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김보라는 올해 스무 살이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우연히 찾은 사진관에서 아역 콘테스트를 추천 받고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보조출연, 단역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연기 생활이 올해로 벌써 10년째다. 그래서인지 김보라에게서는 스무 살의 풋풋함 대신 산전수전을 겪고 자신만의 연기관이 몸에 밴 중견 배우의 느낌이 들었다.

김보라는 지난 18일 막을 내린 케이블TV KBSN 'S.O.S 나를 구해줘'(극본 박윤후·연출 이원익)에서 김지후(안용준)의 이복동생인 정유이 역을 맡아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촬영장 분위기가 정말 좋다"며 운을 뗀 김보라는 스태프와 배우들의 돈독한 관계부터 자랑했다. 그는 "프분들과 배우들이 서로 다 친해서 어색한 사람들이 없다. 깨알같이 서로 챙겨주고, 제가 추워해도 스태프들이 서로 나서서 '매니저 어디 갔냐'며 걱정하고 챙겨 준다"며 "안용준 오빠도 굉장히 편하게, 자상하게 챙겨주는 스타일이다. 추우면 핫팩 같은 거 가져다주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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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중 김보라가 맡은 정유이는 매사에 열정적이면서도 엉뚱한 사고방식을 가진 고등학생으로, 이복남매인 김지후를 변화시키는 신비로운 소녀다. 김보라는 이런 정유이의 독특한 매력을 배가시키는 예쁜 외모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김보라는 자신과 정유이와의 '싱크로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고 고백했다. 애교가 전혀 없는 김보라는 유이와의 갭을 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고. 촬영 현장에 도착하면 일부러 기분을 붕 띄우고 장난도 많이 쳤다는 그는 "'내가 유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김보라의 자연스러운 연기의 비결이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일본 원작 드라마에서의 유이는 통통 튀기는 하지만 여성스러운 캐릭터였다. 하지만 그런 유이를 연기하는 김보라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애교도 없었다"며 "감독님이 제 상황을 많이 고려해주셔서 한국판 유이는 통통 튀기는 하지만 좀 더 시크한 아이가 됐다. 덕분에 한결 편하게 연기했다"고 소회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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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라가 유이를 만들어 내면서 겪은 또 하나의 어려움은 '사랑'이었다. 극 중 선배를 동경하는 짝사랑과 이복남매에게 끌리는 금단의 사랑 사이에 놓이게 되는 김보라. 그런 그에게 '사랑'에 대한 질문을 던졌을 때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아직은 이성에 대한 생각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그는 "사랑을 해본 적이 아직 없다. 작품 준비하면서 대본 리딩을 정말 많이 했다. 설레는 감정이 하나도 안 느껴진다고 지적도 많이 받았다"며 "유이가 재인 선배(광수)를 굉장히 좋아하고 첫 만남에 설레야 하는데 제가 계속 김보라처럼 연기하고 있는 거다. 감독님이 계속 '너는 김보라가 아니다. 유이다'라고 말씀해 주셨다"라고 전했다.

비록 사랑을 온몸으로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 김보라는 유이가 느끼는 사랑을 연기하기 위해 절치부심했다. 캐릭터 연구에도 열심이었다. 이는 예뻐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살을 뺐다는 그의 말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그는 "유이가 겉으로는 밝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사람이다. 그런 성격이라면 밥 먹을 틈도 없지 않았을까 싶었다"고 당당하게 답했다. 이런 그의 매력은 스무 살 답지 않은 성숙한 연기관에서도 드러났다.

"연기할 때 예뻐 보이고 싶지는 않아요. 연기적인 것들에 더 치중하고 싶죠. 카메라에 제가 어떻게 나오는지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에요. 제가 너무 신경을 안 쓰니까 감독님은 '예쁜 척 좀 하라'고 주문을 하시기도 해요. 방송을 보시면서도 저를 연기 대신 외모를 보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요. 전 그게 부담스러워요. 제 연기만 봐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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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보라의 모든 생각은 연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스무 살, 보통의 여대생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미용이나 연애에 대한 이야기는 김보라와 거리가 멀었다. 이어진 대학 이야기에서도, 취미 이야기에서도 김보라의 생각은 항상 '어떻게 하면 연기를 더 잘할 수 있을까'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대학도 사실은 어쩌다 보니 들어오게 됐다. 딱히 대학 생활에 대해 로망을 가진 적도 없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입시 준비를 하다 대학교에 들어왔다"며 "사실 학교에서 수업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연영과는 현장 경험이 제일 크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현장에서는 제가 잘못하면 엄하게 꾸짖어줄 분들이 많이 계시고 제게는 모두 큰 도움이 된다"고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였다.

김보라는 자신의 연기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도 나이답지 않은 냉철하고 날카로운 관점을 드러냈다. 스스로를 '단호박'이라고 부르는 그는 자신의 연기를 "물 흐르듯 흘러가는 연기"라고 정의했다. 자신이 연기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끼가 있는 것도 아니라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 김보라, 그런 그의 연기 목표는 확고했고 열정이 강했기에 그의 성장을 기대케했다.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 말고, 제가 맡은 역할로 저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김보라가 연기하네'가 아니라'"유이가 말하네'라고 느끼게끔 하는 거, 그게 제 목표에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