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호러 장인’ 제임스 완의 마법이 또 통했다.

제임스 완이 제작한 영화 ‘라이트 아웃’(감독 데이비드 F. 샌드버그)이 개봉 13일째인 지난 5일 누적관객 100만명 고지를 넘어섰다.

이는 국내 개봉된 외화 공포영화 중 흥행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역대 공포외화 가운데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은 ‘컨저링’(226만명), ‘컨저링2’(193만명), ‘식스 센스’(160만명)와 ‘라이트 아웃’까지 단 4편에 불과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제임스 완이 이 역대 흥행 작품 중 무려 세 편에 참여했다는 점이다. 그는 ‘컨저링’, ‘컨저링2’를 연출했고, ‘라이트 아웃’을 제작했다. 이는 제임스 완이 세계적으로도 공포 영화의 대가로 통하지만, 국내에서도 '호러 장인' 특유의 공포물이 얼마나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실제 제임스 완의 또 다른 연출작인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57만명)과 제작자로 참여한 ‘애나벨’(92만명), ‘인시디어스3’(82만명) 등은 공포외화 흥행 10위권 내에 자리하고 있다.

거의 고사 직전인 우리 공포영화 시장에서 유독 제임스 완 표 공포영화가 사랑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특별한 흥행 비결을 되짚었다.


◆ “내가 무서운 영화를 만든다”

제임스 완표 공포영화의 제1원칙은 “내가 무서운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다. 내가 무서우면 관객도 무서울 것이라는,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원칙이다. 감독은 이를 ‘보편성’이라고 설명했다.

제임스 완은 영화의 기본적인 콘셉트를 정할 때 인간의 감정 내면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마음 속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한다. 마치 내 머리 뒷 편에 있을 것 같은 귀신이나 악령의 모습을 끌어내 영화 속 악령을 디자인한다.

‘라이트 아웃’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다. 인간은 태초부터 그림자와 그림자 속의 공포로부터 벗어날 방법을 찾으며 살아왔다. 영화는 이와 같은 어둠에 대한 인간 본연의 공포를 영리하게 활용한다. 전원 스위치, 배관 장치에 흐르는 전류, 손전등 배터리, 핸드폰 불빛 등에 생사가 갈리게 되는 상황이 효과적으로 공포를 유발한다.

제임스 완은 “우리는 모두 어둠을 두려워한다. 어릴 때 침대 밑이나 옷장에 뭔가가 숨어있다는 믿음은 만국 공통이다. 이 영화는 그 간단한 소재로 제작된 영화이고,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훌륭한 점이자 흥미로운 요소다”고 말했다.


◆ 초자연적 현상, 아시아적 공포

제임스 완 표 공포영화는 모두 기이한 초자연적 현상을 소재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컨저링’ 시리즈 두 편은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의 사건 파일을 소재로 하고, ‘라이트 아웃’의 다이애나 역시 자연의 이치로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는 초월적인 존재로 표현된다.

한 마디로 영화에 귀신이 등장한다는 말인데, 이는 공포영화의 다른 하위장르인 괴기영화나 스플래터 무비보다 아시아적 공포 정서에 가깝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실제 말레이시아 태생인 제임스 완은 “직접 이런 현상을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시아에서 자랐기 때문에 미신과 귀신에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한 바 있다.


◆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

2013년 ‘컨저링’ 개봉 당시 영화의 메인 카피는 “무서운 장면 없이 무섭다”였다. 이 카피는 제임스 완의 다른 공포영화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피가 튀고, 뼈와 살이 난무하는 등 자극적인 장면에 의존하는 기존 공포영화들과 달리 제임스 완 표 공포영화는 무척 깔끔한 편이다. 잔인한 장면이 거의 없어 거부감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대부분 작품의 상영등급은 15세이상관람가로, 관객층의 폭을 넓힐 수 있다.

그 대신 제임스 완은 음향을 적극 활용한다. 잔잔한 분위기와 사운드의 조합만으로 심장을 죄이는 공포영화의 미덕을 고스란히 살린다. ‘컨저링’의 박수소리, ‘컨저링2’의 의자소리, ‘라이트 아웃’의 스위치 소리가 대표적이다.

제임스 완은 “시각적인 요소보다 음향 효과가 더 중요하다”며 “음향을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따라 영화를 관통하는 공포심을 만들 수 있다. 무서운 장면에서 눈을 가리기보다 귀를 막는 관객들이 더 많다는 것을 보면 음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 “집이 무대다”

공포의 무대가 집인 것도 제임스 완 표 공표영화의 주요한 특징이다. 일상적인 공간이 비일상적으로 변했을 때 공포감은 배가 된다.

제임스 완은 “사람들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다고 느끼는 집에 실체도 없는 악령이 침투해 그 공간을 전부 차지한다면 관객의 불안도 극대화된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품들도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쏘우’ 시리즈부터 ‘데드 사일런스’ ‘컨저링’ 등 여러 작품에서 인형이나 아동용 텐트 등 장난감들이 주로 활용된다. 이는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물건에 악령이 씌이면 공포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 공감 불러 일으키는 드라마

공포영화지만,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중요한 원칙이다. 그래야 인물과 상황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고, 영화가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이다. 특히 제임스 완은 ‘가족애’를 주요 코드로 활용해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공포영화임에도 곳곳에 유머가 삽입되는 것도 독특한 특징이다. 지속적으로 긴장감을 조성하다가 중간에 가벼운 유머를 넣어주면 결정적인 순간에 공포감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이트 아웃’에서 레베카의 남자친구인 브렛이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를 켜 위험에서 벗어나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제임스 완은 “공포와 코미디는 자매관계”라며 “두 장면 모두 타이밍 설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티브이데일리 하홍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신정헌 기자, 영화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