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영화 '검사외전'이 천만의 벽을 넘지 못하고 고전 중이다. 강동원의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 역시 시기 상조였다.

'천만 영화는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천만 명 관객의 선택과 운, 작품성, 배우의 연기력 등 모든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천만 영화 반열에 들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개봉 전부터 일찍이 주목을 받아왔다. '쌍천만 배우'가 된 황정민과 지난해 영화 '검은 사제들'로 화제 몰이를 했던 강동원이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만났으며, 국내 영화계 최대의 성수기인 설 명절에 대형 배급사의 힘까지 더해져 올해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형성됐다. 특히 강동원의 첫 천만 영화가 탄생할 수 있을 지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 갔다.

개봉 한달 째를 맞은 4일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은 일일 관객 수 9772명, 누적 관객 수 965만5106 명을 기록했다. 지난 3일에는 개봉 이래 처음으로 일일 관객 수가 천 단위로 떨어졌다. 신작이 개봉하면서 스크린 수도 꾸준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41만 명을 더 동원해 천만 관객을 달성하는 것은 다소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앞서 '검사외전'은 설 연휴인 지난달 9일 개봉 일주일 만에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흥행세를 자랑했다. 하루 최대 118만 관객이 드는 진풍경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서는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휴가 끝난 지난달 11일 일일 관객 수는 30만명으로 급격히 떨어졌고, 이후 큰 낙폭을 기록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천만 영화로 향하는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시선을 끝까지 사로잡을 뒷심이 필요하다. 하지만 '검사외전'은 뒷심을 발휘해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매력이 다소 부족한 것 같다. 그중 주연 배우들의 역할, 특히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하는 강동원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는 상황이다.

앞서 강동원의 흥행작들은 모두 내노라하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이뤄나간 합작인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연기력 만으로 작품 전체를 받쳐야 하는 원톱 극이 없었기에, 그간 강동원은 안전한 협업을 선택하며 연기력 논란에 크게 휩쓸리지 않은 채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검사외전' 역시 황정민과의 협업이었다.

황정민은 최근 '국제시장' '베테랑'을 천만 영화에 올려놓으며 현재 명실상부 충무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고 있다. 특히 '베테랑'은 황정민과 유아인 콤비의 연기 대결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입소문을 냈고 4,50대 중장년층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들였다. 반면 '검사외전'은 '베테랑'과 범죄오락물이라는 장르의 유사성, 황정민의 존재, 그리고 그와 짝을 이룬 2030세대 스타인 젊은 남배우와의 협업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도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한 '베테랑'에서 처음으로 악역을 맡아 파격적인 변신을 한 유아인은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는 새로운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재벌 조태오라는 캐릭터를 사회 현상을 풍자하는 하나의 유행으로 만들 정도로 강력한 파급력을 지닌 유아인의 연기는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고, 유아인은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이자 특급 스타가 됐다.

반면 강동원이 '검사외전'에서 연기한 능글 맞은 사기꾼 한치원의 모습은 전작에서 그가 연기했던 캐릭터들과 흡사하다. 한치원이 여자들을 홀리고 막춤을 추며 잔망스레 움직이는 장면들은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어린 아들보다도 유치한 장난을 치며 농담 따먹기를 하던 모습, '전우치'에서 처세술의 대가로 등극하며 사람들을 제 편으로 홀리던 모습 등을 답습한 모양새다.

이런 강동원의 '안전한 연기'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수가 될 수 있다. 출연작마다 비슷한 모습을 노출하다 보니 관객들 역시 배역 간의 유사성을 느끼게 되고 식상하다는 이미지가 남게 되는 것이다.

'검사외전'의 960만 기록은 설 특수를 노린 극장가 무혈입성, 황정민의 티켓 파워에 어느 정도 의존을 한 결과물이 됐다. 스크린 독과점 논란을 야기한 물량 공세가 아니었다면 지금의 기록을 세울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960만은 분명 놀라울 정도로 많은 숫자다. 강동원의 입장에서는 아쉬울 것이 없는 최고의 흥행 기록이다. 하지만 그에게 변화가 없다면 전 세대를 아우르는 '천만 배우'다운 파급력을 갖추는 일은 더욱 요원해지게 될 것이다.

강동원은 차기작인 '가려진 시간'과 '마스터'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가려진 시간'에서는 멜로 연기를 선보이며, '마스터'에서는 이병헌 김우빈 등 유명 배우들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다. 이 작품들이 또 한번의 그저 그런 안전한 선택으로 남을지, 아니면 자신의 껍질을 한 겹 깨고 나오는 새로운 도전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검사외전'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