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넷플릭스가 부산국제영화제의 벽을 허물었다. OTT 플랫폼 작품 최초로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 란’이 베일을 벗었다.

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문화홀에서 진행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넷플릭스 영화 ‘전, 란’의 기자회견에서는 박도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과 김상만 감독을 비롯해 출연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전, 란’은 유년 시절부터 우정을 쌓은 양반가 외아들 종려(박정민)와 그의 몸종 천영(강동원)이 서로에게 칼끝을 겨누게 되는 내용의 사극 대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각본 및 제작에 참여한 작품으로 배우 강동원 박정민 차승원 김신록 진선규 정성일 등이 출연해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김상만 감독은 ‘전, 란’의 시작에 대해 “임진왜란이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출발했다. 선조 외에는 다 창조한 인물이다. 배경 정도만 실화라고 봐주시면 된다. 왕조실록에 있는 내용들을 많이 채록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상만 감독은 “계급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다. 시대에 따라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틀이 다 있을 거 같다. 각 캐릭터마다 그 틀을 다르게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박찬욱 감독이 집필한 시나리오에 대해 “시나리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각자 시대에 대한 관점이 다 달랐다. 그 부분에서 탁월하다고 느꼈다. 똑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해도 사람마다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지 않나. 그런 것들이 잘 표현돼 있어서 잘 담아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개인적으로 사극 연출을 생각 안 하고 있었는데 고증이 너무 많은 시적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임진왜란이라는 가장 큰 이벤트를 전쟁 7년을 빼고 앞뒤 상황을 묘사한 것이 참신하다고 생각해서 끌렸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하이라이트는 후반부 천영, 종려, 게이신(정성일)의 3인 검술 대결 신이다. 각자 다른 검술을 펼치는 3인의 대결이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에 대해 김상만 감독은 “엔딩에서 3인이 싸우는 신은 액션 짜는 게 힘들었다. 고민하다가 생각한 아이디어 중 하나가 안개 설정이었다. 어떤 순간에는 그 싸움에서 분리돼서 어디서 칼이 날아올지 모르는 고독감도 표현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 7년의 애증을 풀어내는 부분에서 안개가 걷히면 엔딩을 향해 달려 나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해무 액션을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강동원은 “자기가 상대했던 검술을 바로 흉내 낼 수 있는 천재인 인물이다. 제가 여러 인물들과 싸우는 장면이 많기 때문에 그때마다 상대방에 대한 분노, 수련할 때의 즐거움 등의 감정들을 무술팀과 잘 상의해서 액션에 담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박정민은 “천영과 헤어지기 전에는 비슷한 검술을 쓰다가, 7년 후 왕을 호위하는 동안 쌓은 노하우를 통해서 천영과 다른 검술을 구사하고 싶었다. 세로 형식의 검술을 가로로 가져가려고 고민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 란’은 부산국제영화제 최초로 OTT 플랫폼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돼 많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박도신 직무대행은 넷플릭스 작품에다가 청소년관람불가등급을 받은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대중에게 다가갈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청불이라서 저희도 도전이긴 하지만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또 넷플릭스 작품이든 아니든 영화제의 문은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도신 직무대행은 “이건 꼭 개막작으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단순히 OTT 작품인 걸 떠나서 작품을 봤을 때 꼭 하고 싶은 작품이 있다. OTT 작품이라서 크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희 영화제는 독립영화 중심이다”고 말했다. 여기에 “상업영화를 많이 봐왔지만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완성도가 높은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막작으로 선정했다”고 했다.

다만 OTT 플랫폼의 급격한 성장으로 영화의 위기가 더욱 심화된 가운데 넷플릭스 영화인 ‘전, 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도 잇따랐다. 이에 대해 김신록은 “저희 영화가 넷플릭스 영화로 공개가 되는데 전 세계 190개 국가에 오픈이 된다고 들었다. 여러 나라에서 저희 영화를 사랑해 주시면 스크린으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극장에 걸리는 영화에도 활력을 줄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정민은 “영화 현장에서 항상 스태프들과 배우들이 치열하게 영화를 만든다. 저희는 계속 그 노력을 해나갈 것 같다. 그 노력을 놓지 않는 한 좋은 영화제에 영화를 들고 오는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러면 한국 영화가 많은 분들께 사랑을 받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상만 감독은 “최근 영화계가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시대마다 그런 고비가 한 번씩 있었던 것 같다. 시대가 변하면서 겪는 통과의례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계속 생명력을 유지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올해 공식 초청작은 224편으로, 지난해 209편에 비해 8%가량 늘었다. 관객 중심의 문화 축제인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5편을 합하면 279편이다. 개막작은 ‘전, 란’이며 폐막작은 ‘영혼의 여행’이다.

[티브이데일리 최하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