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방송인 강호동을 내세워 야심차게 출발했던 프로그램 '투명인간'이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들고 퇴장했다.

1일 KBS2 예능프로그램 '투명인간' 마지막 회가 방송됐다. 제작진은 멤버들의 인사가 아닌 '투명인간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촬영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란 자막으로 종영을 알렸다.

지난 1월 7일 첫 방송된 '투명인간'은 출연진이 직접 회사를 찾아가 직장인들과 함께 벌이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삭막한 생활에 지친 회사원들에게 활력을 준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유재석과 함께 '국민 MC' 투 톱으로 불리던 강호동의 새 프로그램이었기에 기대감 역시 높았다.

또한 강호동에게 '투명인간'은 자존심을 회복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했다. 지난 2011년 10월 MBC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 폐지 이후 그는 KBS2 '달빛 프린스' SBS '맨발의 친구들' MBC '별바라기' 등 끊임없이 새로운 프로그램을 론칭했지만, 모두 저조한 성적으로 폐지됐다. 이는 믿고 보는 MC였던 강호동이란 브랜드가 최근 몇 년 사이 급격하게 흔들리게 된 계기다.

하지만 '투명인간' 역시 시청률의 저주를 피해 가지 못 했다. 첫 방송에서 4.0%(닐슨코리아)를 기록한 뒤 시청률은 계속 하락했다. 지난 방송에서는 2.2%까지 떨어졌다. 지상파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프로그램으로서는 믿기 힘든 성적표다. "(시청률이 나오는) 목요일에는 인터넷을 끊었다"는 그의 자조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이유다.

결국 '투명인간'은 폐지설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초 '투명인간'이 4월 초 마지막으로 방송되며, 후속 프로그램이 논의 중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 제작진은 포맷 변경 및 현장공개까지 하며 이를 적극 부인했지만, 이는 사실로 밝혀졌다. 이로인해 프로그램의 얼굴이나 다름없었던 강호동은 책임론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강호동의 연이은 부진의 이유는 무엇일까. 한 관계자는 "프로그램 선택 기준이 콘텐츠 자체가 아닌, 사람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프로그램 포맷 자체도 중요한 기준이지만, 의리나 정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 실제로 그는 한 프로그램에서 호흡을 맞춘 제작진과 다음 프로그램도 함께 하는 등 '의리'를 중시하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강호동의 진행 스타일이 '투명인간'과는 맞지 않았다는 시각도 있다. 강호동은 오래전부터 자신이 주도해 흐름을 이끌어가는 프로그램에서 강세를 보였다. '1박 2일'과 '무릎팍 도사'가 그랬고, 현재까지 진행 중인 SBS '스타킹' 역시 그의 힘 있는 진행이 있기에 유지가 된다. 반면 '달빛 프린스'나 '투명인간' 등 여러 멤버 속에 녹아들어야 하는 포맷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좁은 선택 폭 역시 약점으로 작용한다. 채널이 다양화되고 케이블에서도 10%가 넘는 예능프로그램이 나오는 시대지만, 그간 강호동의 선택은 늘 지상파였다. 신동엽과 김구라 등 A급 MC들이 채널을 가리지 않고 넘나들며 변화를 꾀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이를 의식한 탓일까. 강호동 역시 최근 소속사를 통해 종편이나 케이블도 작품이 좋고 자신과 어울린다면 출연할 것이라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 '위기의 남자' 강호동, 과연 끝없는 부진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의 다음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