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코미디 영화는 관객의 웃음을 자아낼 때 비로소 빛이 난다. 하지만 '잡아야 산다'는 배우들의 열연에도 그 빛을 보지 못한 모양새다.

영화 '잡아야 산다(감독 오인천)'는 잘 나가는 CEO 승주(김승우)와 매일 허탕만 치는 강력계 형사 정택(김정태)이 겁 없는 고등학생 4인에게 각각 휴대전화와 총을 빼앗기고, 이를 다시 되찾기 위해 벌이는 추격전과 이야기를 그렸다.

어린 시절 친구였지만 지금은 대립하는 사이가 된 승주와 정택은 각자 사건에 휘말려 4명의 '고딩'에게 물건을 빼앗기며 고초를 겪는다. 아이들이 시키는 대로 물건을 돌려받기 위해 PC방에서 비행 청소년들과 패싸움을 벌이는가 하면 한밤중 버스를 따라잡기 위해 길거리를 질주하는 두 사람의 '덤앤더머' 같은 어설픈 모습이 관객의 눈길을 끈다.

양복 입은 중년 신사 김승우와 수수한 점퍼 차림으로 친근함을 자아내는 형사 김정태, 교복을 걸치고 화사한 미모를 뽐내는 '꽃고딩 4인방 한상혁 신강우 김민재 문용석의 '케미' 또한 예상외의 재미를 준다. 영화에 첫 도전한 네 명의 젊은 배우들은 반항심 가득한 고등학생의 모습을 무리 없이 표현해 내며 조화를 이뤄냈다.

하지만 배우들의 열정과 '케미'만으로 작품을 보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엉성한 스토리 라인과 작위적인 설정이 그렇다. 수준급의 무술 실력을 갖춘 성인과 경찰이 고등학생들과 주먹 다짐을 하고, 경찰이 병원 구급차를 훔쳐 타는 등 현실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장면들이 몰입을 깬다.

무엇보다도 영화 전체의 매력이 반감되는 지점은 승주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등장하는 후반부다. 영화는 승주와 정태가 아이들과의 갈등을 해소해야 하는 중요한 장면에서 뜬금없이 승주의 이야기를 꺼내 뻔하디 뻔한 신파로 봉합해버린다. 영화의 가장 큰 줄기였던 고등학생들과의 대결이 끝난 이후 갑자기 등장하는 승주의 회사 이야기 역시 줄거리의 맥을 끊어 놓으며 아쉬움을 더한다.

다만 시나리오에 없던 액션신이 감독의 제안으로 추가된 점은 칭찬할 만 하다. 다양한 액션이 추가되면서 쉼 없이 이어지던 뜀박질 장면들이 한층 매력을 찾았다. 특히 PC방 신은 설정 자체로는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키보드나 셀카봉처럼 생활 소품을 이용해 펼치는 액션이 인상적이었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난이도 높은 액션을 펼치는 김승우의 활약 또한 눈길을 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잡아야 산다'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