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2018년부터 네 편의 '대탈출' 시리즈와 두 편의 '여고추리반' 시리즈까지, 무려 여섯 편의 작품을 쉬지 않고 선보여왔다. 멈춤 없이 달려온 만큼 지치기도 하지만, 아직은 계속해 새로운 도전을 하며 달리고 싶다는 정종연 PD다.

티빙 오리지널 '여고추리반2'는 새라여자고등학교에서 전학 간 다섯 명의 추리반 학생들이 더욱 거대한 사건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어드벤처로, 지난 18일 최종회가 티빙을 통해 공개됐다.

'여고추리반' 시리즈가 시즌2까지 이어올 수 있었던 데에는 연출을 맡은 정종연 PD의 힘이 지대했다. tvN '더 지니어스'와 '대탈출' 시리즈의 성공으로 큰 주목을 받은 그이기에 많은 시청자들의 관심이 쏠린 것. 심지어 '여고추리반'은 티빙이 독립법인 출범 후 최초로 도전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였음에도 첫 시즌부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며 구독자 유입을 이끌었다. 두 번째 시즌에서도 좋은 분위기는 이어졌다. 시즌1 대비 354% 많은 유료 가입자를 모으며 티빙 전체 콘텐츠 중 가장 높은 기여 수치(공개 첫날 기준)를 기록한 것. 이후에도 '여고추리반2'는 티빙 인기프로그램 상위권을 유지하며 인기를 반증했다.

이런 반응에 대해 정 PD는 "티빙 관계자분들이 잘 됐다고 하니 잘 된 걸로는 알고 있는데, 사실 전 레거시 미디어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보니 티빙에서의 성과가 피부로 확 와닿진 않는 것 같다. 뇌에서 확실히 이해가 안 될 때도 있고, 수치가 어떤 걸 말하는지도 잘 모를 때가 많다. 다만 아무런 사고 없이 다들 만족스럽게 촬영을 끝냈다는 점에선 기분이 좋다"고 솔직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정 PD는 시즌1과 달라진 부분과 관련해선 "확실히 다른 점이 많더라. 티빙이 그 사이에 많이 성장했다 보니 기본적인 뷰어가 많이 생겼다. 특별히 저희가 뭘 잘하지 않아도 뷰 수가 늘어 있었다. 그런 부분에선 티빙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OTT 플랫폼이 된 것 같다"고 답하면서 "한편으로는 '여고추리반'이 그런 티빙의 성장에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정 PD는 시즌1과 시즌2의 만족도를 솔직히 밝히기도 했다. 그는 "시즌1과 시즌2는 기본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방향이 살짝 달랐다. 개인적으론 시즌2에서 스토리가 강화된 부분은 있는 것 같다. 제 만족도보단 시청자 만족도가 더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시즌2가 더 재밌다고 하신 분들이 많아 좋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긍정적인 변화만 있던 건 아니었다. 기존 1주 2회, 평균 70-80분 분량으로 공개됐던 전 시즌과 달리 이번 시즌은 1주 1회, 평균 70분 내외로 러닝타임이 줄었던 것. 이와 함께 추리하는 요소도 줄어들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정 PD는 "티빙에서 돈을 더 주면 녹화 회차를 늘려서 할 수도 있지만, 제작하는 입장에선 한정된 녹화 회차 안에서 프로젝트를 해내야 했다. 제작비도 시즌1과 비슷했다. 방송계던 영화계던 제작비가 먼저 정해지면 저희는 거기에 몸을 맞추게 되는데, 하고 싶은 게 많아도 예산은 정해져 있다 보니 효율을 따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 PD는 "추리 요소가 줄어든 것 역시 어쩔 수 없었다"며 "주인공들이 의문 속에 남아있는 상태가 지속되면 추리를 아주 코어하게 즐기는 분들 입장에선 불편함 없이 재밌게 시청할 수 있지만, 몇몇 분들에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시즌1을 자체적으로 리뷰해 보니 그런 점이 명확히 느껴졌다. 편집과 설명으로 추리의 힌트나 답을 직접적으로 드러낼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효율이 극단적으로 떨어지더라. 몰입도도 무너졌다. 최대한 설명을 축소하는 게 적절하다 생각해 이런 방향으로 편집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민은 출연자들의 '자유도'에 있었다. 다소 선형적인 스토리 라인을 지양하기 위해 다양한 변칙성과 선택지를 놓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가는 일도 종종 벌어졌던 것. 일례로 출연자들의 동선과 겹치지 않아 제작진이 비닐하우스에 준비해놓은 다수의 검은사슴뿔버섯이 방송에 비치지도 못한 일이 있었다. "자유도와 관련해선 늘 딜레마가 있는 것 같다"는 정 PD는 "안 나가서 무척 아쉽지만, 시즌2의 자유도가 높았던 만큼 어쩔 수 없다 생각한다. 좋은 그림들이 효율적으로 방송되길 원하지만 저희가 선택한 부분만 보여드릴 수도 없지 않냐. 아쉽다고 시청자들께 보여드리는 건 저희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정 PD는 "다만 이런 자유도가 있기에 높은 몰입도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며 "저희 프로그램의 매력도 이런 '과몰입'에 있다고 본다. 실제로 출연자들도 '과몰입'해 감정이 폭발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욕을 내뱉기도 하지 않냐. 추리 소설이나 영화와 달리 직접 추리를 풀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시청을 넘어 체험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게 '여고추리반'의 매력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더 현실적인 추리, 추리물다운 추리를 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여고추리반2'는 메인 빌런 선우경(김영인)이 사실 죽음조차 장난으로 연기했던 것이라는 반전이 드러나며 종영했다. 후속 시즌을 암시하는 엔딩에 시즌3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는 건 당연. "개인적으로 선우경은 정말 잘 만든, 좋은 빌런이라 생각해 이렇게 보내긴 아쉬웠다"는 정 PD는 "또 우리의 세계관 안에선 선우경의 레벨이 우리 추리 초짜 여고생들이 넘기엔 아직 어렵다 판단했다. 그래서 살려두긴 했지만 아직 다음에 어떻게 해야지라는 계획은 아직 없는 상황"이라며 "시즌3에 다시 등장할지도 아직 미정이다.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정 PD는 "많은 시청자분들이 출연자들이 하복을 입은, 여름 촬영을 기대하시고 계신데 저 역시 하고 싶다"면서 "다만 출연자들이 고생스럽긴 할 것 같다. 특히 메이크업을 많이 하고 오시는데 끝나면 생얼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출연자분들이 계속 과몰입 상태라 재밌게 할 거라 생각한다"라고 전해 기대를 높였다.

정 PD는 하는 말이 대부분 현실로 이뤄져 생긴 '비비가 하는 말은 다 이루어진다'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그는 "비비가 하는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이유는 비비가 프로덕션적인 감각이 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사실 이번 시즌도 합숙을 고민했었다. 비비가 언급한 것처럼 기숙학교를 딱 생각한 건 아니지만, 합숙을 하며 촬영을 몰아하면 어떨까 싶었다. 다만 스케줄이 맞지 않더라. 시즌3 때라고 그게 가능할 지도 잘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정 PD는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을 하는 2년 동안 거의 못 쉬었다. 예전엔 1년에 하나 밖에 안 했음에도 제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처럼 느껴졌는데 지금은 1년에 두 개를 하고 있지 않냐. 때문에 번아웃까진 모르겠지만 지칠 때로 지친 상태인 것 같다. 아이디어적인 차원이나 정신적인 면에서 쉬고 싶은 면이 있다. 올해는 방송계 전체가 물밑에서 많은 지각 변동과 변화가 예고되는 해라고 생각한다. 저도 여러 가지 생각할 것도 많아 그런 한 해가 될 것 같다. 새로운 도전도 많이 고민하고 있다. 세계를 향한 기회의 문틈이 살짝 열려 바깥을 볼 수 있는 시기인데 지금을 놓치면 안 되지 않나, 할 수 있을 때 해야 하지 않나 생각도 든다"면서도 "어쨌든 전 두 시리즈를 계속할 생각은 있다. '대탈출'과 '여고추리반'은 분명 돌아올 것이다"라고 답해 기대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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