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이루지 못한 비극적인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가 맞닥뜨린 건, 한 화장품 회사의 PPL(Product PLacement, 영화SK 드라마 등에 상품을 등장시켜 간접적으로 광고하는 마케팅 기법의 하나)이었다. 여자주인공 ‘해수’를 맡은 ‘이지은(이하 ‘아이유’)’이 모델로 기용되어 있는 회사라 더 눈에 띠었을까. 현실에서의 해수가 화장품매장 직원이라는 설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선 나름 이유 있는 연결점이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수는 밤마다 자신의 꿈에 나타났던 일들이 실제로 겪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중요한 순간, 이같은 대사를 내뱉는다. “이 세럼을 꾸준히 바르시면 피부에 좋아요.” 물론, 굉장히 현실성은 있다. 화장품매장 직원들에게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대사일 테니까. 하지만 문제는, SBS 드라마 ‘달의 연인 – 보보경심 려’(극본 조윤영·연출 김규태, 이하 '달의 연인')에 그나마 마음을 붙이고 보던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그 순간 몰입에 방해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긴, ‘달의 연인’은 철저히 드라마의 상업성이란 이런 것이다를 보여준 작품이었다. 아무리 원작이 중국 소설이라 해도, 애초부터 해외수출을 염두에 둔 것인지 연기력과는 조금 동떨어진 인물들이 적지 않게 섭외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주요배역이다. 조심스레 읊어보자면 현재 중국에서 꽤 인지도가 있는 ‘홍종현’이나 ‘남주혁’ 등에다 유명 아이돌그룹 출신인 ‘백현’과 ‘서현’까지다.

퓨전사극이라지만, 사극은 사극이다. 보통의 드라마보다 좀 더 섬세한 연기가 요구되는 장르란 의미다. 연기력에 있어서 별다름 흠이 잡히지 않던 아이유마저 참패하지 않았는가. 상황이 이러하니, ‘강하늘’이 인상 깊게 앞부분을 이끌어도 ‘이준기’가 묵직하게 전반적인 이야기를 끌고 가도, ‘김성균’을 비롯한 인증된 연기자들이 조연급으로 곳곳의 빈틈을 메꾸어도 ‘달의 연인’이 힘 있게 비상할 리 만무하다.

이야기 또한 중반 이후 힘을 잃었으나, ‘박시은’을 필두로 한 비운의 여인(한 남자들을 바라보며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을 한 여인)들의 연이은 등장이 여성시청자들에게 애틋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어찌어찌 맥을 이어갔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선, 여자들은 항상 이래야 하는가, 권력을 탐내는 여자는 여전히 악녀일 수밖에 없는가 하는 의문이 끊임없이 샘솟았다. 광종의 실상과 업적도 때때로 역사와 상관없이 그저 가볍게만 느껴져 차라리 온전한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게 낫지 않나 싶기도 했고. 꽤나 진지하게 이야기를 따라갔기에 생긴 불만들이다.

여기에 PPL 마무리라니. 난데없는 화장품 광고라니. 결국 이 ‘이야기’는, 팔리기 위해, 누군가에게 이득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확인받은 셈이다. 물론 모든 드라마가 상업적인 이익을 추구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드라마’를 앞세운 후 혹은 ‘드라마’ 뒤편에서 나눌 이야기다. 다시 말해 우선은 ‘드라마’에 완벽히 묻혀야 된다는 것이다. 나중에 ‘그거 PPL 맞지’ 하는 물음들이 오고 가야 하는 것이지, 이야기의 흐름과 시청자들의 몰입을 깨뜨리면서까지 삽입되어선 안 된단 소리다.

브랜드를 내걸고 대대적으로 나설 명분이야 충분했을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여주인공의 직업이 해당 브랜드의 화장품매장 직원이었으니. 하지만 시청자가 느끼는 온도차는 좀 달랐다. 마치 ‘실은 이 화장품이 얼마나 좋은지 이야기하기 위해 이제껏 달려온 거야, 이준기를 비롯한 남자들이 왜 아이유에게 빠졌겠어, 다 이 제품 때문이야, 아이유처럼 되고 싶은 당신에게 남은 일은 이 제품을 사는 거지’라고 말하는 것 같다고 할까. 지혜롭게 감추지도 못할 거면서, 이야기의 가치보다 장삿속을 더 중시 여긴, 즉, 드라마가 추구해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가 틀어져 생긴 결과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티브의데일리 윤지혜 칼럼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달의 연인' 제작사 바람이 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