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석=16만원, 뮤지컬 마니아들 호갱 취급에 뿔난 이유 [이슈&톡]
2022. 08.12(금) 17:28
티브이데일리 포토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뮤지컬계가 또 한 번의 티켓 가격 인상으로 진통을 겪고 있다.

12일 뮤지컬 '웨스트 사이스 스토리'의 전체 캐스트와 함께 공연 관련 정보가 공개됐다. 티켓값 인상 소식이 기습적으로 통보되자 마니아 관객들 사이에는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 3년 만에 '또' 인상, 문제점은 그대로

대형 뮤지컬 공연장의 좌석은 흔히 VIP, R, S, A, 많게는 B석까지 나뉜다. VIP석은 1층 좌석의 앞 구역, 중앙 구역을 중심으로 책정되며 R석은 1층 사이드 구역, 뒷 구역, 2층 앞 구역 등으로 책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11월 개막하는 이 공연의 티켓 가격은 VIP석 16만원, R석 13만원, S석 1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그간 일부 내한 공연이 18만원 대의 가격대를 형성한 적은 있지만, 국내 프로덕션이 제작하는 공연이 'VIP석 15만원'이라는 불문율을 깬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0년 이전 12만원 선에서 유지되던 VIP석 가격은 2011년 무렵 13만원대를 형성하고, 2014년 일부 공연을 통해 다시 14만원으로 인상됐다. R석은 11만원대로 유지돼오던 중 2015년 일부 공연을 기점으로 12만원으로 인상됐고. 이후 수년간 동일한 가격대를 유지하다가 2018년 일명 '주말 차등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되면서 금, 토, 일 사흘 가는 VIP석 가격이 15만원까지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후 전체 요일 15만원이 적용되는 공연이 늘어나면서 VIP석 15만원, R석 13만원이 새로운 기준으로 굳어졌다.

이번 인상은 약 3년 여 만의 변화다. 지난 3년 동안 뮤지컬계는 코로나19의 여파를 정통으로 맞았다. 여기에 물가 상승률, 인건비, 제작비 증가 등이 계속되며 이 부담이 고스란히 티켓 가격에 더해졌다. 또한 일부 공연 제작사에서는 16만원 이상의 가격대를 두고 논의가 오가기도 한 상황, 단기간 대에 추가적인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인상 소식을 접한 관객들은 분노를 터트리고 있다. 특히 티켓 가격이 오른다고 해서 당장 공연의 질이 눈에 띄게 상승하지도 않을 뿐더러, 지불한 비용에 걸맞은 상태의 VIP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격이 계속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객석의 등급을 매기는 일은 제작사 고유의 권한이며, 공연마다 세트 형태, 무대 높이 등에 따라 시야가 달라질 수 있어 정확한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통상적으로는 1층 객석의 중앙 부분을 넘어서면 무대와의 거리가 멀어져 현장감이 떨어지게 되며, 사이드 좌석 역시 중앙 블럭에서 일정 각도 이상을 벗어나면 무대 한쪽이 가려져 온전히 관람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 때문에 객석 간의 차등을 두어 가격을 책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층, 3층 객석에 각기 다른 가격을 매기는 것 또한 같은 원리다.

그러나 최근 대극장에서는 1층 객석의 대부분이 VIP석으로 책정되는 것이 관례로 굳어졌다. 기존에는 1층 객석의 앞구역, 중앙 구역 중심으로 책정이 돼왔지만, 수년 동안 조금씩 뒷좌석과 사이드 구역을 포함하더니 결국에는 시야를 막론하고 1층 좌석의 대부분이 동일한 가격이 됐다. 자연히 티켓 가격 대비 관객의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VIP석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무대와의 거리, 각도, 시야 등에 따라 세분화된 기준으로 가격 차등화를 하는 브로드웨이와는 대조적인 행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악순환 반복, 기형적인 제작 환경은 그대로

국내 뮤지컬 시장은 2000년 연간 매출액 규모 100억원대에에서 20년 만에 연간 4000억원대를 돌파, 40배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을 했다. 하지만 인구 5000만명, 다소 좁은 내수 시장에서 수익을 내려다보니 미국 브로드웨이, 영국 웨스트엔드, 일본 시장 등에 비해 다소 기형적인 형태의 제작·관람 문화가 자리 잡게 된 것이 사실이다.

내수 시장이 좁아 관객 층이 한정돼 있다 보니, 통상적으로 국내에서는 무기한으로 공연을 올리는 소위 '오픈런' 형태의 제작이 어렵다. 때문에 공연 제작사들은 국내 상황에 맞춰 2~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번 새로운 공연을 올린다. 매번 공연을 올릴 때마다 무대 세트, 의상 등을 새롭게 제작해야 하니 기본 비용이 올라간다. 때문에 단기간에 확실한 수익을 내야 하니 마니아 관객들의 다회 관람을 유도하거나, 혹은 일반 관객들을 극장으로 유인할 수 있는 스타 캐스팅이 성행했고, 이로 인해 전체적인 제작비가 상승해 왔다.

이에 제작비를 회수하기 위해 티켓 가격이 또 상승하고,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또 다른 스타 캐스팅을 하는 악순환 구조가 반복되니 이를 지불해야 하는 관객들의 부담은 매년 가중됐다. 또한 티켓 가격의 상당 부분이 스타들의 개런티로 돌아가면서 정작 공연 스태프들의 처우는 개선되지 않는 등 업계 전반의 문제점이 해소되지도 않아 불만이 쌓여온 상황. 이러한 상황에서 'VIP석 16만원 시대'가 열리는 것이 합당한 인상인지, 회의적인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국내 영화 극장가는 전례 없는 수준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관객들이 티켓 가격 인상에 부담을 느끼고, 이 부담감이 관객 부진으로 이어져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고스란히 타격을 맞고 있다. 대중적인 문화생활로 자리 잡았던 영화 시장의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뮤지컬은 아직 대중화를 이뤘다고 보기에 무리가 있는, '사치재'에 가까운 장르다. 티켓 가격이 상승하게 만드는 업계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지 못한 채 단행한 무리한 가격 인상이 자칫하면 뮤지컬 시장 전체를 침체시킬 수 있다는 관객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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