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타임루프라는 소재와 10대 청소년의 성장기가 맞물린 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은 보편적인 감성을 자극하며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 내는 영리한 작품이다.

'7번째 내가 죽던 날'(감독 라이 루소 영)은 차 사고로 목숨을 잃은 샘(조이 도이치)이 사고가 난 당일을 반복해 겪는 타임루프물로, 주인공인 샘이 시간이 반복됨을 깨닫고 비극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과정을 그렸다. 작가 로렌 올리버가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죽음을 맞이하는 날, 샘은 평범한 하루를 보낸다. 친구의 사랑이 담긴 문자 메시지를 보며 잠에서 깨고, 가족들에게 평소처럼 퉁명스러운 아침 인사를 건네고 집을 나섰다. '큐피트의 날'을 맞아 남자친구 롭(키안 롤리)이 선물한 장미 한 송이에 세상을 다 얻은 듯 기분이 들뜬다.

하지만 해가 지자 분위기가 반전된다. 친한 친구들과 함께 참석한 파티에서는 왕따인 반 친구 줄리엣(엘레나 캠푸리스)과 싸움을 벌이고, 그 친구를 일방적으로 괴롭혔다는 이유로 롭과도 다투게 된다. 기분을 망친 네 친구는 서로를 위로하며 집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삶을 마감한다.

샘은 이 이상한 '마지막 하루' 속에 갇힌다. 그리고 매일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하며 오늘이 아닌 내일을 맞기 위해 노력한다. '퀸카'로 손꼽히며 친구들 사이에서 도도하게 굴던 모습 대신 왕따인 학급 친구들과 소통하며 한층 달라진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 그 과정에서 샘은 스스럼 없이 저질렀던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뉘우치는 과정을 거치고, 이를 반성하고 자신을 성찰한다.

영화는 타임루프 안에 갇힌 샘의 감정 변화를 세밀하게 묘사한다. 공포와 분노에 이어 자신의 삶을 성찰하는 과정에서 얻는 깨달음까지, 샘의 극한 감정 변화는 곧 그의 인격이 성장하는 과정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10대 청소년들의 세력 다툼, 왕따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온 점 또한 눈에 띈다. 타임루프 물에서 흔히 기대하는 SF 장르적인 재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대신 소중한 삶의 가치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샘이 변화하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는 수없이 같은 하루를 되풀이한다. 샘의 변화로 인해 일어나는 주위의 변화는 다양한 카메라 앵글, 달라지는 배경 음악 등과 함께 연출된다. 특히 미국의 틴에이저 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연출과 미장센, 배경음악이 이뤄낸 조화가 볼거리를 자아낸다.

다만, 제 아무리 상황을 변주해도 반복되는 하루가 갈수록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샘 일행이 죽음을 맞이한 과정에 얽힌 작은 반전이 극 후반부에 공개되기도 하지만, 이러한 단점을 지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럼에도 샘이 무한한 반복 끝에 도달한 결론은 관객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10대 사춘기 소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삶의 교훈이기에 강력한 힘을 지닌다. 31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7번째 내가 죽던 날'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