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흙수저 아이돌’로 시작해 ‘21세기 비틀즈’로 불리더니 이제는 ‘슈퍼스타’이자 ‘K팝의 대명사’가 됐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이야기다.

지난 2013년 6월 13일 데뷔한 방탄소년단(RM 슈가 진 제이홉 지민 정국 뷔)은 10년을 꼬박 채워 활동하며 K팝 시장의 많은 것들을 바꿔놨다.

세대로 나눈다면 그저 3세대 아이돌 중 하나지만, 일부에서는 한국 대중음악의 역사를 방탄소년단의 활동 전과 후로 나눠 구분할 정도다. 이들은 전에 없던 기록들을 쓰며 K팝 역사상 빼고 논할 수 없는 영향을 미쳤고, 이는 아직 진행 중이다.

◆ 빌보드를 ‘안방 차트’ 만든 방탄소년단

방탄소년단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히는 것은 K팝의 세계화다. 선배 아이돌들 역시 아시아나 북미,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방탄소년단은 이 시장의 문을 열고 안방까지 차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해외 팬들이 방탄소년단에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5년 낸 ‘화양연화’ 시리즈부터다. ‘쩔어’ 뮤직비디오의 리액션 영상을 팬들이 직접 만들어 퍼트렸고,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이듬해부터는 빌보드 차트를 점령했다. 정규 2집 ‘윙스’로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에 첫 진입하더니 이후 내는 앨범마다 이 차트를 거쳤다.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총 18번 1위에 올랐고, ‘빌보드 200’에서는 6번 정상을 찍었다.

지난 2012년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핫 100’에서 7주 연속 2위에 오른 이후 잠잠했던 북미 시장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는데, 이는 후배 가수들의 활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핫 100’ 1위를 도화선으로 이들은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히는 ‘빌보드 뮤직 어워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 등에서 수상했다. ‘그래미 어워드’에 K팝 가수 최초로 노미네이트됐고, 단독 무대를 꾸미는 등 말 그대로 ‘슈퍼스타’가 됐다.

글로벌 프랜차이즈 회사들이 잇따라 방탄소년단을 얼굴로 내세웠고, 자연스레 K팝 전체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K팝 시장서 활동하는 동료들의 길을 열어줬는데, 그룹 블랙핑크, 스트레이키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피프티 피프티 등이 최근 빌보드 차트 등에서 방탄소년단의 뒤를 이어 선전 중이다.



◆ 방탄소년단, K팝 세계관 시대를 열다

방탄소년단이 주류 팝 시장에 진입하며 K팝의 위상과 이미지가 확실히 달라졌다. 선정적인 느낌을 줬던 기존의 팝과는 달리, ‘스스로를 사랑하라’는 건전한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의 음악은 신선한 반향을 일으켰다. 과거 방탄소년단의 뉴욕 콘서트에서 만난 한 해외 팬은 “방탄소년단의 음악을 통해 우울증을 극복했다”라며 이들의 음악을 치켜세웠다.

방탄소년단은 이러한 메시지를 세계관으로 풀어 자신들의 음악에 녹여내 왔다. ‘학교 3부작’ ‘청춘 2부작’ ‘러브 유어셀프’ ‘맵 오브 더 솔’ 시리즈 등 스토리텔링을 통해 연작 형태의 앨범을 만들었고, 그 안에 담은 메시지들로 크고 작은 울림을 줬다. 팬들이 세계관 속에 숨은 장치들을 추리하는 재미는 덤이었다.

이는 소위 말하는 ‘방탄 키즈’들의 음악 색깔에도 영향을 미쳤다. 저마다 광활한 ‘세계관’을 담은 음악을 내세우기 시작했다. 자극적 소재보다는 착한 메시지를 담기 시작했고, 일부는 단순 정서적 메시지를 넘어 환경 오염이나 생태 파괴 등을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다.



◆ ‘아미’와 함께 만든 선한 영향력

방탄소년단은 팬덤의 역할을 바꾸는 데에도 일조했다. 단순이 가수의 음악적 재능을 즐기는 것을 넘어 함께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는, 선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은 팬덤 아미(Army)와 함께 보여줬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함께 한 글로벌 캠페인 ‘러브 마이셀프’ 캠페인들 통해 아미들을 움직인 방탄소년단은 지금 외교관을 뛰어넘는 글로벌한 영향력을 행사하하고 있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한 사람의 삶을 바꿔 놓을 정도다.

시작은 지난 2018년 9월이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 신탁통치이사회 회의장에서 개최된 73차 유엔 총회 ‘제너레이션 언리미티드’에 글로벌 청년 대표이자 특별 연설자 자격으로 참석해 스스로를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민간 외교활동을 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일 2020년 9월에는 제75차 유엔 총회 유엔 보건안보우호국 그룹 고위급 회의에 특별연사로 나서 “삶은 계속될 것(Life Goes On)”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전 세계 미래 세대에게 절망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을 당부했다.

2021년 9월 열린 제76차 유엔총회에는 ‘미래세대와 문화를 위한 대통령 특별사절’ 자격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모멘트’ 개회 세션에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미래세대에 대해 “코로나로 인한 ‘로스트 제너레이션’이 아니라 ‘웰컴 제너레이션’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린다”며 긍정에 주목하길 강조했다.



UN총회 연설 등으로 세계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 것을 넘어, 최근 방탄소년단은 글로벌 이슈로 떠오른 ‘다양성’에 주목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5월 31일(현지시간) ‘아시아계 미국인·하와이 원주민·태평양 도서 주민(AANHPI) 유산의 달’을 맞아 백악관을 방문해 바이든 대통령 환담을 나누고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와 포용 등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전했다.

묵직한 메시지 외에도 이들은 콘서트에 수어 통역사를 배치하거나,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한국의 문화유적지로 선정해 소개하는 등의 행동으로 주목받았다.



◆ 방탄소년단은 SNS를 타고

선배 K팝 아이돌들이 대면 소통이나 폐쇄형 커뮤니티를 통한 소통에 집중할 때, 방탄소년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공개적 소통으로 팬들에 다가가며 새 트렌드를 만들었다. 트위터 등을 통해 팬들과 친밀감을 형성했고, 이는 오늘의 방탄소년단을 만든 밑거름이 됐다.

데뷔 6개월여 전인 지난 2012년 12월 트위트 계정을 개설한 이들은 데뷔 전부터 SNS를 통해 글로벌 팬들과 소통하며, 서서히 아미의 수를 늘려갔다. SNS용 콘텐츠를 공들여 제작해 수시로 업로드하는 등 팬들에게 소위 말하는 ‘떡밥’을 잘 던졌다.



SNS는 이들이 음악에 담은 세계관과 메시지를 설명하는데도 용이했다. RM은 지난 2018년 주경기장 공연 직전 열린 간담회에서 “음악의 진심을 전할 때, 이를 똑똑하게 전하는 게 어렵다”며 “SNS를 활용해서 팬들에게 전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방탄소년단을 기점으로 트위터 등 SNS는 K팝 팬덤의 놀이터이자 K팝 가수들의 전략 기지가 됐다. 후배 아이돌들 역시 이를 벤치마킹해 활용 중인데, 데뷔 전부터 다양한 콘텐츠를 올려가며 자신을 알리고 팬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 빅히트 뮤직에서 하이브로

방탄소년단이 바꾼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함께한 회사의 성장이다. 중소 기획사였던 빅히트 뮤직에서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이자 K팝 시장을 이끄는 하이브로 발돋음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전 세계 팝계 거물로 통하는 인사가 됐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데뷔할 때까지만 해도 하이브(당시 빅히트)는 2AM 이창민, 혼성그룹 에이트 등이 소속돼 있는 작은 회사였다. 방탄소년단 데뷔 전인 2012년 론칭한 걸그룹 글램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며, 그저 그런 기획사 중 하나로 분류됐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한때 ‘흙수저 아이돌’로 불렸다. 멤버 슈가는 2015년 ‘화양연화 파트.2’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수식어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는 정말 0에서부터 시작했다”라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하이브는 미국 주류 음악시장 속으로 뛰어들어 이들을 움직이고 있다. 엔터를 넘어 IT 플랫폼으로서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국내외 굵직한 기획사들을 인수해 지금은 방탄소년단 외에도 다양한 K팝 가수들이 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빅히트뮤직의 후배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비롯해 플레디스의 세븐틴과 프로미스나인, 쏘스뮤직의 르세라핌, 어도어의 뉴진스, 빌리프랩의 엔하이픈, 케이오지의 지코와 보이넥스트도어 등 현 시점 K팝 시장을 이끄는 대표 아이돌들이 이 회사 소속이다.

지난 2021년 미국의 종합 미디어 기업 이타카 홀딩스를 인수하며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블랙 아이드 피스 등과도 연을 맺게 됐다. 최근에는 미국내 또 다른 인수 작업을 위해 자금 조달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져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 ‘K팝의 대명사’ 방탄소년단은 ing

무엇보다 기념할만한 내용은 10주년을 맞은 방탄소년단의 행보가 진행형이라는 점이다. ‘군백기’(군 복무로 인한 공백기)가 무색하게 따로 또 같이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는 중이다.

멤버들은 지난해 6월 자신들의 활동 챕터 1를 정리하는 앤솔러지 음반 ‘프루프’를 발매한 뒤 사실상 ‘군백기’에 돌입, 순차적으로 군 복무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솔로 앨범으로도 좋은 성적과 평가를 받으며 그룹 활동 공백을 채우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맞아 지난 9일 발표한 싱글 ‘테이크 투’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 곡은 발매 당일 전 세계 92개 국가/지역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정상을 휩쓸며 뜨거운 인기를 입증했고, 스포티파이 ‘데일리 톱 송 글로벌’ 1위, 오리콘 ‘데일리 디지털 싱글 랭킹’ 1위로 직행했다.



멤버들과 하이브는 오는 2025년 방탄소년단의 완전체 활동 재개를 희망하고 있다. 활동 목표는 ‘방탄노년단’에 이르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래미 어워드’ 수상이다. 3년 연속 노미네이트되기는 했지만 트로피를 들어 올리진 못했다.

멤버들도 “한국 사람으로서 우리의 음악이 어디까지 닿는지 궁금했다”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이 시상식에서의 수상 욕심을 드러냈다. 곧 완전체로 돌아올 방탄소년단이 또 어떤 성과로 K팝 시장에 이름을 새길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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