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설강화'를 둘러싼 역사왜곡 논란이 OST로도 번지는 모양새다. OST 시장에서 우량주로 통하는 성시경을 동원했지만, 그리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JTBC 토일드라마 '설강화'(극본 유현미 연출 조현탁)는 방송 전부터 '역사왜곡' 여부를 놓고 시끌했다.

1987년 서울을 배경으로 여자 기숙사에 피투성이로 뛰어든 명문대생 수호(정해인)와 위기 속에서 그를 감추고 치료해준 여대생 은영로(지수)의 로맨스를 담은 이 드라마는 올해 초부터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가 온라인에 유출되며 민주화운동 폄훼와 안기부 직원 캐릭터 미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7월 드라마 촬영 중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고, 20만명 이상 동의를 얻었다. 당시 청와대는 "방송법에 따라 방송사의 편성과 관련해 자유와 독립을 보장해야 한다. 특히 창작물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내놓았고, JTBC는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라면서 "유출된 미완성 시놉시스와 캐릭터 소개 글 일부 조합으로 구성된 단편적인 정보에서 비롯됐고, 파편화된 정보에 의혹이 더해져 사실이 아닌 내용이 사실로 포장됐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밀접 접촉자 발생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더해져 하반기 끝자락에 편성된 '설강화'는 지난 18일 첫 방송 직후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방송 중단을 요청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다시 올라와 하루 만에 20만 명의 동의를 받아낸 상태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일부 협찬사들이 광고 중단 조치에 나서기도 했다.

드라마가 논란이 되며, 성시경을 동원한 OST도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성시경은 드라마 '황태자의 첫사랑' '그들이 사는 세상' '시크릿 가든' '천일의 약속' '응답하라 1994' '별에서 온 그대' '구르미 그린 달빛' '푸른 바다의 전설' '왕이 된 남자' '구미호뎐' 등 굵직한 드라마의 OST에 참여, OST 음원으로 정규 음원 못지않은 사랑을 받아온 가수다. 일부 OST는 그의 대표곡으로 소개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그가 '설강화' OST 라인업의 첫 줄에 이름을 올린다는 점에서 화제를 모았지만, 첫 방송일 공개된 음원은 댓글창만 요란한 상태다. 음악에 대한 평가 대신 드라마 내용에 대한 지적과 해당 드라마의 OST에 참여한 성시경에 대한 비난 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첫 방송 이후 JTBC가 '설강화' 홈페이지 시청자 소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하며, 성시경의 OST 댓글창으로 이동해 의견을 표출하는 이들도 나타났다. JTBC는 드라마 게시판에 역사왜곡 관련 글이 올라오자 작성자와 제작진만 열람 가능한 게시물입니다'라며 제목과 내용 모두 비공개처리 한 바 있다.

성시경의 드라마 관련 발언 역시 지속적으로 언급되며 논란을 키우고 있다. 앞서 성시경은 '설강화' OST를 부르지 말라는 일부 팬들에게 "왜 '설강화'는 안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예전에 내용적으로 역사왜곡 드라마 '설강화'라고 뉴스가 났던 게 있어서 그런 건가. 내가 알기론 '설강화'는 그렇지 않은 걸로 확인했다"라고 답했다.

또 그는 "만약에 역사왜곡 드라마면 그게 방영이 될 수 있을까?"라고 물으면서 "드라마 '지옥'을 너무 재밌게 봤는데, 사람들이 뭔가를 맹신하면서 그와 반대되는 의견을 가지거나 눈에 거슬리는 사람을 온 힘을 다해서, 최선을 다해 미워하는 그런 현상을 보면 저는 혹은 그 다수가 옳은 것이라고 해도 좀 불편하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소신에도 불구하고, 2회까지 방송을 지켜본 일부 시청자가 역사왜곡 소재에 따른 불편을 드러내며 드라마 자체가 휘청이고 있다. 물론 아직 방송 초반이기 때문 섣부른 비판은 자제해야 한다는 반응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올해 초 유사 논란으로 방송 2회 만에 폐지된 SBS드라마 '조선구마사'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성시경의 OST 역시 음악만 놓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드라마가 계속 논란이 되며 음악 자체는 묻히는 분위기다. OST까지 유탄을 맞는 상황이 발생하며, 해당 드라마의 OST에 참여했거나 참여를 논의 중인 가수들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드라마와 드라마 OST가 계획대로 '완주'할 수 있을 것인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렸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드라마하우스스튜디오∙JTBC스튜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