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하지원(33)은 장황한 말을 할 줄 모르는 배우다. 그녀는 말을 하는 대신 몸으로 모든 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이 노력은 결국 사람들을 설득시키며 그녀를 명실상부한 최고의 배우로 만들어줬다.


하지원은 끝없이 도전한다. 한국 땅에서 가장 강한 체력을 가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쉬지 않고 다작을 하는 배우이기도 하다. 게다가 액션연기는? 대체할 배우가 없을 정도다. 하지원은 몸으로 사는 배우다.


특히 하지원은 오는 8월 11일 개봉되는 3D 블록버스터 영화 '7광구'(감독 김지훈, 제작 JK필름)에서 그녀만이 보여줄 수 있는 연기에 정점을 찍었다. 홀로 괴물과 사투를 벌이는 장면에서는 실제로 심신이 지친 인간 하지원의 모습이 오롯이 드러난다.


"보이지 않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어요. 영화 '에일리언'의 괴생명체를 떠올리기도 했죠. 섬세한 심리 연기를 하는데 노력이 많이 필요하더라구요. 시선처리가 가장 어려웠어요. 괴물이 마치 관객에게 덤벼들 것만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극 중 하지원은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 있는 석유시추선 이클립스의 해저 장비를 관리하는 차해준 역을 맡았다. 해준은 시추선에서 만난 괴생명체와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이게 된다. 영화 말미에는 동료를 모두 죽인 괴물과 홀로 다툰다.


"해준이는 표정과 말투 그리고 헤어스타일과 옷까지 모든 것이 제 생각이 반영되어 만들어진 인물이에요. 그래서 애착이 커요. 마지막 장면에서는 정말 괴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동료들이 없어 혼자 촬영하니까 정말 괴물이 그들을 다 죽인 것만 같아서 악과 오기만 남았었죠"


때문일까. 하지원의 몸과 마음은 지칠대로 지쳤다. 엔딩을 촬영하며 실신해 휴식을 취하라고 권고까지 받았지만 기다리는 스태프들을 위해 쉴 수가 없었다. 모두 자신을 기다리는 것만 같아 도저히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투철한 프로의식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괴물을 물리치고 나오는 장면에서 정말 다리 힘이 다 풀리더라구요. 결국 저 혼자 살아남았다는 허무함에 너무도 견디기 힘들었어요. 제 몸에 해준이가 들어 온 느낌이 들었어요. 작품이 끝나고 나서도 해준이를 놓을 수가 없어더라구요"


하지원은 '7광구' 촬영을 마치고 드라마 '시크릿 가든'의 대본을 받았지만 감히 읽어 볼 엄두가 나질 않았다. 해준이에게 마음을 뺏겨 길라임에게 도저히 마음을 줄 수가 없었다. 그 정도로 하지원은 해준이라는 캐릭터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결국은 이대로 안되겠다 싶어서 심리치료사를 찾아갔어요. 정신과는 아니고 심리전문가요. 찾아갔는데 저 보고 눈을 감고 해준이를 생각해보라고 하더군요. 근데 막 눈물이 나는거에요. 해준이를 안고 쓰다듬어 줬어요. '잘했다'고 해준이를 타일러주니까 그때서야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더군요"


하지원은 해준이라는 캐릭터를 언급하며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아직도 캐릭터를 놓지 못한 모습이 눈에 보였다. 홀로 살아남은 해준이를 실존 인물처럼 안쓰러워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인간미가 느껴진다. 좋은 향기가 솔솔 풍겨왔다.


"근데 왜 저는 자꾸 액션만 하는 걸까요. 액션 배우가 되려는 생각은 없는데 여전사는 한국에서는 찾기 힘든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욕심이 나나봐요. 최근 촬영 중인 '코리아'도 몸을 쓰는게 많아서 온 몸에 몸살이 왔어요. 처음으로 엄마를 붙잡고 펑펑 울었어요"


하지만 하지원이 또 한번 몸을 아끼지 않고 새로운 역할에 도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 한국 여배우 중 하지원만큼 열정적이고 성실한 배우가 또 있을까. 도무지 떠오르지 않는다. 대체 불가능한 배우, 바로 하지원이다.


[티브이데일리=김지현 기자 news@tvdaily.co.kr/사진=허정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