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강지애 인턴기자] 배우에게 이미지는 중요하다. 대중의 사랑을 얻는 요소임과 동시에 한 가지 이미지로 고착화될 우려를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기 때문이다. 영화 '한공주'를 통해 위압적인 분위기로 대중들을 압도시킨 바 있는 배우 김현준(24)은 다소 어려운 이미지로 각인돼 있다. 그런 그가 '아홉수 소년'을 통해 짝사랑하는 그녀만을 바라보며 애를 태우는 순정마초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김현준은 최근 종영된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아홉수 소년'(극본 박유미·연출 유학찬)에서 감정표현에 서툰 돌부처 캐릭터인 박재범 역을 맡았다. 극 중 박재범은 아홉수에 빠진 29세 강진구(김영광)의 입사동기다. 김현준은 실제 자신의 나이보다 5살이나 많은 역할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기존에 연기했던 역할들은 대부분 학생이었어요. 그래서 그 동안 살면서 겪어본 경험들을 통해 비슷한 감정들을 찾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아홉수 소년'의 박재범은 제가 아직 겪어보지 못한 스물아홉 살의 캐릭터였기 때문에 조금 헤매기도 했어요. 그 나이대의 연기를 잘해보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했죠."

김현준은 같은 소속사 동료이자 모델 선, 후배 관계인 배우 김영광과의 관계도 오히려 친해서 문제가 됐다고 털어놨다. 그는 "강진구와 박재범은 드라마 속에서 동갑 설정이라 실제 형, 동생인 이미지를 없애고 싶어 노력을 많이 했다"며 김영광과의 에피소드를 이어 나갔다.

"영광이 형이요? 많이 챙겨줬죠. 특히 형이 연기한 강진구 역할과는 달리 박재범 캐릭터는 짝사랑하는 설정이잖아요. 그래서 형이 역할에 관한 기술이나 스킬을 알려주셨어요. 여자 주인공을 아련하게 한 발짝 뒤에서 바라보는 방법에 대해서요."

김현준은 이런 박재범이 탐탁지 않은 모양이다. 그는 "재범이는 눈 닫고 귀 닫은 사람 같았다"며 장난 섞인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면 세상에 저런 바보가 다 있을까싶었다"며 한편으로는 그런 박재범의 답답함이 가엾고 불쌍했었다고 말했다.

"실제 연애스타일은 박재범과는 정반대예요. 여자 친구한테 애교도 많은 편이고요. 특히 지금 목소리 톤 보다 한 옥타브 정도 높아져요. 사실 굉장히 집착하는 스타일이거든요."

하지만 극 중 짝사랑 상대였던 배우 경수진은 여자로서 어떠냐는 질문엔 "큐티 섹시한 스타일을 좋아한다"며 단호히 선을 그어 웃음을 자아냈다.


김현준은 확실히 박재범과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연기관에 대해서는 제법 진지함을 보이다가도 친구들과 놀기 좋아하는 그 나이 대 남자들의 자연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기 때문. 그는 실제로도 친한 김영광에 대해 투덜거리는 아이 같은 모습을 보이면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제가 영광이 형이랑 서있으면 왜소하게 보여요. 제 키는 183cm밖에 안되는데 형은 188cm이거든요. 그 형은 골격부터가 달라요. 한국 골격이 아니에요.(웃음) 살면서 깔창 낄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광이 형이랑 같이 하다보니까 안되겠더라고요."

김영광과 투샷이 잡힐 때 마다 신경이 쓰였던 모양이다. 이를 극복해보자 운동도 열심히 해봤지만 따라갈 수 없었다는 김현준은 역시 골격은 타고나는 거라며 고개를 내젓기도 했다.

"운동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영광이형에 비해 저만 몸이 퇴화되고 있는 느낌이에요. 몸이 좀 더 농익어야 하는 것 같아요. 아직 사춘기 몸이에요.(웃음) 제가 봤을 땐 운동보다는 휴식이랑 식이조절이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김현준은 욕심이 많은 친구다. 목표가 '쉬지 말자'란다. 그리고 한 역할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한 역할을 맡아 연기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치기도 했다. 모델에서 영화배우로, 그리고 어느새 신인 연기자의 딱지를 떼고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는 김현준은 새로운 역을 맡게 된 '아홉수 소년' 작품이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박재범에 대한 여운이요? '아홉수 소년' 마지막 촬영을 끝내면서 이미 다 떠나보냈어요.(웃음) 아뇨, 사실은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처음 도전해본 요소들이 많았거든요. 또 한 가지 더 있다면 영광이 형에게 감사해요. 항상 따뜻하고 존경할만한 형이에요. 편하게 해주시려고 해서 감사했죠. '아홉수 소년'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김영광의 재발견이다? 그 전까진 무섭고 어려워했거든요.(웃음)"

[티브이데일리 강지애 인턴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