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연예인을 직업인으로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겼음이 드러나며 자가당착의 상황에 빠졌다.
이는 서울종합예술실업학교(SAC, 이하 서종예)의 교비 횡령 및 로비와 관련된 비리 수사가 정치권으로까지 확대되며 드러난 사실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임관혁)는 서종예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새정치민주연합 신계륜(60·서울 성북을)의원과 김재윤(49·제주 서귀포)의원을 출국 금지 조치하고, 이번 주 중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
두 의원은 서종예 측으로부터 5000만원씩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서종예로부터 1500만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62·인천 계양갑) 의원에게도 소환을 통보했다.
검찰 측은 우선 신계륜 의원 측 비서관과 신학용 의원 측 보좌관을 5일 참고인 자격으로 불러 수사를 진행했다. 사건에 연루된 의원 측은 “결백하다. 뇌물 수수 등의 혐의는 사실 무근”이며 “검찰에 소환 통보도 받은 바 없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보좌관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지만 의원과는 무관한 일”이라며 의혹에 대해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서종예의 김민성 이사장과 신계륜, 김재윤 의원 등이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와 CCTV, 입법 관련 문서들을 이미 증거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계륜, 김재윤, 신학용 의원 등이 서종예로부터 뒷돈을 받은 이유는 직업학교의 이름에서 ‘직업’을 빼고 ‘학교’를 정식 명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대가였다.
이에 대한 증거도 확보된 상황이다. 검찰은 김민성 이사장과 지인들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 입법로비용 자료들을 다수 발견했다. 검찰은 김민성 이사장이 건넨 이 자료들을 토대로 법안이 만들어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가 갑자기 서울종합예술실업학교로
국회 환경노동위 위원장인 신계륜 의원은 지난해 9월 12일 ‘근로자 직업능력 개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재윤 의원은 법률안 개정안 발의자 20명에 포함됐으며 신학용 의원 역시 서종예의 돈을 받고 법안 통과를 측면에서 도와주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신계륜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고용노동부가 지정한 직업훈련시설에 ‘직업’이라는 표현을 강제하는 것은 중복 규제인 만큼 이 단어를 뺄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는 법인 명칭에 이미 ‘직업’이나 ‘직업능력개발훈련’이라는 표현이 있는데도 학교의 명칭까지 직업이라는 표현을 강제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뒷받침했다.
또한 신계륜 의원 측의 법안에는 직업훈련원의 이름에 직업 대신 학교라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그러나 이는 지난 4월 21일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과정에서 일부 의원의 반대에 부딪혔다.
반대 의견을 내놓는 의원은 “온갖 민간의 학원들도 훈련비를 위해 지정직업훈련시설 인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 ‘학교’라는 명칭까지를 허용한다는 것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라며 언성을 높였다.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역시 “‘학교’라는 명칭을 함부로 쓰면 혼란이 있을 것”이라며 탐탁치 않아했다.
결국 ‘학교’ 대신 ‘실용전문학교’로 표기하도록 수정된 개정안은 이틀 후인 23일 신계륜 위원장이 사회를 본 환경노동위 전체 회의에서 가결됐으며, 같은 달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찬성 192명, 기권 1명으로 통과됐다. 이후 서종예 측은 기다렸다는 듯이 학교 명칭을 서울종합예술직업학교에서 ‘직업’이라는 단어를 뺀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로 바꿨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스스로 부끄럽게 여긴 서종예
신계륜 의원은 사실상 서종예에 특혜를 주기 위한 목적으로 통과시킨 ‘근로자직업능력 개발법’의 개정 이유로 “직업학교라는 표현이 재학생들에게 자부심보다는 열등감을 심어주고 사회적으로 비주류 직종에 종사할 사람들이라는 낙인과 선입견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어 개선돼야 한다”라는 것을 들었다.
이는 무엇보다 교육기관으로서의 자부심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온 서종예의 두 얼굴을 낱낱이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특히 서종예가 어떤 취지로 설립된 교육 기관인지를 생각해본다면 이와 같은 개정법을 위한 로비는 앞뒤가 맞지 않다는 반응이다.
서종예는 지난 2003년 직업훈련원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으로 2009년부터는 4년제 학사 학위를 딸 수 있는 학점은행제 평생교육기관으로 인가받아 운영 중이다.
무용예술, 연기예술, 음악예술, 패션예술, 패션모델예술, 뷰티예술, 디자인예술, 실용음악예술, 뮤지컬예술, 공연제작콘텐츠 등 10개 학부를 편성해 운영하고 있으며 건학 이념은 ‘참되고 능동적인 예술인’을 길러내는 것이다.
이들은 특성화, 전문화 된 현장 실무 중심의 교육커리큘럼을 토대로 운영되는 예술현장에서 최고의 권위자로 명성을 쌓아온 전문 교수진을 중심으로 양질의 실용예술 전문 인력을 현장으로 배출하고 있다고 스스로를 홍보했다.
이 과정에서 김민성 이사장은 “세계 역사에 남을 예술학교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는 표면적인 홍보 문구일 뿐, 현실은 스스로가 부끄럽다고 여기는 비주류의 직업인을 양성하고 있었다.
특히 로비의 주축으로 거론되는 김민성 이사장은 서종예의 전신인 연예학원 ‘엠티엠’을 통해 오랜 시간동안 관련 직업인을 양성해 왔다. 엠티엠은 현재 활동하고 있는 연예계 주류들이 대거 거쳐 갔을 정도로 명성이 있고, 오랜 시간동안 명맥을 유지해오고 있는 교육기관이다.
이런 김민성 이사장이 연예인이라는 직업에서 직업이라는 글자를 빼기 위해 뒷돈을 건넸다는 것은 결국 스스로 교육인이기를 포기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부분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결국 서종예는 연예관련 직업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이 되기보다는 수익을 크게 창출해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를 위한 학생모집에 급급한, 전혀 당위성 없는 행동을 해온 것이다.
서종예와 비슷한 연예 직업 훈련원이 많이 생겨나는 것도 서종예의 사업적 성공을 목격한 후의 일들이다. 이들 훈련원들 역시 서종예의 로비로 이뤄진 개정안의 시행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직업이라는 글자를 버리고 이름들을 수정했다.
이는 결국 연예계 직업인을 양성하는 교육기관의 질을 전체적으로 저하시키는 꼴이 됐다. 연예 관련 직업 훈련원들은 서종예를 따라 교육기관의 본 목적을 잃었다. 또한 편법만을 찾고, 수익 창출에만 연연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종예와 관련한 기관들은 여전히 ‘스타를 꿈꾸는 이들’을 학교로 불러 모으고 있다. 최근 들어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꿈꾸는 이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로 이들은 가수나 배우를 꿈의 직종으로 여기며 1명의 우승자를 뽑는 공개 오디션에 지원하거나 서종예와 같은 연예 관련 직업훈련원, 대학의 관련 학과, 학원, 대형 기획사 오디션 등에 지원해 연예 관련 직업인이 되기를 꿈꾸고 있다.
서종예의 이러한 속사정을 알지 못하는 학생들은 자극적인 문구와 스타 강사들의 면면만 보고 이에 현혹, 비싼 수강료를 내고 학교 측이 생각하는 비주류의 꿈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는 당사자들은 떳떳하게 여기는 직업을 교육기관에서 스스로 깎아 내리는 꼴이 됐다.
신계륜 의원실의 이모 비서관은 환경노동위 법안심사소위 당시 개정안의 취지를 묻는 참석 국회의원들에게 “그동안에 노동부가 관리 감독 중심으로 계속 일관해 왔다가 직업전문학교에서는 직업 중심 사회로 가더라도 ‘직업’ 자라는 낙인 때문에 삼류의식을 느낀다고 한다”라며 “‘직업’자가 취업을 하려고 해도 전문대도 못 간 사람들이라는 삼류의식으로 계속 폄하 받고 있으니까 조금만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개칭해 달라는 거다. 전문학교로 가자는 것도 아니고 직업이라는 단어만 빼달라는 거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비서관은 “낙인효과, 이 주홍글씨는 좀 빼달라는 것이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에 ‘삼류의식’ ‘낙인효과’ ‘주홍글씨’라는 자극적인 단어까지 사용해 관련 직업인들을 순식간에 하류로 만들어버린 셈이다. ‘연예인’이란 직업을 3류로 의식했다는 이야기다.
교육자였던 김민성 이사장도, 문화강국을 주장해온 정치인들도, ‘연예인은 3류’라고 치부해버리고, 연예인 교육을 빙자해 자신들의 호주머니만 불렸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된 상황이다.
서종예는 이렇듯 정치권의 중진들이 동원될 만큼의 작업까지 해서 스스로를 깎아내려야 했을까.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뉴시스, 해당 학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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