생으로 생각하고 "우리 오빠도 학생 운동하다가 잡혔다"라고 말했다. 은영로는 다음 날 임수호와 만날 약속을 했지만, 그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6개월이 흐르고, 안기부 팀장 이강무(장승조)는 간첩 대동강 1호를 추적하던 중 임수호를 용의 선상에 올렸다. 장한나(정유진)는 그가 베를린 대학에 다닌 적이 없음을 알아냈고, 이들은 임수호를 쫓았다. 임수호는 그간 대학생 신분으로 포섭해 오던 한이섭 교수를 차에 태워 떠나던 도중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강무 장한나는 차에서 탈출해 달아나는 임수호를 쫓았다. 임수호는 총상을 입은 채 호수여대 기숙사로 뛰어들었고, 은영로는 자신의 방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임수호를 발견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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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많았던 역사 왜곡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우선 드라마적 완성도만 놓고 봐도 할 말이 많은 작품이었다. 이야기는 크게 세 가지 갈래로 나뉘어 은영로와 호수여대 기숙사의 일상, 은창수(허준호) 남태일(박성웅)의 정치 이야기, 이강무 장한나가 이끌어 가는 안기부를 배경으로 하는데, 장면마다 톤 앤 매너가 달라 서로 다른 작품을 짜 맞춘 느낌까지 줬다. 또한 90분이라는 긴 러닝타임 동안 많은 인물 소개와 평면적인 전개를 펼쳐나가기 급급해 흥미를 몰입도를 떨어뜨렸다.

궁금증을 자아냈던 블랙핑크 지수의 첫 연기 도전은 실망스러웠다. 기숙사 생활에서 보여준 일상 연기는 안정적이었으나 임수호와의 첫 만남 이후 로맨스 연기가 시작되자 마자 모든 장면에서 놀란 듯한 비슷한 표정 연기를 펼쳤다. 특히 경찰들을 피해 임수호에게 소리치며 연기하는 장면에서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대사 전달을 방해했고, 기숙사에서 쓰러진 임수호를 발견하는 장면에서도 일관되게 어색한 표정 연기가 몰입을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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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망스러운 극의 완성도도 문제지만, 역사 왜곡 논란에도 다시 불이 붙었다. '설강화'는 방영 전 사전 제작 단계에서 운동권 학생인 줄 알았던 주인공 임수호가 남파 간첩이라는 설정, '대쪽 같은' 인물인 안기부 팀장과 열혈 수사관 안기부 직원 등이 알려지며 대중의 질타를 받았다. 이에 JTBC 측은 많은 부분이 억측과 오해라며 "미방영 드라마에 대한 허위사실을 기정사실인 양 포장해 여론을 호도하는 행위를 자제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라고 해명했지만, 실제 방송에도 시청자들이 우려했던 요소들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여기에 논란에 기름을 붓는 듯한 연출까지 등장했다. 극 말미, 안기부를 피해 도망치는 임수호의 뒤로 민주화 운동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 중인 학생들의 모습이 배경으로 깔렸고, 실제로 1987년 민주 항쟁을 대표하는 민중가요인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가 임수호가 달려가는 장면과 맞물려 재생된 것. 이미 인물 소개 페이지 상 직업이 '남파공작원'으로 적혀있는 남자 주인공이 항쟁을 벌이는 학생들 사이로 숨어들고, 그를 뒤쫓는 안기부의 모습을 영상화한 것만으로도 제작 의도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1987년 군부정권이라는 설정 외에는 가상을 배경으로 한다"던 제작진의 주장도 거짓말이 됐다.

또한 안기부 미화에 대한 우려도 현실이 됐다. 임수호를 쫓아 들어왔다가 여대 기숙사를 조사하기 위해 들어왔다가 사감 피승희(윤세아)와 대립하는 안기부 팀장 이강무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냈다. "영장이 없어서" "금남의 구역"이라는 이유로 기숙사 사감에게 밀려나는 '악명 높은' 안기부 팀장의 모습 자체가 역사 왜곡이라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도대체 지난 수개월 간의 논란 속에서 제작진이 억울해할 만한 부분이 어디에 있었던 걸까. 첫 방송을 보고 나니 오히려 의문이 더욱 커졌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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