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상길의 연예퍼즐]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누드사진’은 언제나 대중에게는 관심의 대상이다. ‘예술 혹은 외설’이란 해묵은 논쟁은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뿐더러 ‘누드사진’의 피사체, 그 모델이 연예인이라면, 그것도 당대의 톱스타라면 대중의 호기심은 ‘참을 수 없는 한계’에 이른다.

‘섹스 심볼’ 마돈나, ‘세계적인 톱모델’ 신디 크로포드, ‘흑진주’ 나오미 캠벨. 이들의 공통점은 세기의 아이콘으로 연예계를 대표했던 인물들이라는 점이다. 그들이 한 사진가 앞에서 옷을 벗었다. 그리고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다. 그의 사진작품 속 주인공이 된 덕분이다.

슈퍼스타들이 누드로 혹은 민낯으로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내던진 이 남자는 할리우드의 천재 사진작가 허브 릿츠(1952~2002)이다. 그의 무엇이 톱스타들을 무장해제 시켰을까.

허브 릿츠와 슈퍼스타들의 관계를 할리우드와 뉴욕의 평론가들은 “그의 사진 한 장에 배우는 스타가 되고, 스타는 최고가 되며, 최고의 스타는 예술품이 된다”라고 정리하고 있다.

이 허브 릿츠의 작품들이 국내 최초로 공개 전시되면서 그에 대한 관심이 연예계뿐 아니라 문화계 전반에서 증폭되고 있다.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미슬관에서 열리고 있는 허브 릿츠 사진전 ‘HERB RITTS : WORK 할리우드의 별들’인데, 입장을 제한할 만큼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세계적 스타들의 누드작품 전시라는 화제성에, 허브 릿츠의 명성이 더해진 탓이다. 여자 스타들의 누드작품도 관심거리이지만 마이클 잭슨이나 리처드 기어 같은 톱스타들의 사진 역시 국내 팬들의 이목을 끌기에 특별하다.

허브 릿츠는 스타들의 사진과 명품 패션 화보 작업을 통해 할리우드의 패션과 문화를 이끈 인물이다. 그의 실력은 명품 브랜드 사이에서도 유명했다. 샤넬, 베르사체, 캘빈클라인, 발렌티노, 조르지오 아르마니 등이 그와의 협업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높였다.

허브 릿츠의 감성은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뤄냈다. 그는 르네상스와 그리스로마 시대의 영향을 받아 사람의 몸을 조각상과 같이 아름답게 표현했으며 이러한 그의 작품은 누드 사진을 예술의 한 분야로 끌어올렸다.

이번 전시회의 두 번째 섹션 제목 ‘누드, 예술이 되다’에서 ‘허브 릿츠의 누드사진=예술’이란 등식을 확인할 수 있다.

전시회 측은 “누드의 외설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다! 나무가 몸의 일부인 듯, 몸이 나무의 일부인 듯 인체를 추상적으로 표현, 누드사진에 생동감과 우아함을 불어넣어 누드를 예술로 끌어올린 가장 아름다운 인체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1989년 허브 릿츠는 세계적인 다섯 모델(스테파니 세이모어, 신디 크로퍼드, 크리스티 털링턴, 타자나 패티즈, 나오미 캠벨)을 한 자리에 모아 집단 누드사진을 촬영했고 이 사진은 그의 대표작이 된다.

이때 참여한 나오미 캠벨은 “허브 릿츠는 나를 아주 여성스럽고 우아하며 섹시하고 아름다운 여성처럼 보이게 해주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마돈나는 “말 한마디로 내 옷을 벗기고, 추운 모래밭에서 바보처럼 춤추며 뛰게 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에게 신뢰를 보냈다.

허브 릿츠는 리처드 아베돈, 브루스 웨버, 헬무트 뉴턴과 함께 20세기를 대표하는 사진가로 꼽힌다. 그의 사진인생은 친구였던 배우 리처드 기어와의 인연에서 출발한다.

1978년 여름, 가구회사 세일즈맨이었던 허브 릿츠는 당시 무명배우였던 친구 리처드 기어와 드라이브 중 사막의 한 주유소에서 리처드 기어의 무료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낡은 자동차 앞에서 찍은 이 사진 한 장이 그와 리처드 기어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신인배우였던 리처드 기어는 “아니면 그만”이란 생각으로 이 사진을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 같은 잡지에 홍보용으로 보냈는데 대박이 터진 것이다.

잡지에 실리면서 배우 리처드 기어도 유명해졌고 사진가 허브 릿츠도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도사진가들이 역사적 장면을 찍고 유명해지듯 패션이나 연예사진가들은 유명 연예인을 찍고서 유명해지곤 한다.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관능적이고 감각적’이란 평가를 받으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 허브 릿츠의 위상은 마돈나를 만나면서 ‘거장’으로 완성된다.

1986년 할리우드라는 전쟁터에서 벌어진 마돈나와 신디 로퍼의 맞대결은 전 세계 팝시장의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두 디바의 라이벌 전쟁, 그 승자는 누구였을까.

거의 같은 시기에 나온 두 사람의 앨범은 앨범 제목에 타이틀 제목, 스타일까지 비슷한 상황이었다. 마돈나의 ‘True Blue’와 신디 로퍼의 ‘True Colors’가 같은 시기에 발매됐고, 타이틀곡 역시 마돈나의 ‘Open your heart’와 신디 로퍼의 ‘Change of heart’로 구분이 어려워 전문가들조차 쉽게 승자를 예측하기 힘들었다. 시장에서는 이를 ‘True 싸움’, ‘Heart 전쟁’이라고 불렀다.

이 상황에서 신디 로퍼는 마돈나에게 참패한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승자를 결정한 요인은 바로 앨범 재킷 사진이었다. 허브 릿츠와 손잡은 마돈나의 앨범 재킷은 섹시하고 화려하면서도 우아했다. 허브 릿츠의 손길로 마돈나는 최고의 아름다움을 얻은 반면 신디 로퍼는 1980년대 디바의 자리를 마돈나에게 물려준다.

마돈나에게 팝의 여왕 자리를 만들어준, 전 세계를 매료시킨 그 사진도 이번 사진전 ‘마돈나를 춤추게 한 허브 릿츠’에서 공개된다.

마돈나뿐이 아니다. 1980년대 할리우드 스타의 인물 사진은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리처드 기아는 물론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 브룩 실즈도 허브 릿츠의 카메라 앞에 섰다.

스타들은 자신이 원하는 모습으로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그와 함께 작업하고 싶어 했다. 평론가들은 “그는 다정하고 친화력 있는 태도로 사람들의 가장 자연스러운 모습을 끌어낸다.”라고 말한다.

그의 천재적인 감각은 다양한 뮤직비디오 연출로도 드러난다. 그는 마돈나, 크리스 이삭, 브리트니 스피어스, 머라이어 캐리, 제니퍼 로페즈 등 세계 톱 뮤지션들과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관능적이면서도 파격적인 연출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엔 그가 찍은 마돈나, 브리트니 스피어스, 자넷 잭슨 등의 뮤직비디오 10여편도 전시된다.

1970년대 후반부터 그가 죽기 전까지 작업했던 사진들은 지금까지도 상업적인 면뿐만 아니라 예술적인 면에서도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흔치 않은 명작으로서 평가받는다. 허브 릿츠는 2002년 50세의 젊은 나이에 에이즈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떴다.

[티브이데일리 윤상길의 연예퍼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