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현민의 호크아이] 오는 7월 개봉되는 영화 '미스터 고'(김용화 감독)에 출연한 배우 성동일이 지난 29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이 영화 프레스 쇼케이스에서 자신을 명품배우가 아닌 가격대비 쓸만한 배우라고 표현했는데 이 한 마디는 참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영화로 성동일은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 이후 세 번째로 김용화 감독과 호흡을 맞추는데 김 감독이 자신을 계속해서 캐스팅하는 이유에 대해 "김용화 감독 정도라면 톱스타를 캐스팅할 수 있는데 계속해서 나를 기용하는 게 궁금했다"며 "어느날 그 이유를 물어보니 가격대비 연기가 괜찮고 자신에게 대들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라고 설명했다.

배우는 여러가지 종류로 나뉜다. 우선 대중이 흔히 아는 잘 생기거나 예쁜 배우가 있다. 그리고 그 외모만큼이나 인기가 높은 톱스타가 있다. 남자로는 장동건 원빈 조인성 소지섭 현빈, 여자로는 김태희 송혜교 손예진 이민정 등을 들 수 있다.

톱스타이면서 연기력까지 겸비한 배우가 최민식 송강호 황정민 전도연 등이고 그 중에서도 우월한 외모까지 갖춘 배우가 장동건 수애 등이다. 그리고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있다.

주인공의 리그에서 벗어나면 조연이지만 주연도 가능할 정도로 존재감과 연기력이 빛나는 배우가 있다. 손현주나 성동일이 그런 배우다.

이런 배우들은 성동일의 표현대로 톱스타만큼 개런티는 비싸지 않지만 그 개런티 이상의 훌륭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선 인기와 외모만으로 뽑는 주인공의 다소 부족한 연기력을 충분히 커버해주니 좋고 뛰어난 연기력으로 자신만의 존재감을 빛나게 함으로써 작품의 퀄리티를 높여주니 효과적이다. 더구나 명품 조연으로 소소한 재미를 주는 부분까지 활용도가 다양하다.

우리는 KBS2 '전우치'나 SBS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의 성동일의 값어치에 대해 충분히 보고 들어왔다. '전우치'는 그동안 코믹연기의 달인인 차태현이 의외로 잘못 만난 1인2역으로 본연의 연기력이 퇴색했다는 평가와 더불어 그의 상대 악역으로 등장한 이희준의 부족한 연기력과 캐릭터와의 싱크로율 부족에서 발생한 미스캐스팅 논란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런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 연기자가 바로 성동일이었다. 그가 맡은 봉구는 천한 사복시 관노 출신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사형당할 위기에 처하지만 기별서리 이치(차태현, 전우치의 변신)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뒤 조보소에 들어가 그를 모시는 경방자 역할을 하는 가운데 밤에는 전우치의 훌륭한 조력자로서 활약한다.

여기서 성동일은 차태현과 이희준 그리고 유이의 부족한 연기력의 틈새를 훌륭하게 메꿔주는 가운데 작품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면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는 선봉에 나섰다.

'장옥정'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거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화면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굴욕을 겪는 가운데 주인공 김태희의 연기력이 욕을 먹으며 쉽게 부상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 악역을 맡은 성동일의 연기력이 호평을 받으며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청자들조차도 김태희의 미모에 흥미를 느꼈다가 결국 성동일의 명품연기에 빠져들고 있는 셈.

그렇다면 연출자나 제작자 등 제작진의 배우들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일반 관객이나 시청자 중 다수는 '누가 나온대?'가 작품을 보는 평가기준이다. 배우가 누구냐에 따라 표를 사거나 채널을 선택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는 자본주의가 낳은 스타시스템 아래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다. 직접 보기 힘들고 작품이 아니면 클로즈업된 얼굴을 보기 힘든 스타의 모습과 그들의 새로운 변신을 눈과 귀로 즐기기 위해 대중은 돈과 시간을 투자한다.

따라서 제작진은 티켓파워를 지닌 배우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하는데 총력을 기울인다.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작품'보다는 '상품'이 우선이다.

다음은 당연히 연기력이다. 아무리 티켓파워를 가진 배우를 주인공으로 끌어들였다고 하더라도 그를 받쳐주는 훌륭한 연기력의 상대역이나 한 등급 아래의 명품조연이 없다면 작품의 완성도는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기력과 더불어 티켓파워를 동시에 지닌 김윤석 하정우 황정민 등은 모든 연출자와 제작자들이 군침을 흘리는 캐스팅 1순위 스타들인 것이다.

세상에 1등만 있다면 그 1등의 값어치는 없다. 2등도 3등도 100등도 있기 때문에 1등의 값어치가 빛나는 것이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모든 배우들이 저마다 주연배우만 맡겠다고 아우성 친다면 작품은 생산될 수 없다. 주연도 필요하지만 그 주연을 더욱 훌륭하게 돋보이도록 옆과 뒤에서 보조조명을 쏘아댈 수 있는 훌륭한 조력자, 즉 조연배우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배우의 참값어치는 당연히 연기력에 있다. 현재 MBC 월화드라마 '구가의 서'에서 화제를 불러일으키는 신인 배우는 단연 구월령 역의 최진혁이다. 그는 1, 2회에서 잘 생긴 외모와 도드라지는 캐릭터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최근 재등장해 아들 최강치 역의 이승기와 불꽃 튀는 연기대결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최진혁은 생짜 신인이 아니다. 지난 2006 KBS2 드라마 '일단 뛰어'로 데뷔한지 벌써 7년이 된 중고신인이다. 그가 그 돋보이는 외모에도 불구하고 7년이 넘도록 스타덤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연기력이 무르익지 못했기 때문이다. 감독은 아무리 잘 생겼더라도 인기가 있거나 연기력을 갖춰야 캐스팅하지 가능성만 보고 모험을 하지는 않는다.

외모로만 따진다면 최진혁이 이승기에 비해 뒤질 게 없다. 하지만 이승기는 모든 제작자가 탐내는 티켓파워를 가진 것도 모자라 가수 출신답지 않게 연기력까지 갖췄다. 그가 최진혁보다 뛰어난 점, 그래서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찬 이유다.

'구가의 서'에서 보여주는 최진혁의 연기력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가 이승기를 뛰어넘거나 최소한 어깨를 나란히 하려면 필요한 것은 당연히 연기력이다.

그런 면에서 성동일은 활용도가 다양하게 넓게 열려있다. 그 어떤 배역, 어떤 자리에 내놔도 그는 자신이 받는 개런티 이상의 활약을 해낸다. 왜? 연기력이 탄탄하니까.

사실 황정민이라는 배우를 평가할 때 그의 얼굴만 보면 충무로의 모든 영화인들이 탐낼 만큼 그리 우월한 '미모'는 아니다. 하지만 영화 '신세계'에서 그가 맡은 조폭두목 정청 역은 그가 아니면 그렇게 훌륭하게 표현될 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연기는 완벽했다. 제작진이 그를 강렬하게 원하고 관객들이 그의 존재감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하는 이유는 외모가 아닌, 연기력에 있다. 연기력에 몰입해 그의 매력에 빠져들다보니 얼굴마저도 호감으로 변하는 것이다.

장동건은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한창 잘 나가던 1999년 뜬금 없이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 전혀 존재감이 빛나지 않는 조조연급으로 출연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연기력의 빠른 성장, 그리고 영화배우로서의 빠른 적응이 목적이었다. 그래서 그는 '친구'로 정상급 영화배우가 된 이후에도 연기력 성장을 위해 자신의 평소 개런티의 10분의 1 밖에 안 되는 출연료를 받고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에 출연한 바 있다.

결국 배우의 참값어치를 결정하는 기준은 연기력이라는, 아주 교과서적인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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