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 지난 7일 배우 장미인애가 자신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로즈 인 러브’(Rose In Luv)를 론칭했는데 웬만한 명품을 넘나드는 높은 가격 때문에 대중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 브랜드의 ‘추천 상품’ 카테고리에 분류된 기본 스커트의 가격은 30만원 대, 원피스는 40~50만원 대로 청바지 계의 명품으로 손꼽히는 디스퀘어드2 기본 제품이 국내에서 30~40만원 대에 유통되는 것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비싸다.

또 오더 메이드(주문 제작)인 핑크셔츠 원피스는 134만원, 꽃무늬 원피스는 102만원, 호피 셔츠 원피스는 130만원으로 겐조나 버버리 수준이다.

물론 가격은 판매자의 고집이나 자존심 혹은 나름의 계산방식에 근거해 책정되므로 그게 불만스러우면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만이다. 게다가 소득수준이 낮으면서도 루이 비통 백 하나쯤은 갖고 싶어 하는 소비심리의 근간은 그 브랜드의 위상과 이미지 때문이므로 인터내셔널 명품 브랜드도 아닌데다 이제 갓 론칭한 로컬 브랜드에 그런 돈을 투자할 서민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므로 일부러 왈가왈부할 필요 역시 없어 보인다.

명품이 그 어마어마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지갑을 유혹하는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 ‘호갱’인 소비자도 있고, 주제파악도 못할 정도로 과한 과시욕에 눈먼 소비자도 명품회사의 매출을 올리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명품을 써본 사람들은 제품이 ‘그 값’을 한다는 높은 만족도와 함께 자신만의 자족감으로써 정신건강에 이롭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한다.

그 배경은 바로 명품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의 높은 등급과 실용성 그리고 디자이너의 철학과 생산자의 장인정신 등이다. 물론 오랫동안 그 브랜드의 특정 제품에 공을 들여온 노하우와 일관된 장인적 자세 등도 첨가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명품을 소유하면서 ‘명품 셀럽들의 리그’에 입성한다는 성취감도 크게 작용한다.

하지만 연예인이 갓 론칭한 ‘명품’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그 브랜드가 명품이어야 할 최소한의 이유마저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뛰어드는 패션사업 분야는 쇼핑몰이지 자체생산은 아니다. 한때 ‘전지현 청바지’가 고가에 유통되기도 했지만 전지현이 디자인이나 제작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얘기는 없었다. 그저 전지현의 유명세와 뛰어난 몸매를 제품과 연계하려는 상업적 목적만 부각됐을 따름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결과는 이 제품은 빛을 못 보고 사라졌다.

그래서 장미인애의 ‘장미’는 비록 대중의 반발을 유발할지라도 그다지 분노할 수준은 아니라고 지나치는 게 바람직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장미인애는 2013년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뒤 별다른 활동이 없다. 그해 1월 종영된 MBC 드라마 ‘보고 싶다’ 이후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한 적이 없다.

이해는 된다. 당시 그녀는 씨제스엔터테인먼트라는 꽤 큰 회사에 적을 두고 있었지만 그 이후 소속사와 헤어진 뒤 어느 회사나 지인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만 31살의 그녀로선 어떻게든 생산 활동을 통해 돈을 벌어야 할 것이다. 정상급 스타도 아니고 불미스러운 일로 잠시 일거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어쨌든 그녀는 유명 연예인이다.

아직 젊고 예쁜 연예스타가 자그마한 식당을 차리는 것은 체면과 거리가 있을 터. 그렇다면 나름대로 품격을 지키면서 비교적 쉽게 돈벌이가 될 수 있는 방법으로 이번 사업을 구상했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평소 그녀의 패션 감각으로 볼 때 나름대로 패션에 대한 세련된 주관도 갖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아주 큰 줄기를 간과했다. 첫째는 패션 브랜드 사업에 대한 충분한 공부가 부족했다. 1857년 독일의 통계학자 에른스트 엥겔이 가계 지출을 조사한 이래 지금까지 서민의 엥겔지수는 변함이 없다. 그런 저소득층이 ‘장미’를 구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관심조차 갖지 않는다.

물론 ‘장미’의 타깃은 중산층 이상일 것이다. 그런데 요즘 중산층의 삶 역시 녹록치 않다. 피라미드 구조에서 허리가 줄고 하부가 더 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게 아니라고 하더라도 중산층이 똑같은 돈을 주고 명품 대신 ‘장미’를 구매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상류사회로의 업그레이드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그런 흉내는 내고 싶은 것이다.

상류층이라면 ‘장미’를 구매할 이유가 더 없다. 돈이 남아돌아서 머리가 약간 돌았거나 아님 장미인애의 열성적인 팬이 아닌 바에야 구찌 대신 ‘장미’를 사야 하는 필요성을 못 느낀다.

둘째 장미인애는 오늘날의 스타의 자리에 오른 배경을 착각했다. 누가 봐도 ‘장미’의 영업상의 강점은 장미인애라는 연예인의 이름값이다. 하지만 장미인애가 그런 자신감을 갖게끔 그녀를 스타로 만들어준 사람은 소비자다. 그녀의 노력과 선천적인 자격도 없진 않지만 그 모든 것에 박수갈채를 치고 열렬히 성원해준 대중의 사랑이 없었다면 그녀는 그저 수많은 동대문 로컬 디자이너의 한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그녀는 논란에 대해 “우리는 터무니없이 가격을 올리지 않습니다”라고 해명했지만 변명적 색채가 짙다. 터무니없이 올린 가격이 아니라면 그 가격의 타당성을 증명해야지 “제 옷을 사랑하고 함께 아름다움을 공유하고자 하는 순수한 제 마음을 짓밟지 않으시길 부탁드린다”는 전혀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할 애원을 늘어놓을 게 아니다.

특히 ‘장미’의 높은 가격에 대중이 분노하는 이유는 바로 척박한 국내 패션업계의 속사정 때문이다. 4년제 대학교 패션 관련 전문학과를 졸업해도 말도 안 되는 ‘열정페이’에 혹사당하는 패션의 ‘혼’을 지닌 유망주들이 널리고 널린 게 현실이다. 게다가 동대문 등의 재래시장에서 수십 년 간 고생한 끝에 간신히 로컬 브랜드 하나 론칭해 뛰어난 품질과 디자인의 제품을 내놨지만 대기업의 블록버스터 마케팅에 뒤처져 허덕이는 순수 패션업자들이 수두룩한데 연예스타란 지위를 앞세워 업계에 거의 무임승차해 ‘명품’ 수준의 가격을 강요하는 게 곱게 보일 리 없다

[티브이데일리 하영민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 사진=티브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