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유아인의 엄살 [인터뷰]
2021. 12.30(목) 09:03
지옥, 유아인
지옥, 유아인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연기가 점점 어려워진다"며 앓는 소리를 하지만 작품 속 그의 연기를 볼 때면 곧 엄살이라는 걸 알게 된다. 독창적인 '정진수' 캐릭터로 전 세계를 홀리는 데 성공한 유아인이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옥'(극본 최규석·연출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극 중 유아인은 새진리회의 의장 정진수 역을 연기했다.

'지옥'은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는 점에서 공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특히나 그간 성공적인 웹툰의 실사화를 보여준 연상호 감독의 신작인 바, 시청자들의 기대가 큰 건 당연했다.

유아인이 차기작으로 '지옥'을 선택한 이유도 비슷했다. 자신도 모르게 '연니버스(연상호+유니버스)'가 내뿜는 에너지에 끌렸다고. 유아인은 "연니버스의 매력은 늘 새로운 세계를 펼쳐 보이면서도 두 발 중 하나는 현실 세계에 닿아있는 점이라 생각한다. 두 세계를 끊임없이 조율한 끝에 황당무계한 세계임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법한 지점을 남겨놨다. 시나리오를 보면서도 점차 매료돼 갔다. 그게 연니버스의 매력이자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힘인 것 같다"고 말했다.

"현실과 맞닿아있기에 '지옥'이라는 소재를 받아들이는 것도 전혀 어렵지 않았다"는 유아인은 "작품이 담고 있는 메시지와 상징들이 굉장히 현실적이었고 동시대의 맥락을 정확히 짚어내고 있었다. '지옥'이라는 게 가볍게는 화면 속 세상을 빗대어 풍자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나아가서는 종교와 정치에서도 대입돼 생각할 수 있지 않냐. 무거운 이야기를 무겁게만 그려내지 않고 상당히 오락성이 짙게 녹여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다만 원작 웹툰을 자세히 보진 않았단다. 좀 더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선택이었다. 유아인은 "원작이 있다는 것에는 장단점이 존재한다. 원작 덕분에 영상화도 가능했지만 창작자 입장에선 이게 족쇄처럼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라며 "보다 더 자유로운 표현을 하고 싶어도, 원작과는 다른 해석을 하고 싶어도 이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뭔가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할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래서 원작을 좀 멀리하고 시나리오를 가까이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아인은 주어진 정보를 통해 정진주라는 인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는 큰 틀에서 시작해 정진수의 말투까지 섬세하게 쌓아간 것. 유아인은 "감독님과의 대화를 통해 정진수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을 가졌다. 그러다 흔히 생각하는 사이비 교주와는 조금 동떨어진, 반전을 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게 재밌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사이비 교주들의 목소리나 영상들을 봤는데 '믿습니까'라고 외치는 분들은 별로 없더라. 조곤조곤 사람들을 홀리는 마력이 있었다. 또 진수는 다른 캐릭터들과는 색이 많이 다른 인물이었다. 마치 다른 인물들은 땅에 발을 붙이고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데, 진수는 약간 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런 차이를 잘 살리면서도 어떻게 하면 다른 캐릭터와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진수를 그려나갔다"고 말했다.

유아인이 정진수를 연기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점은 어떻게 하면 '1막을 잘 열 수 있을까'였다. 1막에서 유아인이 중심에서 극의 긴장감을 제대로 쌓아야만 2막까지 새진리회가 주는 위협감을 살려나갈 수 있기 때문. "상당히 즐기면서도 그 역할을 못해내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이 컸다"는 유아인은 "최소한의 등장만으로 텐션을 자연스레 쌓여나가면서도 최대치의 긴장감을 만들어내야 했는데 쉽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평소보다 더 긴장하며 촬영했던 것 같다. 심지어 웹툰까지 있다 보니 더 힘들었다. 원작이 정해놓은 선에서만 표현이 이뤄질 경우 진수는 물론 극에 대한 해석도 굉장히 단순해질 수 있기에 주의하면서 연기했다"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정진수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지옥'을 모두 관람하고 나서야 유아인은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유아인은 "처음 봤을 땐 관객이자 시청자 입장에서 봤던 것 같다. 가끔 몇몇 작품은 스스로 평가하려고만 해서 정상적인 감상이 불가능한데 유독 '지옥'은 감상이 가능했던 작품이었다. 몰입감을 쭉 따라가면서 몰아보다 보니 6부가 끝나있었다. 몰아볼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었다. 어느정도의 힘을 가진 작품이라는 점에서 안도감을 가질 수 있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지옥'에 만족한 건 유아인뿐이 아니었다. 전 세계 시청자들 역시 '지옥'에 환호했다.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지옥'은 단 하루 만에 전 세계 TV쇼 1위를 차지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여기서 멈추지 않고 10일 연속 1위를 지켜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유아인은 "다 1등 좋아하시지 않냐. 저도 1등 좋아한다. 오래오래 1등 했으면 좋겠다"고 솔직히 전하며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우리가 만들어낸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공개되고 소개될 수 있다는 지점들이 배우로서 무척이나 반갑다. 작품에 대한 해석과 평가가 점점 더 치열해지는 현시대에 조금 더 폭넓은 반응들을 가져올 수 있다는 느낌이 긍정적이고 고무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댓글을 확인하기도 했다"라는 유아인은 "가장 기억에 남는 댓글은 한 한국 누리꾼 분이 남기신 글이었다. '세계 무대에 내놓으려면 유아인이 제격이지'라는 글이었는데 마치 국가대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스러웠다"라며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이처럼 유아인은 자신만의 매력으로 유아인이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자신만의 독창적인 정진수를 만들어내 전 세계의 시청자들을 홀리는 데 성공했다. 서른다섯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이미 '밀회' '버닝' '소리도 없이' '지옥' 등 이미 탄탄한 필모그래피도 완성한 그다. 하지만 유아인에게도 남모를 고민이 있었다. "연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것.

유아인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잘한다 잘한다 박수를 그동안 너무 많이 쳐주셔서 저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아진 것 같다. 부담감도 있다. 조금의 빈틈도 허용하지 않는 듯한 관객분들의 칼날 같은 시선도 느껴진다. '정신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단순히 좋은 연기를 고민하기보단 어떤 방식으로 전달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 믿음이나 신념 같은 것도 없다. 그저 나에게 주어진 원석을 계속해 세공해나가자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연기자로서 바라는 것도 없다"는 유아인은 "관객분들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면 좋을 것 같다. 다만 개인적인 바람이 있기도 하다. 그간 '사도'나 베테랑'에서 선 굵은 캐릭터를 맡으며 큰 사랑을 받았는데, 한편으로는 나 스스로를 가두는 선입견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또다시 정진수라는 강한 에너지를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는 점에서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이번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드리려 했다. 단순히 '더 센 연기'의 차원을 넘어 성장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실험적으로 던지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차원에서 유아인이 그 표현을 이루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넷플릭스]
기사제보 news@tvdaily.co.kr        김종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키워드 : 유아인 | 지옥
싸이월드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