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지난 1년간 충무로에는 유독 다양한 장르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등장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이 수작들이 백상에서 만났다. 수상의 영예를 안을 주인공은 누구일까.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3일 열린다. 영화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쟁쟁한 작품들, 그리고 이를 연출한 감독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 작품성·흥행 두 마리 토끼 잡은 수작들, 작품상 '빅 매치'

올해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작품들이 작품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천만 영화 '부산행'(감독 연상호)부터 지난해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아가씨'(감독 박찬욱), 각각 687만, 7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과 흥행력을 동시에 입증한 '곡성'(감독 나홍진)과 '밀정'(감독 김지운), 비록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는 실패했지만 '아수리언'이라는 마니아층을 양산할 정도로 매력적인 이야기를 빚어낸 '아수라'(감독 김성수)가 박빙의 승부를 펼친다.

특히 이들 중 지난해 9월 말 개봉한 '아수라'를 제외한 모든 작품들은 지난해 제37회 청룡영화상에서 작품상을 두고 경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최우수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휩쓸어 간 '내부자들'의 왕좌가 비어있는 상황, 고배를 마셔야 했던 '곡성' '아가씨' '밀정' '부산행'이 다시 한 번 수상을 노려 눈길을 끈다.

'아가씨'는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 스미스'를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이뤄낸 성공적인 각색, 독보적인 미장센과 생생하게 살아있는 캐릭터들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호평을 받았다. 그 결과 지난해 칸 영화제의 경쟁부문에도 초청받은 바, 백상에서 또 한 번 작품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아가씨'와 함께 칸에 입성했던 '곡성'은 '내부자들'의 빈자리를 노리며 유력 후보로 점쳐지고 있다. '곡성'은 스릴러의 기본 뼈대에 각종 토속 신앙, 좀비에 퇴마 의식까지 오컬트적인 요소들을 뒤섞어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장르의 혼종을 빚어 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차례 진화한 스릴러 영화라는 평을 받았다. 장르물임에도 68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까지 성공한 바, 백상에서의 결과 역시 주목된다.

이 밖에도 김지운 감독이 자신의 장기인 스타일리시한 연출로 구현해 낸 일제강점기를 담은 '밀정', 좀비물 사상 첫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여름 성수기 시장을 휩쓴 '부산행', 처절한 지옥도에서 벌어지는 악인들의 전쟁을 충격적으로 묘사한 '아수라' 또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바, 작품상의 영예가 어느 작품으로 돌아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 감독상 = 작품상+홍상수, '3관왕' 또는 '새로운 1승'

작품상에 이름을 올린 영화들 모두가 작품성과 연출력을 인정받은 바, 신인 감독인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을 제외한 김성수, 김지운, 나홍진, 박찬욱 감독은 모두 감독상 부문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여기에 올해 베를린 영화제와 칸 영화제의 선택을 연이어 받은 홍상수 감독이 합류해 자웅을 겨룬다.

지난 2001년 '공동경비구역 JSA', 2004년 '올드보이'를 통해 작품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박찬욱은 올해 '아가씨'를 통해 세 번째 감독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다. 막대한 유산의 주인인 아가씨와 그의 재산을 노리는 하녀, 사기꾼 백작, 숙부의 얽히고설킨 감정선을 섬세하게 그려내고, 여기에 화려한 색감이 돋보이는 미장센을 더해 유력 후보로 올라섰다.


'밀정'의 김지운 감독 역시 독특한 미장센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서구 냉전 시대를 그려내던 누아르 장르를 일제강점기와 접목시켰다. 영화의 외피는 차갑고 서늘한 톤으로 무장해 있지만 그 안에는 시대가 만들어낸 뜨거운 열정이 곳곳에 숨어있다. 영화 속 세련된 의열단의 모습과 상해와 경성을 오가는 다채로운 시공간 등은 볼거리를 더하고, 암울한 시대 위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감정선 또한 놓치지 않았기에 더욱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나홍진 감독은 '곡성'을 통해 물오른 연출력을 자랑했다. 직접 쓴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맥거핀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연출력을 뽐냄과 동시에 미스터리한 사건의 흐름을 따라 변화하는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클리셰를 비껴간 과감한 연출이 관객들의 허를 찌르며 호평을 받았다. 또한 '아수라' 김성수 감독 역시 '악(惡)'을 딛고 선 다양한 인간군상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단면을 역설적으로 비판하며 평단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어느 한 작품의 우위를 쉽게 점칠 수 없는 이유다.

여기에 홍상수 감독이 문제작 '밤의 해변에서 혼자'를 들고 등장했다. 여배우가 유부남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다룬 이 영화는 최근 열애를 인정한 홍상수 감독과 주연 배우 김민희의 실화와 유사한 스토리로 인해 개봉 전부터 대중들의 관심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르고 김민희가 여우주연상인 은곰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백상에서의 승리 역시 기대해봄 직하다.

◆ '천만' 연상호 vs '신인상 싹쓸이' 윤가은, 다크호스 이주영·이요섭·이현주…신인상 '박빙'

충무로의 미래를 짊어질 신인 감독들 역시 쟁쟁한 경쟁을 펼친다. 상업영화 데뷔작부터 천만 영화를 내놓은 '부산행' 연상호 감독부터 해외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진가를 인정받은 '우리들' 윤가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범죄의 여왕' 이요섭 감독, '싱글라이더' 이주영 감독, '연애담' 이현주 감독 역시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연상호 감독은 '괴물 신인'이라는 타이틀 그대로 첫 상업 영화를 통해 지난해 최고 흥행 기록을 세우는 쾌거를 이뤄냈다. '부산행'은 여러 애니메이션 작업을 통해 자신만의 견고한 세계관을 쌓아온 연상호 감독만의 장기가 두드러진 작품이다. 좀비물이라는 장르 영화에 사회 비판 메시지를 담아내 재미와 감독, 메시지 모두를 잡는 영리한 연출을 선보였다.

윤가은 감독 역시 '우리들'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아이들이 주인공인 영화, 아이들의 섬세한 감정과 그로 인해 꼬여버린 관계를 통해 모두가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쳐냈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베를린 영화제, 우디네극동영화제, 상하이국제영화제 등 여러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영평상과 청룡영화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과시한 바, 백상 역시 그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장르의 다양성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한 세 신인의 존재감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이요섭 감독은 '범죄의 여왕'을 통해 독특한 소재와 신선한 캐릭터의 연이은 등장으로 충격을 안겼다. 이주영 감독은 '싱글라이더'를 통해 느린 호흡 속에 인생의 진리를 녹여냈고, 감각적인 영상미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현주 감독은 '연애담'을 통해 두 여인의 사랑을 담백한 시선으로 담아내 국내 퀴어 영화의 가능성을 또 한 번 입증한 실력파다.

이처럼 쟁쟁한 수작과 감독들이 경합을 벌일 제 5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D홀에서 열린다. JTBC에서 생중계가 진행된다.

이하 제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후보작(자)

▲작품상= '곡성', '밀정', '부산행', '아가씨', '아수라'
▲감독상= 김성수('아수라'), 김지운('밀정'), 나홍진('곡성'), 박찬욱('아가씨'), 홍상수('밤의 해변에서 혼자')
▲신인감독상= 연상호('부산행'), 윤가은('우리들'), 이요섭('범죄의 여왕'), 이주영('싱글라이더'), 이현주('연애담')
▲시나리오상= 김성수('아수라'), 나홍진('곡성'), 박종대·이지민('밀정'), 박찬욱·정서경('아가씨'), 윤가은('우리들')
▲남자최우수연기상= 곽도원('곡성'), 송강호('밀정'), 유해진('럭키'), 이병헌('마스터'), 하정우('터널')
▲여자최우수연기상= 김민희('아가씨'), 김혜수('굿바이 싱글'), 손예진('덕혜옹주'), 윤여정('죽여주는 여자')
▲남자신인연기상= 도경수('형'), 류준열('더킹'), 우도환('마스터'), 지창욱('조작된 도시'), 한채영('재심')
▲여자신인연기상= 김태리('아가씨'), 김환희('곡성'), 윤아('공조'), 이상희('연애담'), 최수인('우리들')
▲남자 조연상= 김의성('부산행'), 마동석('부산행'), 배성우('더킹'), 엄태구('밀정'), 조진웅('아가씨')
▲여자 조연상= 김소진('더킹'), 라미란('덕혜옹주'), 배두나('터널'), 천우희('곡성'), 한지민('밀정')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해당 영화 포스터, 티브이데일리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