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오태경(33)이란 배우를 아는 사람들은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그를 ‘신의 선물’에서 보게 될 줄이야.

SBS 월화드라마 ‘신의 선물’(극본 최란 연출 이동훈) 1회 문구점 주인으로 얼굴을 살짝 비춘 오태경은 6, 7회 사이코패스이자 소아성애자인 장문수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6회 말미 자신의 집에 몰래 들어온 김수현(이보영)에게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장면은 섬뜩했다. 7회 기동찬(조승우)과의 취조실 장면은 보는 사람마저 숨죽이게 하며 화제가 됐다.



7살 때 유치원 대신 방송국을 찾았던 오태경. 이 후 벌써 26년째 크고 작은 역할을 마다하지 않고 연기한 탓에 지난 2010년 1년간의 공백기가 가장 오래 쉰 기간이다. 어느덧 아역배우에서 30대 배우로 접어든 그에게 최근 ‘신의 선물’ 속 연기에 대한 호응들은 얼떨떨하기만 하다.

그는 제작진을 포함해 시청자들에게 “연기 잘했다”는 말을 듣는 것이 무안했다고. 이에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좀 더 완벽한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빈틈이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겸손해했다.

조승우와의 호흡은 어땠을까. 오태경은 “작품으로도, 사적으로도 처음이라 서먹했지만 현장에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상대적으로 내가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극중 장문수는 멍한 표정에서 풍겨오는 섬뜩함이 있다. 말기암 아버지에게 자신의 죄(아동납치살해)를 뒤집어씌운 것이 기동찬(조승우)에게 발각되자 그 가면을 벗고 광기를 드러냈다. 오태경은 영국드라마 ‘셜록’의 짐 모리아티, 영화 ‘아메리칸 히스토리 X’의 데렉 빈야드 캐릭터를 참조해 자신만의 사이코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평생 연기하고 싶다는 그에게 배우라는 직업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7살 때부터 해온 연기가 편해질 법도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갈망이 늘은 건 3,4년 밖에 안됐다”라고 밝혔다.

그는 “아역배우다 보니 의지로 연기를 시작한 게 아니었다. 성인이 되며 연기에 대해 진지한 생각을 했다”며 “3, 4년 전 의도치 않게 일이 없던 1년간 연기가 하고 싶어 죽겠더라. 그 때 연기에 대해 절실하고 절박해졌고, 갈망하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 ‘알포인트’ ‘마이웨이’ 등 군대 소재 영화를 두 편이나 했지만 정작 그는 갑상선항진증으로 군대에 가지 못했다. 병을 앓고 나니 안구가 돌출돼 사람들로부터 얼굴이 변했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같은 병을 앓고 있는 그의 친누나는 영화 ‘해부학교실’을 보다 그의 변한 외모를 모고 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그는 외모가 예전보다는 못해졌을지언정 배우로서는 멋있어 진 것 같다며 밝게 웃었다. 곱상하고 소년 같았던 외모에서 강렬하고 짙어진 오태경의 얼굴이 숀 펜, 에드워드 노튼 같은 연기파 배우를 좋아하는 그에게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5년 만에 짧고 굵게 출연한 드라마 ‘신의 선물’. 오태경은 “출연여부와 상관없이 보고 싶은 드라마였기 때문에 이제는 시청자의 입장에서 마지막까지 추리를 함께 하겠다. 나 이후에 나올 누군가가 기대가 되기도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선택을 받는 입장이기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 한, 다양한 역할로 계속 연기를 하고 싶다. 열심히 할 준비는 되어있는 사람이다. 어떤 걸 하게 될지 나 또한 궁금하다. 어떤 역할이 됐든 ‘참 열심히 연기 하네’란 소리를 듣고 싶다. 그런 배우이고 싶다.”

영화 ‘조난자들’에 이어 드라마 ‘신의 선물’로 올해 확실한 인상의 남긴 26년차 배우 오태경의 다음 역할이 궁금해진다.




[티브이데일리 김유민 기자 news@tvdaily.co.kr/ 사진=송선미 기자, SBS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