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지리산’의 종영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등정까지 단 2회만이 남은 tvN 토일드라마 ‘지리산’(극본 김은희·연출 이응복)은 그간 우리가 지리산에 대해 몰랐던 이야기들을 속속들이 담아내며 가슴에 짙은 여운을 남겼다. 이에 ‘지리산’의 유의미했던 발자취를 짚어봤다.

먼저 ‘레인저’라는 직업은 시청자들에게도 낯설게 다가왔던 터. 하지만 ‘지리산’은 1회의 포문을 여는 것과 동시에 레인저가 어떤 직업인지 확실하게 각인시켜줬다. 지형도 험한 산 속을 숨 가쁘게 뛰어다니며 위급한 이들을 구해내는 것은 물론 불길, 물길 속에도 뛰어드는 그들의 숭고한 직업적 의식이 절로 와 닿게 만들었다.

특히 그렇게 최선을 다했음에도 인력으로 어찌 할 수 없는 인명 피해는 생기기 마련, 피치 못한 희생 앞에서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는 레인저들의 모습은 울컥함을 더하기도 했다. 산에 의해 부모님과 할머니를 잃은 서이강은 그럼에도 지리산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고 연인 이양선(주민경 분)을 수해 피해로 떠나보낸 정구영(오정세) 또한 산에 오롯이 남았다. 이를 통해 레인저들이 지닌 사명감과 산에 대한 애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바. ‘지리산’은 산을 지키는 진정한 산신들인 레인저들을 확실하게 재조명해냈다.

이어 ‘지리산’의 큰 줄기를 이루는 미스터리는 시청자들을 초반부터 제대로 옭아맸다. 거대하고 웅장한 지리산 안에서 누군가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발상, 익숙하고 친숙했던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비틀어 버린 전개는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뿐만 아니라 지리산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환영으로 보는 강현조(주지훈)의 특별한 능력과 함께 더욱 스릴을 자아냈다.

극 후반부로 갈수록 서이강, 강현조와 연쇄 살인범의 대치도 극한에 치닫고 있는 상황. 과거의 강현조와 현재의 서이강의 교차 추적이 범인을 향해 좁혀져온 가운데 과연 범인은 김웅순(전석호)일지 아니면 누구도 예상치 못한 제3의 인물일지 의견이 분분, 마지막까지 추리의 끈을 놓지 못하게 한다.

계속해서 ‘지리산’은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그려냈다. 까마득한 삼국 시대부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재에 오기까지 숱한 기억과 추억이 녹아들어 있는 곳이기에 ‘지리산’ 역시 산을 찾는 이들의 갖가지 이야기를 세심하게 다뤄내며 공감과 연민을 불러일으켰다.

1회에 등장했던 어린 소년에게 지리산은 다시 찾아올 만큼 소중했던 가족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곳이었고 강현조에게는 잊고 싶지 않은 후배의 죽음이 남아있었다. 더불어 수많은 역사적 사건들이 지리산을 스쳐 지났고 굽이 굽이진 산세만큼 그 안에는 무수한 사연들이 숨겨져 있었다. 더불어 산에서 일어나는 일을 볼 수 있는 강현조는 “산이 또다시 뭔가를 보여줄 거에요”라며 지리산과의 내밀한 연결고리를 믿어왔다. 이는 이승과 경계사이에 있는 지리산이 인간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아닐지 자연과의 공존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들었다.

이렇듯 ‘지리산’은 가장 한국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시청자들의 희로애락 정서를 이끌어 내왔다. 과연 완등에 선 서이강과 강현조는 연쇄 살인범을 찾고 미소를 되찾을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밤 9시 15회 방송.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에이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