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제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마법의 가장 강한 형태라고 생각해요. 그것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정신을 고양하니까요.”

의사라는 직업을 갖고 안정적인 삶을 살다 갑자기 마법사가 된 뮤지션이 있다. 일렉트로닉뮤지션이라는 타이틀로 활동 중인 조이 드 로즈(Joy de Rose)가 그 주인공이다.

우연히 음악의 매력에 빠진 조이 드 로즈에게 후진은 없었다. 취미로 병행하는 수준이 아닌, 음악을 위해 다시 대학 진학까지 선택한 그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매료돼 ‘흥분’ 된 상태다.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미국 버클리 음대 졸업 후 현재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하며 앨범 발매와 전시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그는 다양한 작업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최근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밴드캠프, 사운드클라우드와 유튜브 뮤직 등을 통해 새 앨범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를 발매했고, 또 다른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오로라’(Aurora)의 제작과 발매, 전시를 추진 중이다.

‘키아로스쿠로’는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여정과 죽음, 환생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앨범이다. ‘더 프레이어 오브 아킬레스’(The Prayer of Achilles)를 포함해 ‘사일런스’(Silence) ‘포스, 더 라이트’(Fos, the light) 등 총 3곡이 담겼다. 수록곡들이 12분, 16분 분량 등으로 만들어지며 3곡이지만 총 36분으로 이뤄져 있다.

특히 ‘더 프레이어 오브 아킬레스’는 지난달 27일 글로벌 뮤직 어워즈(Global Music Award)의 실험적 일렉트로닉 카테고리(Experimental Electronic category) 분야에서 수상하는 등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Q. 새 앨범 ‘키아로스쿠로’는 어떤 앨범?

A. ‘키아로스쿠로’는 이탈리아어로 빛(chiaro)과 어둠(oscuro)을 의미하며 어둠과 빛의 대비(명암)를 표현하는 회화적 기법을 의미합니다. 르네상스 미술사 책에서 이 부분을 흥미롭게 읽었고 이를 통해 영감을 얻어 사운드를 통해 빛과 어둠의 대비를 표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두움으로 시작해 빛을 향하는 일련의 여정을 그린 프로젝트입니다.

단순히 명암의 대비에서 더 나아가 여러가지 이중적 측면, 죽음과 재탄생, 고통과 행복을 아우르는 복합적 감정과 경험의 대비를 음악으로 표현해보고자 하는 저의 의도를 담은 앨범입니다.

Q. 앨범을 관통하는 주제가 심오한 느낌. 어떻게 결정이 된 건지?

A. 개인적으로 늘 빛에 관한 소리를 표현하고 싶은 바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삶에는 빛과 어둠, 행복과 고통, 죽음과 재탄생의 복합적 감정과 경험이 늘 함께 존재하고 특히 어둠의 존재하에 빛은 그 특별한 존재를 드러냅니다. ‘키아로스쿠로’ 기법은 그 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적절히 표현하느냐에 관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삶에도 적용된다고 생각되며 이 앨범은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여정의 음악적 표현입니다. 누구나 가지고 있을, 어둠 속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졌던 경험, 극도의 슬픔, 상처 등. 하지만 그 경험들을 통해 빛을 발견하고 새롭게 자신으로 태어나고자 하는 저의 열망과 개인적 여정을 이 앨범에 담았습니다.

Q. 지난해 말부터 발매 예고, 준비 기간은? 준비 과정 중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A. ‘키아로스쿠로’ 프로젝트는 지난 2019년 여름 저의 지도 교수님이신 닐 레오날드(Neil Leonard) 교수님의 영향 하에 10.2 멀티 채널 사운드 시스템과 멀티 스크린 영상 시스템을 이용한 몰입형 라이브 사운드 전시/퍼포먼스(이머시브 라이브 사운드 인스톨래이션/퍼포먼스, Immersive live sound installation/ performance)로 처음 기획/초연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다채널 시스템을 이용하여 사운드를 배치하고, 음악에 반응하는 영상을 직접 제작하여 첫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는 않았지만 관객에게 몰입 경험을 제공하는 저의 첫 시도로 흥분되었습니다.

특히 첫 공연 전날 새벽 직접 만든 사운드와 영상에 둘러싸여 혼자 그 한가운데 앉아있었는데 이때의 특별한 기억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는 저를 힐링시켜주는 경험이었고, 그간의 힘든 여정이 완전히 의미가 있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행복하고 가슴이 벅차올랐고, 이 이후 전 다른 사람들과도 이런 감흥을 공유하고 싶다는 강한 바람을 가지게 됐습니다.

‘키아로스쿠로’ 이후 다른 아티스트들과(댄서 등) 협업해 다시 공연을 하게 되었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저는 더욱 의욕적으로 새로운 형태로 프로젝트를 시도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첫 앨범으로 ‘키아로스쿠로’를 선택한 이유도 저의 이머시브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로서의 첫 시도 이자, 저에게 특별하고도 의미있는 기억을 남긴(제가 하는 일의 의미와 가치를 저에게 상기시켜준)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이를 첫 시작으로 결정했습니다.



Q. 수록곡들을 설명한다면? 특히 2, 3번 트랙 수록곡이 굉장히 길다. 이유는?

A. 이 앨범은 어둠, 침묵, 그리고 빛(죽음, 침묵, 재탄생)의 세 파트로 구성된 일렉트로닉 심포니입니다. 첫 수록 곡 ‘더 프레이어 오브 아킬레스’는 일리아드에 수록된 아킬레스의 기도( 고대 그리스어 내레이션)로부터 시작됩니다. 제우스를 향한 아킬레스의 간절한 기도가 거절당한다는 내용으로 절망, 비통함, 전쟁, 죽음에 관한 제 관점에서의 해석을 음악으로 표현하였습니다.

두 번째 곡 ‘사일런스’는 죽음과 재탄생 사이의 과도기적 상태를 묘사하고자 했는데, 모든 외부 소음, 잡음으로부터 해방된 상태를, 침묵으로 정의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노이즈 사운드(noise sound)가 많은 트랙이기도 한데, 죽음 이후의 아무도 알 수 없는 우주 공간을 상상했고 노이즈로 부터 해방된 상태에서만 들을 수 있는 미세하지만 역동적인 에너지, 예를들어 우주진(star dust)의 움직임, 블랙홀(black hole), 태양계(solar system) 등의 영역에서 상상할 수 있는 역동적 움직임, 보이지는 않지만 항상 존재하는 그 강한 생명력을 실험적 사운드로 표현한 곡입니다.

마지막 트랙 ‘포스, 더 라이트’(Fos, 그리스어로 빛을 의미)는 제목 그대로 빛의 소리, 개인적으로는 재탄생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리스 낙소스 섬(Naxos Island)에 있는 아폴로 신전 돌문(Portara, temple of Apollo)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신비로움과 그리스 바다에 반사된 황홀한 빛에 영감을 받은 곡으로 빛의 신, 아폴로(개인적으로 그리스 신화를 너무 좋아하고 늘 영감을 받습니다), 아폴로를 둘러싼 아홉 뮤즈들에 대한 상상으로 시작되는 곡입니다. 곡의 중반 이후는 강렬한 빛으로 둘러싸여 느끼는 황홀감을 사운드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처음 이 프로젝트가 기획된 의도가 45분에서 60분 가량으로 특히 2, 3번 트랙의 경우 사운드에 몰입하여 그 상태에 머물고 상상 속에 잠길 수 있도록 긴 호흡으로 제작되었습니다.



Q. 독특한 이력 눈길. 의사라는 안정적 직업 가지고 있으면서 뮤지션에 도전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전 음악과는 아예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는데 우연히 병원 근처에서 취미로 기타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시 저의 롤모델이 된 사라 맥라클란이라는 아티스트의 음악을 접하게 되었고, 음악이 저를 너무너무 흥분시키고 열정적으로 만든다는 것을 처음 느꼈습니다. 음악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게 되었고 늘 음악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어요. 항상, 음악만 생각하고, 결국 음악을 정말 제대로 알고 싶다라고 생각해서 음대에 진학하기로 했습니다.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발리에 휴가차 여행을 가서 캐나다 출신 노부부를 만나게 되었는데 그분 중 한 분이 아주 영감을 주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본인의 삶의 이야기.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고 49세에 다시 대학에 진학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듣고 힘을 얻었습니다.

Q. 새 도전 결심 이후 본인에게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A. 제 본성과 진정으로 조화되고 저를 열정적으로 만드는 일을 하는 데서 이전에 알지 못한 진정한 행복감을 느낍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한 번도 제 결정에 대해 후회하거나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제가 하는 일이 늘 저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고 저를 흥분시킵니다. 저 자신을 음악으로, 아트 표현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 일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에 대해 너무 감사합니다.

Q. 뮤지션 외에도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계기는?

A. 버클리 음대 진학하여 전공을 일렉트로닉 프로덕션 앤 디자인(Electronic production and design, EPD)으로 선택한 이후 제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다양한 분야의 음악 기술을 배우고 접하게 되었습니다. 신디사이져(Synthesizer)로 사운드 디자인을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고 음악을 제작, 맥스(MAX)나 씨사운드(Csound)와 같은 프로그래밍 소프트웨어로 사운드, 음악, 비쥬얼을 창작을 하거나 비주얼 프로그래밍 스프트웨어(visual programming software)로 음악에 반응하는(interactive) 영상을 제작하는 것, 멀티 채널 오디오 시스템을 이용한 소리 전시 등 각종 기술를 이용하여 예술을 창작, 표현하는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 모든 새로운 가능성들이 호기심 많은 저를 흥분시켰습니다.

특히 버클리 3학년 초에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저의 은사님이신 닐 레오날드 교수님을 처음 만나게 되고 교수님의 ‘포그 인스톨래이션’(Fog installation)에 초대받아 처음으로 다중채널 소리 전시를 경험하였는데 이때 저는 완전히 넋을 잃고 다른 세상을 경험하였습니다. 새로운 감흥과 영감을 받았고, 이 신비로운 경험 이후로, 닐 레오날드 교수님과 매 학기 공부하면서 ‘몰입형 예술 과 다중채널 예술’(Immersive art & multimedia art), 음악을 전달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관심을 넓혀가게 되었습니다. (‘이머시브 아트’란 관객이 완전히 몰입하여 다른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게 만드는 아트의 모든 형태로 여러 테크놀로지가 사용될 수 있겠지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은 단순히 사운드나 음악만으로도 충분히 이런 경험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현재 2020년부터 진행해온, 가상현실을 접목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 ‘오로라’를 진행중이며 지난달 말인 31일 첫 번째 파트 사운드 트랙이 발매된 바 있습니다.



Q. 다양한 도전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있다면?

A. 저는 호기심이 많고 열정적인 성격입니다. 뭔가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 오타쿠적 기질고 파고들기 시작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늘 새로운 시도와 새로운 지식에 목말라 있어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는 늘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고 재미있고 엉뚱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이를 음악, 영상, 몰입형 전시나 공연, 가상현실 등으로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아트와 테크놀로지를 접목한 색다른 시도를 통한 스토리텔링 등을 상상합니다. 아름다움을 같이 나누고 싶고, 제가 느끼는 감동을 같이 느끼고, 혼자 상상하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같이 공유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재미있어하고 그들에게 힘이 된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고 그것을 새로운 프로젝트로 기획 제작하는 과정은 저를 정말 열정적이고 행복하게 만듭니다. 저에겐 그 이상 더 좋은 것은 없어요.

Q. 의사이면서 뮤지션, 멀티미디어 아티스트라는 세 직업이 서로 영향을 주는지? 시너지를 낸다면 어떤 면에서? 특히 이번 앨범에 영향을 미쳤다면 어떻게?

A. 세 가지 사이의 공통점을 하나의 키워드로 압축한다면, ‘치유의 경험’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음악은 저를 치유하였고 제 삶의 열정 되찾고 가장 깊은 사랑의 형태를 이해하게 해주었습니다.

음악의 힘은 강력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마법’ 의 가장 강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사람들을 치유하고 정신을 고양합니다. 음악이 이끌어내는 치유의 마법을 경험한 이래로 몰입형 라이브 퍼포먼스/사운드 설치를 포함한, 음악과 테크놀로지를 결합한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아트로서의 몰입형 예술 경험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Q. 올해 활동 계획은?

A. 저의 지난 6, 7년간의 삶의 여정을 담은 앨범 ‘포그’(FOG)를 이달 말 발매 준비 중에 있습니다. 또한 멀티미디어 프로젝트인 ‘오로라’의 제작, 발매, 전시를 추진 중에 있으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를 통해 저의 음악을 좀 더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에게 전달하려는 계획입니다.

현재 미국 LA에서 활동 중. 국내 개인 활동 또는 협업 활동 계획이 있다면?

A. 올해 중 한국 방문 예정으로 국내 공연/전시, 협업 등의 추진을 고려 중에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조이드로즈 공식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