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김경현 아직 안 죽었습니다."

폭풍 고음 4옥타브를 자랑하는 첫 디지털 싱글 '끝이래'를 들고 컴백한 김경현의 한 마디다. 멤버 시하(Siha)와 함께 그룹 더 크로스(The Cross) 활동으로 '사랑하니까' '떠나가요, 떠나지마요' '돈 크라이(Don't Cry)' 등 각종 고음역의 노래를 부르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김경현은 최근 만 4년 만에 신곡을 들고 돌아왔다.

김경현이 첫 디지털 싱글 '끝이래'의 주무기로 내세운 건 널리 알려졌듯 그의 장기인 '고음'. 그중에서도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 음인 4옥타브를 강조했다.

"4옥타브라는 말이 많아져서 사람들이 고음에 무뎌져 있는 거 같아요. 진짜 4옥타브 음이 뭔지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또 고음 보컬이다 보니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 예전만큼 소리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할 수 있을 때 대중에게 보여드리자고 생각했죠. 그리고 제대로 된 고음으로 '김경현 아직 안 죽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4옥타브라면 음계의 한 음이 4개가 나와야 한다. 이에 옥타브가 높다면 그만큼 많은 음역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4옥타브를 넘나드는 가수는 많지 않다. 4옥타브를 올릴 수 있는 건 타고났기 때문일까 노력으로 만들 수 있는 걸까. 김경현은 진지하면서도 유쾌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천하의 임재범, 이승철 선배님도 노력하는데 제가 어떻게 노력을 안 할 수 있겠습니까. 저는 기교보다 고음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래서 고음을 쫓아서 노력했죠. 그래도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없지는 않은 거 같아요. 고음이 나오려면 성대에서 진동이 많아야 하거든요. 또 저희 아버지가 노래를 잘 부르세요. 하하"

그룹이었던 더 크로스 활동을 마치고 멤버인 시하의 재계약이 불발된 뒤 김경현은 솔로 앨범을 내고 군 생활을 시작했다. 그렇게 3년 7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오랜만에 나오는 앨범인 만큼 부담감과 떨리는 마음이 크지 않을까.

김경현은 "일단은 설레는 마음이 가장 커요"라면서 "부담이 되지 않느냐고 물으시기도 하지만 전 데뷔할 때로 돌아간 것처럼 설레기도 하고 또 자신감이 더 생긴 거 같아요"라고 자신만만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제가 30대이다 보니 20대 때 했던 음악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진 모습으로 다듬어졌다고 생각해요"라며 "이전에는 고음에 한정돼 있었다면 지금은 음악 부분에서 더 완성도가 생겼다고 자부할 수 있어요. 그래서 더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또 이전에는 프로듀싱을 했던 시하 형의 의견이 더 많이 들어갔다면 이번 앨범은 제 감정이 많이 담긴 앨범이라 더 자신감이 생긴 거 같아요"라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앨범을 내면 누군가가 들어줘야 기쁨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는 현재 SNS 활동보다는 아직 미니홈피를 팬과의 소통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 미니홈피에는 꾸준히 그를 찾는 팬들이 응원의 글을 남기고 있다. 그가 군대에 간 뒤에도 변하지 않고 있는 팬이 있기에 그가 음악을 하면서 느껴지는 마음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어린 나이였고 인기를 좇았기 때문에 팬들의 사랑을 진심으로는 못 느꼈던 거 같아요. 더 크로스라는 팀은 2003년 데뷔였지만 저는 2005년 데뷔라 내후년이면 10년 차 가수가 되죠. 팬들이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제 미니홈피를 찾아 일부러 로그인하면서까지 글을 남겨주곤 해요. 지금은 SNS를 더 많이 사용하는데도 일부러 찾아준다는 것. '이게 정말 팬들의 사랑이구나' '한 사람을 위해서 끝까지 노래한다는 마음이 이런 거구나'라고 확실히 느꼈죠. 팬들에게도 그렇게 노래하겠다고 전해드리고 싶어요."

김경현은 솔직했다. 과거에는 인기를 좇았다고. 인기를 얻기 위해서는 방송을 해야 그 효과가 크다. 그러나 그가 활동했던 그룹 더 크로스의 방송활동은 많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경현은 "당시에 저는 인기에 욕심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 소속사에서는 '너희는 노래만 했으면 좋겠다. 너희 노래가 세상에 많이 알려지면 방송이 따라올 거다'라고 말해줬죠. 못하게 하니까 더 하고 싶었는데 군 생활을 하면서 삶에 대한 방향들이 많이 바뀌었어요"라고 말을 이었다.

그는 "이런 말을 하면 가수들은 다 똑같은 얘기를 한다고 하실 거예요. 하지만 정말로 방송을 하면 무척 좋겠지만, 지금은 방송이 아니더라도 노래를 할 수 있는 무대를 주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라디오든 어떤 무대에서든 라이브를 할 수 있다면요. 제가 얼마나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지 알게 됐거든요"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노래와 인기, 어느 게 더 가지고 싶으냐는 질문을 다시 한 번 던졌다. 김경현은 "이 전에는 저도 인기를 얻고 싶어서 동방신기 같은 아이돌 친구들을 무의식중에 꿈꾸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됐고, 꾸준히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팬을 보면 과거에 인기를 좇았던 모습이 어리석었던 거 같아요"라고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앨범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정말 사비로 앨범을 내더라도 팬들에게 노래를 많이 들려드려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돈을 좇으면 돈에 쫓긴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맞는 거 같아요"라며 "신곡 앨범이 잘 되면 정말 좋겠지만, 앞으로도 들려줄 수 있는 노래는 많으니까요"라고 노래에 대한 깊어진 애정을 드러냈다.

한 층 더 성장하고 깊어진 김경현은 계속해서 노래에 대한 애정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에게 노래란 어떤 의미일까.

"제게 노래란 쉬는 곳. 오히려 쉼터 같아요. 제 직업이고 일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정말 편안해질 수 있거든요. 노래하다 지치고 힘들어도 노래로 치유를 받아요."

4옥타브도 거뜬히 소리내는 고음 보컬다운, 그리고 노래를 사랑하는 가수다운 대답이었다.



** P.S 인터뷰

- 한 때 춤을 췄다던데.

7년 동안 비보잉을 했어요. 그때는 계속 춤으로 나갈 생각도 했기 때문에 제가 가수가 됐다는 소식을 들은 어린 시절 친구들은 제가 댄스가수가 됐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그런데 저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김경호 선배의 노래를 들었고 고음에 관심을 갖게 됐죠. 대학교 때 밴드에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노래를 시작했어요. 가요제는 고등학교 때부터 나가서 1, 2등을 하기도 했어요.

- 요즘 즐겨듣는 노래는.

원래 장르 불문하고 노래는 다 좋아해요. 아이돌 후배들의 무대에서도 배울 수 있는 점이 많아요. 효린이나 시아준수는 정말 노래를 잘하잖아요. 이들한테 저에게는 없는 부분들을 캐치해서 연습해 보기도 하고, 엑소 같은 팀에게서는 무대 매너를 배우기도 하죠.

- 더 크로스 앨범은 언제쯤 볼 수 있나.

더 크로스 멤버인 시하 형과 지금도 잘 지내고 있어요. 형이 먼저 입대했고, 전 소속사와 계약이 끝난 상태였어요. 저도 솔로 앨범을 내고 나서 계약이 끝났고요. 그때 형이랑 저는 ‘우리가 회사와 헤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둘은 절대 헤어지지 말자’고 얘기했죠. 그 후로 형은 프로듀서로서 먼저 자리잡고 있고, 저는 보컬로 자리를 잡은 뒤에 다시 해보자고 했죠.

- 여자친구는 없나.

입대 전 30살 때 23살인 친구를 만났어요. 하지만 입대하면서 앞길이 창창한 친구이니 또래를 만나라고 헤어지자고 했죠. 이후에는 여자친구가 없어요. 지금은 일에 더 전념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 이상형은 어떤가.

인상이 강한 서구적인 스타일이 좋아요.

- 무대에 오르기 전 특별한 습관이 있나.

말을 하면 목을 상하게 할 수 있어서 무대에 오르기 전에는 말을 줄이고 유자차나 오미자차를 마셔요. 단, 커피나 녹차는 피하죠. 휴식을 많이 취하는 편이에요.

- 10초간 앨범 홍보.

이번 앨범에 제 의견이 많이 반영되고 오랜만에 나오는 것인 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고 생각해요. 들으시면 실망하시지 않을 거예요. 많이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조해진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