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감사하다. 기자들 부모의 사랑이 컸기에 이런 뜻깊은 자리를 갖게 되지 않았나 싶다. 해서 다시 한 번 기자들의 부모, 모든 분들의 부모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찌 보면 이미자(79)라서 가능한, 유쾌한 인사로 시작된 그의 데뷔 60주년 기념 앨범 제작발표회에는 ‘가수’라면 또 ‘가요 팬’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메시지가 있었다.

이미자의 60주년 기념 앨범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 발매 기념 제작발표회는 21일 오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웨스틴 조선호텔 2층 라일락&튤립 룸에서 열렸다.

발표회는 열아홉에 노래를 시작, 어느덧 일흔아홉이 된 가수 이미자의 활동기를 돌아보는 영상으로 시작됐다. 지난 1959년에 낸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시작으로 ‘동백아가씨’ ‘여자의 일생’ ‘기러기 아빠’ ‘아씨’ ‘못 잊을 당신’ ‘여로’ ‘낭주골 처녀’ ‘정든섬’ ‘안 오실까봐’ ‘모정’ ‘노래는 나의 인생’ 등의 히트곡들이 소개됐다.

영상 끝에 모습을 드러낸 이미자는 “60년 동안 정말 보람된 일도 많이 있었지만, 힘들고 어렵고 견디기 어려웠던 그런 시기가 더 많이 있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했다”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는 우선 “‘동백아가씨’가 히트되면서 1960년대 초가 내가 가장 바쁜 때였다고 생각했다. ‘왜 나를 이렇게 좋아하나’란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렇게 세월이 흐르고 나서 생각하니 당시에는 우리 모두가 너무나 살기 힘들었기 때문”이라며 “그 역경을 애쓰고 참고 견디며 오늘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주신 분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사랑 받은 이유는 “어려운 생활 속 노랫말, 목소리가 그 시대에 맞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힘들었던 순간들도 꼽았다. ‘동백아가씨’ ‘섬마을 선생님’ ‘기러기 아빠’ 등 히트곡 세 곡이 모두 금지곡이 됐을 때 처럼, “목숨을 끊어놓는 것” 같이 어려운 순간을 겪었다는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노래를 사랑해주시는 팬들의 힘으로 60년을 버텼다”고 했다.

또 그는 “가장 바빴을 때, 가장 기뻐야 했을 때 내게는 항상 꼬리표가 붙어 있었다. ‘이미자의 노래는 질 낮은 노래다’ ‘천박하다’ ‘상급 클래스에 있는 사람에게는 창피하다’는 이야기들을 했다. ‘술집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반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가 이미자의 노래라는 꼬리표는 내게 참 소외감을 갖게 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항상 힘들었다. 나도 서구풍의 발라드 노래를 부를 수 있는데 바꿔볼까란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나는 주변이 없어서인지 참아왔다. 견뎠다. 60년이 흐르고 난 지금에 와서는 내가 정말 ‘절제하며 잘 지내왔구나’ ‘잘 지탱해 왔구나’라는 생각을 가지며 자부심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그의 60년을 담아낸, ‘노래인생 60년 나의 노래 60곡’은 쉼 없이 사랑을 보내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잊혀 가는 전통 가요에 대한 애정을 담아낸 앨범이다. 또 열아홉에 노래를 시작, 일흔아홉이 된 가수 이미자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해온 자신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담아낸 앨범이라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60곡은 각 테마에 따라 3장의 CD에 나뉘어 담겼다. 이미자는 “첫 번째 CD는 ‘감사’다. 주제곡, 기념곡이 될 만한 것들을 이 CD에 실었다. 두 번째 CD는 ‘동백아가씨’ 등 여러분이 많이 좋아해 줬던 전통가요로 묶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CD 설명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세 번째 CD는 내 노래보다 더 신경을 써 부른 노래다. 우리는 참 시련과 한을 갖고 살아왔다. 어려운 시대, 우리 가요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노래들이 있는데 그 노래로 나라 잃은 설움, 배고픔의 설움을 딛고 위안 삼아왔다. 그 시대의 곡들, 고마운 곡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라고 강조한 후 “우리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고 있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지금은 녹음을 해둬 영구히 보존할 수 있기에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많은 곡들 중 고르고 골라 20곡을 마련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부디 후세에 이 곡들을 영원히 남겨서 ‘이 곡은 이 때 정말 가슴에 와 닿는 곡이지’ ‘이런 곡들이 있었구나’ 했으면 좋겠다”라며 “(바람이)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전통이 사라진다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다. 그래서 심혈을 기울였다. 세 장 중 가장 신중히 생각한 것이 세 번째 CD"라고 강조했다.



신곡 소개도 했다. 그는 “‘내 노래, 내 사랑 그대에게’가 제목”이라며 “50주년 기념곡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5년 간격으로 기념 공연을 갖고 있지만, 55주년 때는 기념 공연만 했지 음반은 안 냈다. 그런데 60주년이 되면서 이렇게 감사하게 기념 공연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날 사랑해주시는 분들께 보답을 해드려야 한단 마음에 ‘내 있는 그대로’를 보여드리려 녹음했다”고 말했다.

이어 “50주년 때, 시인 김소엽 선생님께 마지막일 것 같아 부탁드렸었다. 그런데 60주년을 맞아 다시 부탁을 했더니 구구절절 내 마음이 잘 표현된 가사를 써 줬다”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앨범의 감상 포인트도 꼽았다. 그는 “60년이 흐르며 녹음했던 곡도 있지만, 현재의 내 목소리를 들려드려야겠단 마음도 있었다. 13곡 정도인데 CD를 듣다 보면 현저히 차이가 나실 거다”라며 “내 현재의 목소리를 20, 30대부터 70대까지의 목소리를 앨범에 다 넣고, 70대의 목소리로 기념곡까지 녹음했다”라고 말했다.

또 “아날로그가 사라져가고 있는데 일반 콘서트처럼 그대로 라이브를 녹음해 넣고 싶었다. 내 악단이 한 스튜디오에서 한꺼번에, 파트를 안 나누고 한데 모여 라이브로 녹음했다. 녹음 상태가 현저히 다를 거다. 노래도 정말, 내가 들으면 부끄러울 정도다. 그렇지만 60년 지내올 생활 동안, ‘지금 이미자의 목소리는 이렇게 변했구나’란 생각이 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 선배이니만큼, 후배들에게 따뜻한 조언도 건넸다. 그는 “가요의 뿌리가 사라져가지 않기 위해서는 가사나 노랫말에 신경을 써야 한다”라며 “가요는 성악 보다 전달력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달력이 가장 잘 드러날 수 있는 곡이 가요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슬프면 슬픔을 전달해 주고, 기쁘면 기쁨을 전달해 줄 수 있는 노래가 가요라고 생각한다”라고 거듭 강조한 후 “요즘 서구 풍의 곡들이 많이 몰려와서 우리 가요가 파묻히는 것은 가사 전달이 안 되기 때문이다. 가슴은 아픈데 노래는 슬픈 표정이 하나 없어 가슴이 아프단 전달을 할 수 가 없다. 발음을 정확하게 들을 수도 없다. 이것이 가장 안타까운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렇기에 노래를 부를 때, 내 CD는 가사를 정말 신경을 썼다는 것을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라며 “부디 우리 가요의 원조, 이 뿌리가 남겨질 수 있도록 내가 이 세상에 없더라도, 수 십 년이 흐르더라도 우리 가요의 뿌리가 남겨지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