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53회 대종상'에서 MC부터 시상자에 수상자까지 시상식과 영화인, 시국을 향한 허심탄회한 소신들이 쏟아졌다.

27일 저녁 6시 서울시 광진구 군자동에 위치한 세종대학교 컨벤션센터에서 '제 53회 대종상 영화제'(이하 '53회 대종상')이 치러졌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아나운서 공서영과 김병찬, 배우 이태임이 진행을 맡아 수상자들을 만났다.

대종상 영화제는 한국 영화의 예술적 향상과 영화 산업 및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제정돼 정부가 주관하는 영화 부문의 유일한 시상식이다. 올해로 53번째 치러지는 유서 깊은 전통에도 불구하고 '참가상'과 심사 공정성 논란으로 인해 지난해 불거진 보이콧 여파가 올해에도 가시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53회 대종상'은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서 비롯된 국정 농단 사태로 시국이 어수선한 가운데 치러진 시상식이었다. 이에 대종상과 영화인들의 내부적인 논란과 영화 외적인 사회를 향한 쓴소리라 이어졌다. 이에 '53회 대종상'을 수놓은 스타들의 말들을 모아봤다.

◆ 공서영•김병찬, "초심에 초심을 더해서, 더 열심히 더 신중히 준비했다"

본격적인 시상식 진행에 앞서 공서영과 김병찬 아나운서가 지난해에 이은 파행 논란을 우려한 영화인과 관객들을 향해 한 말. 이 밖에도 공서영은 "선배님이라니까 올드하다"는 김병찬에게 "그럼 선생님 어떠시냐"고 받아치며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김병찬은 대리 수상이 계속되자 "그래도 상 받는 작품 팀의 기쁨은 계속될 거라 믿는다", "상도 타셨으니 마음 편히 '모히또 가셔서 몰디브 한 잔 하시라'"고 말하는 등 수상자 공백을 채우기 위해 입담을 발휘했다.

◆ 최리 "생존한 할머니들 위해 모두 기도 부탁 드린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으로 뉴라이징상을 수상한 최리가 수상 소감으로 밝힌 말. 또한 최리는 후반부 첨단특별기술상 시상자로 나섰을 때에도 "'귀향'을 통해 역사 문제에 사명감이 많이 생겼다"고 말했다.

◆ 조정래 감독 "'귀향'을 감히 위안부 피해자 영령들 앞에 바치고 해결할 수 있도록 끝까지 싸우겠다"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영화를 바치며 한 말.

◆ '덕혜옹주' 프로듀서 "제가 잘 전달해 드리겠다"

의상상, 음악상, 라미란의 여우조연성, 손예진의 여우주연상까지 대리 수상한 '덕혜옹주'의 프로듀서가 전한 말. 덧붙여 "또 나왔다", "상 복이 터졌다" 등도 있었다.

◆ 거룡 "많은 배우들 참석 안 해줘 굉장히 가슴 아프다"

여우조연상 시상자로 나선 거룡 한국영화배우협회장이 '53회 대종상'을 어찌 생각하냐는 김병찬 아나운서의 질문에 대답한 말. 더불어 거룡은 "우리 문화계가 너무 다운되고 있는데 중국이라는 나라를 공약을 못하게 제도가 돼있는 게 가슴 아프다"고도 했다.

◆ 김환희 "꼭 연기하고 싶은 사람 이엘, '도깨비' 감명 깊게 보고 있다"

'곡성'팀의 촬영상, 조명상 수상을 연달아 대리 수상한 김환희에게 김병찬 아나운서가 꼭 연기하고 싶은 선배를 묻자 대답한 말. 이에 공서영은 이엘이 '도깨비'에서 아이를 점지하는 삼신 역할임을 언급하며 "이엘 씨 김환희 양 점지할 때 정말 행복하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메라에 잡힌 이엘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 윤소정 "잘 안보이니까 발표하시라"(feat. 선배의 배려)

인기상 시상자로 나선 원로 배우 윤소정이 함께 올라온 후배 연기자 장동직에게 건넨 말. 또한 윤소정은 "이게 바로 선배의 배려다"고 덧붙여 현장을 폭소케 했다.



◆ '내부자들' 감독 "제가 무당도 아니고 신기는 없다"

'내부자들'로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우민호 감독이 주위로부터 1년 전 영화인 '내부자들'이 국정 농단이 벌어진 현재를 예견한 것 같다는 평을 들었을 때 답한 말.

◆ 이병헌 "변화는 개인의 의지보다 모두가 조금씩 노력할 때 시작된다"

'내부자들'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병헌이 파행을 빚었던 영화제에서 오랜만에 수상하며 소감으로 밝힌 말. 그는 "대종상이 그동안 말이 많았고 문제도 많았고 여전히 문제가 해결이 되지 않은 느낌이 있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여러분이 느끼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운을 뗀 뒤 "53년 동안 긴 시간을 지나면서 손상된 명예를 다시 이전처럼 찾는 것이 단시간에 해결되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하지만 53년이라는 긴 시간 명맥을 유지하고 명예로운 시상식이 불분명하게 없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라고 생각한다. 저도 어떤 것이 가장 현명한 해결책인지는 모르지만 변화라는 것은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되기 보다는 모두가 한 마음이 돼서 조금씩 고민하고 노력하는 순간에 시작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언젠가 후배들이 제가 20년 전에 이 시상식에 오며 느꼈던 설레고 영광스러운 마음을 갖고 참여하길 바란다. 저도 그 때 태어나지 않아서 모르지만 5~60년 전에 대선배님들이 큰 뜻을 갖고 이 영화제를 만드셨을 거라 생각한다. 이제 후배들이 고민하고 노력해서 지켜줘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장문의 소감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 김보연 "이병헌, 옛날보다 겸손해졌다"

이병헌의 수상 소감을 지켜본 후 여우주연상 시상자로 오른 선배 연기자 김보연이 한 말. 그는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 같다"며 "후배 배우 분들 천만 관객 동원한 이 시대에 이런 자리를 통해서 팬 서비스 좀 해주시라"라고 덧붙였다.

◆ 양동근 "애기 키우느라 작품이 안 들어오는 것 같다"

김보연과 함께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양동근이 최근 근황으로 밝힌 말. 그는 현재 육아 예능 프로그램인 KBS2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이며 최근 아내의 셋째 임신 소식을 밝힌 바 있다.

◆ '내부자들' 제작사 대표 "사람처럼 대종상과 한국도 나쁜 바이러스 극복하고 건강한 모습 되찾았으면…"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내부자들'의 제작사 대표 김원국 씨가 수상소감으로 밝힌 말. 그는 "한국에 어려운 일이 생기면서 '내부자들'이 계속 작품상을 수상하고 있다"고 운을 뗐고 "제가 좋아하는 유시민 작가가 어느 토론회에 나와서 그런 말을 했다"며 "사람도 나쁜 바이러스가 몸에 들어오면 잘 이겨내고 극복한 뒤 더 건강한 몸으로 태어나듯이 대종상 영화제와 한국도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유튜브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