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흥미롭게도 층간소음으로 논란이 된 유명인들 중 일부분이 공통으로 보이는 모습이 있다. 피해자를 예민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사는데 어느 정도의 소음은 있기 마련이라고, 아이까지 있다면 아무리 조심해도 어쩔 수 없는 거라고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사람이 되게 한다 할까. 이해와 배려, 어떤 성정(性情)의 문제로 몰아가는데, 대단한 오류가 아닐 수 없다.

최근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층간소음 문제와 관련하여 가수 S씨에 대한 폭로글이 올라와 화제였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가수 S씨가 매일 같이 쿵쿵 대는 발걸음 소리를 내는 것도 모자라 글을 작성한 시점에는 음악까지 시끄럽게 틀어놓아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는 고통을 호소했다. 관리소를 통해 항의도 해 보았으나 딱 그때 뿐이었다고.

누리꾼들이 작성자의 글로 미루어 밝혀낸 가수 S씨는 성시경이었다. 그는 사태가 심상치 않게 흘러가자 곧 사과문을 게재했다. 피해자에게 직접 가서 사과를 했으며 의자에 소음 방지 패드를 다는 것은 물론, 평생 처음 슬리퍼도 신고 거의 앞꿈치로만 걸으려 하고 있다고, 될 수 있는대로 생활도 2층에서만 하려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공동주택에 사는 사람들에게 너무도 당연한 예의고 배려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 서로 지켜주어야 할 정당한 권리인 까닭이다. 이를 특별한 조치인 마냥 적은 글에서 우리는 그가 평소에 층간소음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알 수 있다. 항의를 했음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보이지 않았던 이유이겠다. 결국 무지가 문제를 일으킨 모양새로, 앞서 동일한 논란에 놓인 바 있는 배우 김경남이나 코미디언 안상태 부부, 이휘재 부부 등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래층 이웃이 전하는 불편한 상황을 예민하게 구는 것에 불과하다 받아들이는 바람에 온라인커뮤니티와 SNS 등에 자신들의 이야기가 공유되고 확산되며 공개적으로 비난을 당하는 데 이르렀다. 혹자는, 아니 이들 중 몇몇은 직업이 연예인이라서, 사회적 위치가 얼굴이 알려진 유명인이라서 한층 더 예민한 방식으로 다루어진 거라 여겼을 테다.

하지만 층간소음의 피해자가 가해를 한 대상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란 항의를 하는 것 외에 별다른 게 없고, 그것조차 별 소용이 없다면,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텐가. 심지어 신고를 한다 해도 소음의 정확한 정도와 출처를 증명할 수 있어야 해서, 현행법 상에선 직접적인 규제나 처벌도 쉽지 않다. 어느 판례에서는 항의를 한 사람이 도리어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선고받기도 했다.

조용히 해결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니, 온라인커뮤니티나 SNS 등과 같은 곳에 호소하여 사람들의 동의와 도움을 구하는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렇게 화제가 되었기 때문에 그간 층간소음으로 고통을 받은 것에 대한 사과와 적절한 조치까지 얻어낸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것도 해당 가해자가 유명인이어서 가능한 방법이었다. 일반인이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한층 더 어려워진다.

해결방법이 더 없다 보니, 성정, 인성의 문제로 몰고 가는 분위기는 한층 심화된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이웃간의 크고 작은 갈등이 나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법에 처벌의 규정이 아예 없진 않다. 하지만 입증하기까지의 절차가 복잡하고 우여곡절 끝에 증거를 제출했다 하더라도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법적으로 뚜렷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혹은 중재할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개인과 개인의 불화만 불거지다, 어떤 경우엔 참혹한 범죄까지 일어나는 불상사가 생기고 만다.

몇몇 유명인들을 두고 일어난 층간소음 논란이 시사하는 바가 큰 이유다. 영향력 있는 유명인인 만큼 모범적인 대처를 보여주었다면 더없이 좋았겠다만, 안타깝게도 그들 또한 층간소음이 야기하는 고통에 무지한 사람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타인의 고통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자신의 것이었다면 달랐을 테지. 그리고 실은, 우리 보통의 사람들도 이들과 별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좀 더 효력 있는 법적 규제가 절실히 요구되는 바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