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논란이 끊임없이 생성되는 스타들 중에는 어떤 이유에선지 대중에게 단단히 오해를 사서 미움 받는 캐릭터로 낙인 찍혔다거나 하는 특정한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특정한 경우’다. 래퍼 염따를 둘러싼 근래의 소동은 특유의 캐릭터로 화제를 낳는 과정을 거친 스타가 간과하기 쉬운, 본인의 영향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여에서 비롯된다.

래퍼로서의 출중한 실력이 뒷받침되어 가능했던 건 당연한 이야기이니 제쳐 두고. 그가 ‘랩과 돈을 사랑하는 30대 아저씨’의 이미지로 만든 여러 개의 ‘플렉스(재력이나 귀중품 등을 과시하는 행위를 이르는 신조어)’ 영상들이 적지 않은 이들에게 각광을 받았던 근본적인 이유에는 흥미로운 지점이 존재하는데 그가 마음껏 소비를 하는 모습, 즉 플렉스하는 장면이 건네는 어떤 쾌감이다.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뛰어들어 짧지 않은 무명의 시간을 버텨내다 결국 성공가도에 오른, 어쩌면 우리와 근접할지 모를 사정을 지닌 인물이 고생 끝에 맞이한 낙을 최선을 다해 천박하게 누린다. 여기서 우리에겐 과몰입이 일어나며 그의 천박함은 거부감을 일으키기보다 친근하고 짠한 것이 된다. 한발 더 나아가 그의 플렉스가 지속되길 응원까지 마다 않는다.

염따가 직접 만든 굿즈들이, 그것의 질과 상관없이, 심지어 본인조차 배송 작업하기 힘드니 너무 많이 구매하지 말라고 하는 제품들이 게시되는 즉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까닭이라 하겠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염따가 동료 래퍼 ‘더 콰이엇’의 외제차를 박아 치르게 된 수리비용을 위해 판매한 티셔츠가 3일만에 19억을 벌어들인 경우 아닌가.

혹자는 염따가 활용한 기발한 방법에 집중을 하지만, 사실 이 기묘한 현상의 기저에는 물질만능주의가 나날이 심화되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저릿하고 애잔한 갈망이 자리잡고 있다. 돈의 힘을 최대한 누려보고픈 욕구, 물론 그에 마땅한 능력을 가진 상태에서다. 이를 제대로 대변해주었을 뿐 아니라 소통을 통해 대리만족 시켜주는 데까지 이른 게 염따의 성공 요인이었다.

당연히 의도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만, 근래 염따의 행보는 이러한 속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그저 대중의 흥미가 어떻게, 어디로 이동하고 있는지 영리하게 혹은 운 좋게 잘 짚어내고 잘 활용하여 성공한 래퍼의 위치에 올랐다는, 표면적인 성과에만 집중한 나머지 그렇게 하여 생성된, 자신의 막대한 영향력과 막대한만큼 져야 할 책임감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할까.

그렇지 않고서야 다른 이의 디자인을 도용하여 만든 티셔츠를, 자신이 지나온 고생과 노력을 돈을 지불하면서까지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판매할 굿즈로 당당하게 내놓을 수 없다. 모르고 사용했다 하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그러니까 그간 자신의 굿즈가 어떤 힘을 발휘했는지 인지한 정도의 정성만 들였어도 벌어질 수 없는 상황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관련하여 피해를 입은 디자이너에게 충분한 배상을 했다지만 여기서도 또 다른 염려는 발생한다.

해당 사건으로 인해 염따를 지지해온 사람들에게, 무슨 일이든 돈만 있으면 해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그가 지닌 실제적 부와 그가 쓰는 가사들과 연결되어 왜곡된 영향을 끼칠까 두려운 거다. 이를 언급하는 기사들만 보더라도 그의 진심어린 반성이나 사과보다 지급한 액수를 더 두드러지게 다루고 있으니까. 이것이 좀 더 악화되면 친근하고 짠하게 여겨졌던 그의 천박한 컨셉은, 단순한 천박함으로만 치부되어 거부감을 형성하기 시작할 수밖에 없다.

염따가 ‘나락’이라 표현하는 현 상황의 모양새를 보면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에게 본인의 캐릭터에 반(反)할 정도의 진지함을 보여달라 요구하는 게 아니다. ‘랩과 돈을 사랑하는 30대 아저씨’가 갖게 된 영향력이 수반해야 할 최소한의 고민을 해달라는 이야기로, 그러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앞다투어 나타나는 여러 모양의 논란 속에서 그가 자초한 ‘나락’이 그 모습을 더욱 선명히 할 테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