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홀로 음악만의 길을 걸어온 지 30년. 가수 이승환이 그 굴곡을 걸어온 뒤 손에 쥔 전리품들을 덤덤하게 보여줬다.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고, 씁쓸함도 있었고, 여전히 꿈꾸는 바람도 있었다.

이승환의 데뷔 30주년 기념 12집 정규 앨범 '폴 투 플라이 후(FALL TO FLY 後)' 발매 기념 음악감상회가 14일 오후 서울시 마포구 구름아래 소극장에서 열렸다. 이날 박혜진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고, 방송인 주진우가 등장해 힘을 실었다.

'폴 투 플라이 후'는 지난 2014년 11집 정규 앨범 '폴 투 플라이 전(FALL TO FLY 前)'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새 정규 앨범이다. 타이틀곡 '나는 다 너야'를 비롯해 총 10곡이 수록됐다.

'나는 다 너야'는 뉴트로(New+Retro, Newtro) 경향의 곡으로 1970년대 모타운 사운드에서 착안한 곡이다. 이승환이 직접 작사에 참여해 익숙함에 속아 잃어버린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소중한 감정을 마치 한 편의 단편영화를 보는 듯 풀어낸 감각적인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이승환은 "사랑의 벅참에 대한 유효기간이 지나갈 무렵, 소홀해지는 감정을 느끼고, 연인의 부재를 느끼는 순간에는 오히려 죄책감 같은 것이 밀려온다. 가끔 잊고 사는 연인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떠올려보면 어떨까 싶어 쓰게 됐다"고 타이틀곡을 설명했다.

이승환은 30주년 앨범답게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대단히 심혈을 기울였다. 데뷔 후 처음으로 연령대별로 모니터링을 실시한 것. '나는 다 너야'는 3, 40대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얻은 곡이다. 이승환은 "사실 같이 작업한 동료들은 다른 곡을 추천했지만, 대중의 선곡을 믿어야겠다 싶어 '나는 다 너야'를 타이틀곡으로 꼽았다"고 밝혔다.


30년 간의 가수 생활, 최고의 이방인

지난 1989년 1집 앨범 'B.C 603'으로 데뷔한 이승환은 말랑한 감성의 타이틀곡 분위기와는 달리, 데뷔 30주년 소감에 대해서는 때로는 진지하고 냉철하게 밝혔다.

이승환은 "사운드, 만듦새에서는 계속해서 이승환의 색깔을 넣었다. 특히 사운드에서는 국내 최고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악에 대해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러면서도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정의했다. 이승환은 "아무도 하지 않는 단 한 가지를 해온 30년이었다"며 "매니저, 제작자를 아는 사람도 없고, PD도 모르고, 기자도 잘 모른다. 공연을 위주로만 해왔던 가수였다"고 이야기했다.

가수 중 최초로 앨범 제작, 매니지먼트까지 스스로 해오며 어려운 길을 걸어온 이승환. 그는 "그때 가졌던 불신, 부조리함에 대한 반항심이 많았다"면서 "정직하게 음악을 하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공연 위해 살고 있다"…'공연의 신' ~ing

이승환은 지난 30년 간 '공연의 신'이라는 수식어를 얻을 만큼, 수많은 브랜드 공연을 만들고, 인디신 공연장도 찾는 등 공연에 집중해왔다.

특히 이승환이 가진 기록은 '국내 최장 시간 공연'이라는 타이틀이다. 이와 관련해 이승환은 "팬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라고 생각했다. 브랜드 공연을 모아서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여드리자는 마음이었다"며 최장 시간 공연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공연을 위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할 정도"라는 이승환은 최장 시간 공연을 위해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몸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고. 그는 "기록 경신하면서 쾌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승환은 지난 30년 간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공연에 집중할 예정이다. 오는 11월 30일, 12월 1일에는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데뷔 30주년 기념 대규모 콘서트 '무적전설'이 진행된다. 이는 팬들 사이에서 '레전드 공연'으로 꼽히는 지난 1999년 콘서트 '무적'의 감동을 재현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이어 이승환은 "내년에는 더 많은 공연이 잡힐 예정이다. 해외 투어도 예상되고 있다"고 예고해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젊은 감각, 음악인이 가져야 할 미덕"

'어린 왕자'로 통하는 이승환은 젊은 감각을 잃지 않고 싶다는 바람을 강력하게 드러냈다.

그는 "나는 마니아층만 좋아하는 가수로 알려진 것 같다. 20대들이 제 음악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이 든 가수지만, 트렌드를 놓지 않는, 현역의 음악인이라는 걸 30주년을 통해서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데뷔 30주년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승환은 젊은 감각과 깊이감 모두를 갖고 싶다고 했다. 그는 "젊은 감각, 젊음은 음악인이 가져야 할 미덕"이라며 "스스로 젊은 감각을 놓지 않고 지내는 것이야말로 창의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와 동시에 그는 "스스로 절제하고 수양해온 것들이 매 앨범 들어가면서 진화해왔다고도 생각한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덧붙였다.

30주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굴곡을 겪어오며 자신만의 음악의 길을 걸어온 이승환. 그는 여전히 창의적인 음악을 내놓고 있고, 파워풀한 공연의 에너지를 유지하고 있다. 이미 젊은 감각과 노련함을 동시에 지니는 법을 깨우친 모양새다.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것을 통해 나이 든 음악 선배라고 손가락질 받지 않고,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선배가 되고 싶었습니다…(중략)…저의 팬들이 저를 자랑스럽게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합니다."

이승환의 12집 정규 앨범 '폴 투 플라이 후'는 오는 15일 정오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발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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