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유진모 편집국장] 8월 첫째날 서울 올림픽공원내 체조경기장. 오후 5시 정확한 시각에 장내 조명이 들어오고 무대 한가운데 대형 스크린에 2PM 멤버들의 동영상이 그려졌다.


산소호흡기를 쓰고 누워있던 멤버들이 깊은 잠에서 깨어나자 객석에선 우레와 같은 환호성이 울려퍼졌다.


‘그동안 힘드셨죠? 저희도 힘들었지만 잘 이겨내고 이런 무대를 갖습니다’란 의미심장한 내용의 자막이 흘렀다. 재범 관련 메시지란 게 누가 봐도 확연했다.


메인무대 앞으로 ㅁ자로 돌출무대를 꾸몄고 돌출무대 한가운데는 스탠딩 객석으로 꾸며 열성팬들을 유치했다.


스크린에 분할화면으로 두명의 멤버가 모터사이클을 타는 장면이 나오면서 실제 돌출무대 앞쪽 양끝에서 멤버가 두명씩 차례로 모터사이클을 타고 메인무대로 이동, 퍼포먼스 그룹다운 강한 인상을 줬다.


약 10분의 동영상 메시지에 이어 5~6분의 시간으로 멤버들이 모두 무대위에 오르자 장내는 후끈 달아올랐다.


이어지는 그들의 히트곡 퍼레이드.


메인 스크린외에 양 옆으로 설치된 서브스크린 등 3개의 화면을 통해 보여진 2PM의 무대는 역동적이었고 에너지가 넘쳤다.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여자 댄서와의 다소 선정적인 무대 등 이들은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과 행동을 모두 쏟아붓는 듯 했다.


원조 짐승돌 2PM의 무대는 확실히 달랐다. 남자의 매력과 아이돌그룹의 무대는 이래야 한다는 듯 그들은 땀으로 무대를 적셨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체조경기장이란 공간의 특성상 섬세한 사운드는 없었고 리듬라인만 가슴을 쿵쾅쿵쾅 울릴 뿐 음들이 산산이 부서져 음악적 감동은 부족했다.


바리라이트 무빙라이트 핀스팟라이트 등의 화려함은 멤버들의 잘생긴 얼굴과 빈틈 없는 몸매를 부각시키는데는 성공했지만 의외로 화려함은 덜했다. 개스라이트 등 화려한 불꽃놀이 특수효과가 무색할 정도로 멤버들의 움직임이 활활 타올랐지만 아이돌그룹의 콘서트라는 한계는 역시 초반 40분의 감동으로 끝이었다.


공연은 닉쿤이 어쿠스틱 기타를 들고나오면서 확연하게 맥이 빠졌다. 그는 장난스럽게 ‘곰 세 마리’를 연주하며 부르다가 이내 진지하게 익스트림의 ‘More than words’를 자신의 기타연주에 맞춰 불렀다. 그러나 아이돌그룹의 한계를 확연하게 보여준, 안하느니만 못한 해프닝이었다.


그는 모자란 가창력을 여실히 드러냈으며 미완의 어설픈 기타연주력으로 ‘아니, 아이돌이 기타솔로를?’이란 기대감을 실망감으로 추락시켰다. 그의 아르페지오는 어색했고 그래서 이내 멈췄다.


콘서트는 곧 라이브다. 물론 영미의 수퍼밴드들도 상황에 따라 가끔 녹음된 세션 파트를 끼워넣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콘서트의 묘미는 모든 사운드를 현장에서 연주해낸다는데 매력이 있다. 그 연주 자체가 퍼포먼스이고 음악성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연주력이 없는 아이돌그룹의 콘서트는 한계에 부닥칠 수 밖에 없다. 즉 아무리 아이돌그룹이라 해도 콘서트라면 실력을 갖춘 세션밴드를 내세워 콜라보레이션하든가 최소한 한두곡 정도는 그들이 직접 연주해야한다는 것. 콘서트는 방송이 아니다.


2PM은 누가 뭐래도 정상급 아이돌그룹이다. 그들은 아이돌그룹으로서는 더 이상 오를 데가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아이돌그룹에 안주한다면 내려갈 일 밖에 없다.


모터사이클을 타고 등장해 터프한 남성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천사 날개를 등에 걸고 귀여운 춤을 추는 등 객석을 들끓게 한 퍼포먼스는 아이돌그룹이 가진 힘이자 약점인 양면성이다.


결론은 그들이 진정한 뮤지션으로 업그레이드됨으로써 긴 생명력을 보장받으려면 연주와 작곡이 해답이라는 것.


객석의 풍경은 아주 좋았다. 국내 팬들은 아버지와 엄마 손을 잡고 온 로틴부터 20대까지 비교적 스펙트럼이 다양했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권의 중년 팬까지 풍부했다. 이는 2PM이 아이돌그룹을 넘어서 ‘성인 그룹’으로 거듭날 가능성과 그에 대한 팬들의 기대치가 높단 증거.


잘생긴 외모와 군더더기 없는 근육질 몸매, 뛰어난 춤솜씨는 분명 그들만의 자랑거리고 경쟁력이다. 그러나 HOT나 젝스키스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이라도 음악성을 담금질해야 한다.


[티브이데일리 유진모 편집국장 desk@tv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