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130억짜리 로맨스 '태양의 후예'가 베일을 벗었다. 보여줄 것도 많은데 사랑까지 해야 한다니 참 바쁘다. 그런데 이 드라마, 진짜 정체가 뭘까. 로맨틱 코미디라기엔 생소하고 전쟁물이라기엔 다소 가볍다.

24일 밤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극본 김은숙ㆍ연출 이응복) 첫 회가 방송됐다.

'태양의 후예'는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낼 휴먼 멜로드라마다. '우르크'란 가상의 공간이 배경이다. 특히 '신사의 품격'(2012) '상속자들'(2013) 등을 집필한 스타작가 김은숙의 신작이란 점에서 방영 전부터 높은 관심을 받았다.

베일을 벗은 '태양의 후예'의 첫인상은 다소 낯설었다. 포문은 유시진 대위 역의 송중기가 열었다. 그는 북한 군인과 비무장지대에서 대치하는 상황을 보여줬다. 초반 15분간은 남북 분단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였다. 김은숙 작가 특유의 말랑말랑한 이야기를 기대했을 시청자라면 다소 낯설었을 법하다.

하지만 중반부를 지나자 본격적 멜로가 시작됐다. 병원을 찾은 유시진(송중기)이 의사 강모연(송혜교)과 얽히면서 러브라인이 시작된 것. 통통 튀는 대사와 빠른 호흡은 김은숙표 로맨틱 코미디다웠다.

특히 1회 만에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 남녀 주인공의 관계가 인상적이었다. 막힘없이 정리된 러브라인으로 속도감 있는 전개를 보여줬다. 시작은 생소했지만, 이내 로맨틱 코미디란 본질을 드러내며 정체성을 찾았다.

사실 '태양의 후예'는 두 가지 맛의 음식이 한 그릇에 담겨있는 형태다. 군인 유시진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전쟁물을 방불케 한다. 반면 그가 강모연과 붙으면 멜로가 된다. 이런 이질적인 조합은 이 드라마의 장단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기존 멜로물에서는 볼 수 없었던 장면들은 분명 신선한 시도다. 이는 '태양의 후예'가 130억이란 제작비가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이기에 가능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포장 때문에 주객전도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연배우 송중기 역시 이런 시각에 대한 우려를 드러낸 바 있다.

제작발표회 당시 송중기는 "많은 분들이 재난물인지 전쟁 드라마인지 헷갈려 하시는 것 같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는 멜로드라마라고 생각한다"며 결국 헬기를 띄우고 전쟁을 그리는 이 모든 소동은 커플들의 사랑 이야기를 그리기 위함임을 강조했다.

그의 말처럼 '태양의 후예'가 집중해야할 것은 멜로다. 겉포장에만 치중해 중심을 잃을 경우 멜로는 변죽만 울리다 끝날 수도 있다. 영화 같은 장면들을 공들여 연출하고, '우르크'란 가상의 공간을 만들어낸 것도 결국은 남녀 간의 사랑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과연 '태양의 후예'가 130억 대작이란 수식어에 함몰되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에 충실한 전개를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티브이데일리 성선해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2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