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예정된 과정이었는지 모른다. 화제작이 되었단 것은 백 명이면 백 개의, 천 명이면 천 개의, 그 이상의 여러 시선과 판단들이 향하고 있단 의미이니까, 그 여파가 좋기만 할 리 없다. 어쩌면 멈출 때가 찾아온 건지도 모르겠지만, 더 이어가려는 뚜렷한 의지가 있다면 이제부터 중요한 건 자신을 지탱해온 힘에 관한 올바른 이해와 그에 따른 조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을 둘러싼 소동이 여전하다. 불합리한 섭외 논란으로 시끄러웠던 청파동편을 기점으로, 뚝섬편의 경양식집과 장어집 사장의 방송이 조작되었다는 등, 제작진의 횡포가 있었다는 등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점화된 것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다행히 프로그램엔 아직까지, 시청률이 소폭으로 하락되는 건 있어도 큰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죽어가는 골목시장을 살려 골목상권을 보호하겠다는 멋들어진 취지는 이곳저곳 흠이 나거나 퇴색되기 시작한 지 오래, 어쩌면 경양식집과 장어집 사장의 말이 아예 틀린 건 아닐 수도 있겠다 싶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방송 매체 자체가 지닌 상업적인 특성상 편집 및 제작과정엔 의도치 않게 의도가 들어갈 수밖에 없을 터이니.

그렇다고 프로그램이 일으켰고 일으키고 있는 긍정적인 효과를 아예 무시한다거나 매도할 수는 없다. 분명 ‘골목식당’으로 인해 살아난 골목시장과 골목식당들이 적지 않고, 음식점 창업을 하고 있거나 준비하는 사람들은 브라운관 너머로 귀한 배움의 기회를 얻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백종원의 우상화를 거론하지만, 타이틀에 이름이 들어가 있는 그로서 자신의 경륜만 강요한다고 비난받거나 문제시될 건 없다.

진짜 신경 써야 할 부분은, 좋은 영향력마저 한 데 묶여 잘못 해석되기 전에, 퇴색되기 시작한 프로그램의 존재가치를 조금이라도 되살려볼, 가능하다면 초심으로 돌아갈 만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별 피해를 받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신뢰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며 제 색을 잃어버린 취지는 되찾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혹자는 이제 할 만큼 했으니 막을 내려야 할 때라지만, 아직 살려야 할 골목시장과 식당들은 수두룩하다. 백종원과 ‘골목식당’만이 그들을 구원할 수 있단 소리가 아니다. 맨땅에 헤딩하는 수밖에 별수 없던 가냘픈 서민 사장들이 운 좋게 죽어가는 골목시장을 살리겠다는 독특한 의도를 가진 프로그램을 만나, 멘토와 멘티라는 관계를 통해 앞날의 희망을 선사 받았다. 그뿐인가, 그들 자신 또한 누군가의 멘토가 되어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얻었다.

‘골목식당’이란 선한 취지의 플랫폼이 백종원이란 개인의 영향력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만들어진 결과다. 이런 취지를 가진, 게다가 이토록 강력한 파급력까지 지닌 프로그램이 언제 또 나오겠는가. ‘골목식당’이 현재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다 할지라도 되도록 오랜 시간을 들여 내려가기를, 섣불리 끝에 다다르지 않기를 바라게 되는 이유라 할까.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퇴색된 존재가치를 깨끗이 닦아 다시금 부여잡고 해오던 제 할 일을 그저 해나가는 것.

여태 ‘골목식당’을 지탱해온 힘은 백종원에게서 나온 것도, 논란이 될만한 화젯거리들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프로그램을 존재하게 한 처음의 취지, 이것이 지금껏 ‘골목식당’으로 하여금 제 자리를 지켜낼 뿐 아니라 훌륭한 성과까지 내게 만든 진정한 원동력이다. 그러니 ‘골목식당’은 이제라도 각성하여, 아직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골목시장과 골목식당을 위해서라도 스스로의 존재가치를 최선을 다해 지켜나가길 바란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출처=’골목식당’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