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14살 소녀에게 영화 '괴물'(2006)이라는 무게감은 꽤 컸다. 개봉 후 10년이 지났음에도 배우 고아성에게는 아직 '괴물'이라는 잔상이 짙게 남아있다. 말 그대로 '괴물'이라는 인생에 다시 없을 기회는 동시에 뛰어넘어야 하는 벽일 법했다. 그에게 '괴물'은 어떤 의미였을까.

고아성은 1997년 4살 때 아역 모델로 데뷔해 '괴물'을 비롯해 어린 나이부터 여러 굵직한 작품을 거치며 주연 배우로 거듭났다. 무명 시절 없이 언뜻 순탄한 성장을 이뤄온 그에게 배우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가 언제였느냐고 물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은 모르는 거죠"라고 말문을 연 그는 "드라마 '자체발광 오피스'를 하면서 제 개인적인 절실했던 순간을 반영하고 싶진 않았다. 다른 경우고, 극중 은호원이 취업에서 100번 떨어지고 101번째 회사에 붙은 거지 않느냐. 전 그보다도 더 많이 오디션에서 떨어졌다. 여전히 오디션을 보기도 하고 여전히 좌절을 겪는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어렸을 땐 배우는 어떤 진입의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나이 정도가 되면 안정적인 포지션에 진입을 해서 앞으로는 좌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더라. 진입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고 계속 불안함의 연속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대로 기회를 묻자 고아성은 "아마 평상적으로는 '괴물'이라고 생각할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저도 그 얘기를 많이 들었고, '괴물' 이전에도 연기를 했으니까 평가를 받을 때 '괴물' 이후로 달라진 점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저도 그렇게 받아들였다"며 "'괴물'이 오래 됐는데 이제 와서 생각해보면 '괴물'을 기점으로 바뀐 게 아니라 '괴물' 작품 이후로 제가 꾸준히 연기를 했던 게 더 결정적인 것 같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도 보면 좋은 작품을 하고 사라지는 분들이 많지 않느냐. 제가 '괴물' 이후로 계속 작품을 연기를 꾸준히 했다는 게 더 의의가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괴물'을 찍은 후 은퇴를 생각했다며 충격적인 말을 이어나갔다. 그는 "'배우 인생으로 볼 때 내 마음에 드는 완벽한 끝맺음을 하려면 여기서 연기를 그만해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계속 연기를 하고 배우 생활을 이어간다면 지금보다는 (대중의) 기대가 더 낮아질 것이고 앞으로의 길이 너무 보였다. 그래도 용기를 가지고 여태까지 배우를 해왔다는 그 마음가짐이 전 기회였던 것 같다"고 했다.

그럼에도 계속 연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고아성은 "배우를 하고 싶지 않았던 건 아니었다. '괴물'하면서 재밌고 좋았다"면서 "다만 연기를 계속 한다면 '괴물' 후 사라지는 것보다 더 아름답진 않을 거라는 거였다. 그걸 알았지만 그럼에도 계속 연기를 했다. 마음 먹은 이상 최대한 열심히 잘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첫 영화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지금도 우연히 TV에서 '괴물'을 보면 굉장히 애틋하게 봐요. '괴물'을 통해서 배운 게 많죠. 처음 영화에서 흥행작을 만났잖아요. '만약에 내가 이런 행운같은 영화를 몇 번의 영화를 걸쳐서 만났다면 더 행복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행운같은 기회인지 모르고 처음 만난 거니까. 그치만 오히려 처음 만나서 무던하고 묵묵한 성격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또 그런 것도 배웠어요. 그 어떤 흥행작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이 다 안다고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예를 들어서 '괴물'같은 흥행작은 사람들이 다 봤다고 착각하기 쉽잖아요. 그렇지 않다는 경계심을 일깨워줬어요. 저만 해도 천만 넘은 영화 중에 안 본 것도 많으니까요."

아이러니하게도 대작 '괴물'은 고아성을 더욱 겸손하게,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물음에도 그는 깜짝 놀랄 정도로 겸손한 대답을 내놨다.

"저는 되게 자기 객관화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그게 배우뿐만 아니라 평가를 받는 직업한테는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매 순간 객관적으로 스스로를 생각해요. 제 스스로를 생각해봤을 때 앞으로 저에게 전성시대가 올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묵묵히 계속 좋은 작품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왠지 내 인생은 30대에 판가름이 날 것 같다'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나이가 만족스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제 성향이나 제 원래 자아나 그때 돼서의 제 경력, 그런 걸 다 고려해 봤을 때 그때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신정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