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공연장에 온 건지, 핫한 바에 온 건지 헷갈릴 정도로 무대 위에는 바는 물론 당구대, 테이블 그리고 밴드 등이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관객들이 테이블과 바에 앉아 있고, 배우들은 막이 오르기 전 관객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술을 건넨다. 또 객석까지 내려와 편하게 대화를 나누고 기분 좋게 하이파이브까지 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무너져 있는 공연은 여럿 있었지만 뮤지컬 ‘머더 발라드’(연출 이재준)처럼 자유롭고 화끈한 작품은 처음이다.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2012년 맨하튼 씨어터 클럽에서 초연될 당시 티켓팅을 하려는 관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섹시한 배우들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바석은 제일 먼저 매진되는 등 근래 공연된 작품 중 가장 핫한 공연으로 여겨졌다.

스토리만 보면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이 따로 없다. 자유로운 영혼 탐과 사라는 3년을 사랑했지만, 권태기가 찾아오자 탐은 사라를 배신한다. 이에 상처를 받은 사라는 거리를 방황하다 마이클을 만나게 되고 두 사람은 결혼한다. 다른 부부들처럼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중 사라는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끼게 되고, 탐을 찾아가 위험한 사랑에 빠진다. 결국 마이클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고, 이들의 사랑 또한 심하게 어긋난다.

“내일은 없다. 하지만 시작에는 끝이 있지” TV 속에서 소위 막장이라 치부 되는 불륜 스토리, 시작이 있으니 끝도 있다. 하지만 뮤지컬 ‘머더 발라드’가 특별한 이유는 이 스토리가 아니라 물 흐르듯 무대 위를 자유롭게 활보하는 배우들의 움직임과 폭발하는 가창력, 매혹적인 음악, 스타일리시한 조명이다. 송스루 뮤지컬이지만 한 치의 지루함도 없다.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은 공간의 제약까지도 초월하게 만든다. 배우들이 보여주는 무대 위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호흡 또한 의외의 재미다.



극이 진행되는 90분 동안 쏟아지는 39곡의 넘버는 감정적이면서도 자극적이기에 더 강렬하게 다가온다. 특히 탐과 사라의 고뇌를 드러내는 ‘유 비롱 투 미(You Belong To Me)’와 금기된 사랑의 감정으로 흉터가 남은 탐과 사라의 노래 ‘마우스 타투(Mouth Tattoo)’ 그리고 반복되는 일상에 지쳐가는 사라의 ‘커피즈 온(Coffee’s On)’은 오래도록 머릿속에 남아 이들의 사랑에 특별함을 덧입힌다.

탐과 사라를 연기하는 배우는 각각 네 명씩이다. 탐 역은 최재웅 강태을 한지상 성두섭이, 사라 역은 임정희 장은아 린아 박은미가 맡고 있다. 처음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당시 한 배역에 왜 이렇게 많은 배우가 출연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하지만 개막과 동시에 이 같은 의문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무대 위를 거침없이 뛰어다녀야 하는 배우들의 체력 때문에 이 같은 캐스트는 당연한 것이었다.

이들은 진한 스킨십이 주를 이루는 탐과 사라를 연기하기에 전혀 모자람이 없는 섹시한 매력을 연기력과 가창력에 매끈하게 덧입혔다. 그렇기에 두 사람이 얼마나 많이 사랑하고 있는지 그 깊이를 다 알 수는 없지만 왜 이들이 사랑하는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사라를 사랑하는 남편 마이클 역은 홍경수와 김신의가 번갈아 연기하고 있다. 잔잔했던 호수에 파문이 일 듯 한순간에 폭발하는 내공이 상당하다. 또 내레이터 역은 홍륜희와 문진아가 맡고 있다. 한 마리 고양이처럼 요염하면서도 앙칼진 매력이 다분하다. 세 사람의 사랑을 먼발치에서 혹은 바로 옆에서 시니컬하게 바라볼 때의 눈빛과 표정이 무척이나 매혹적이다.

사실 결말은 반전이라고 하기엔 다소 허무하고 또 쉽사리 이해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를 잊게 만드는 것이 바로 광란의 커튼콜이다. 배우들은 관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우고 모든 세포를 불태우기라도 하겠다는 듯 열정적으로 노래하고 무대와 객석 사이를 뛰어다닌다. 본 공연만큼이나 오감을 자극하는 커튼콜의 여운은 공연장을 나간 뒤에도 오랫동안 남아 머릿속을 울린다.

이 겨울, 심장을 뜨겁게 만들어주는 뮤지컬 ‘머더 발라드’는 오는 1월 26일까지 서울 롯데카드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아시아브릿지컨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