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자이언트핑크’(이하 ‘자핑’)의 우승으로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 3’(이하 ‘언프리티 랩스타3’)가 지난했던 과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무게감 있고 힘 있는 목소리와 감각 있고 정확한 가사전달력, 래퍼로서 손색없는 실력으로 초반부터 강세를 탔으나, 일명 가사를 저는(잊는) 실수가 연이어져 큰 위기를 맞이했었다. 하지만 막판에 되살아난 ‘자이언트’ 기질이 결국 그녀를 최종 우승의 자리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좋은 이미지를 보태도 ‘언프리티 랩스타’ 또한, 더 독하고 더 강한 자가 살아남는다는 약육강식의 원칙을 가진 경합예능프로그램이라는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시즌 1은 첫 시작이기도 했고, 물고 뜯는 정글 속에서 절대 스스로의 존재를 놓치지 않겠다는 서정적 가사를 써낸 ‘치타’가 있었기에 명분을 얻어내는 게 가능했다.

하지만 딱히 어떤 성과도 빛도 보지 못한 시즌 2, 이미 단물은 시즌 1에서 말랐고 한층 더 견고해진 명분이 요구될 때였으나 그럴 만한 요소도 인물도 없었다. 덕분에 기대감 없이 시작한 시즌 3도 명분에 있어서는 마찬가지였으나, 이야기로 치자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대역전극’의 플롯을 취하며 뻔할 것이라 생각했던 시청자들의 허를 찔렀다.

준우승을 거머쥔 ‘나다’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걸그룹 ‘와썹’의 멤버로 ‘쇼미더머니 시즌3’에 이은 그녀의 이를 악 문 도전은, ‘언니 랩 왜 이렇게 못해?’라는 한 마디로 정리됐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짓밟혀도 절대 움츠러들지 않던 그녀 특유의 독기가 프로그램 중반을 지나면서 활짝 피어나기 시작했고, ‘nothing’으로 ‘자핑’을 꺾고 7번 트랙을 따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다른 도전자들에게도 시청자들에게도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을(nothing) 그녀가, 막강한 우승후보들이었던 ‘자핑’에다 ‘전소연’까지 꺾었으니 그야말로 대반전이었다.

‘자핑’은 ‘나다’와 완전 반대되는 흐름이었다. 초반부터 실력파라 인정받으며 많은 이들의 호평과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앞서 잠깐 언급했던 자잘한 실수들, 그러나 래퍼로선 절대 해서는 안 될 가사를 잊는 실수들이 반복되면서 급격한 하락세를 겪었다. 심지어 자신이 그토록 무시했던 ‘나다’에게 트랙을 빼앗기기까지 했으니 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녀의 자존심이 얼마나 상했을지 쉽게 예상되리라.

반면 자존감은 여전히 높은 상태였나 보다. 어쩌면 길고 긴 슬럼프로, 잊히지 않는 트라우마로 남을 뻔한 실수를 딛고 일어나 결국엔 제 자리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실수에 갇혀 무릎을 꿇고 만 ‘쇼미더머니 시즌5’의 G2와 사뭇 다른 결과를 맞이했다 할 수 있을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스스로를 반드시 증명해내고야 말겠다는 그녀의 강렬한 의지가 써낸 역전의 드라마였다.

이 두 도전자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언프리티 랩스타3’는 단순한 경합예능이 아닌,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된다. 도전자의 개인적인 사정을 가지고 화제를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 자신만의 캐릭터를 가지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과정 하나하나에 진솔하게 부딪히고 넘어가는 그들의 모습 자체가 우리들에겐 흥미를 돋우는 하나의 이야기였다고 할까.

‘언프리티 랩스타3’의 볼 재미, 방영해도 될 명분은 여기에 있었다. 비록 시즌 1이 보여준 ‘언프리티한 랩스타’로서의 의미와 가치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경합프로그램이 각 개인의 사연이 아닌 경합이란 것 자체로도 이야기적 구조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언프리티 랩스타3’는 시즌 2와 달리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자핑’과 ‘나다’에게 크게 감사해야 할 대목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사진제공=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