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예나 기자] '시카고 타자기'는 대작이 될 수 없었다.

3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극본 진수완·연출 김철규)는 슬럼프에 빠진 베스트셀러 작가 한세주(유아인)와 그의 이름 뒤에 숨은 유령작가 유진오(고경표), 그리고 한세주의 첫 번째 팬이자 작가 덕후 전설(임수정), 세 남녀가 의문의 오래된 타자기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앤티크 로맨스 드라마다.

'시카고 타자기'는 배우 유아인 임수정 고경표 등 연기력과 인기를 겸비한 출연진 라인업으로 방송 전부터 큰 관심을 불러모았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영화 '사도' '베테랑'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독보적인 연기력을 증명한 유아인을 비롯해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 무려 1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임수정, 또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질투의 화신' 등에서 좋은 연기를 펼친 고경표까지 이들 세 배우의 조합이 주는 신뢰감이 높았다.

여기에 드라마 '경성스캔들' '해를 품은 달' '킬미, 힐미' 등 장르를 불문하고 완성도와 흥행성을 입증한 진수완 작가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시카고 타자기'에 거는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시카고 타자기'는 시작부터 삐그덕 거렸다. 1930년대 경성시대와 2017년 현재를 오가는 타임슬립 설정은 식상함을 자아냈고, 삽살견 견우부터 유령 작가 유진오의 정체 등 일명 '떡밥'들이 드라마 중반까지 풀리지 않아 흥미를 떨어뜨렸다.

또 거듭된 우연 속에서 억지스럽게 얽히고설킨 인물들의 관계 설정은 극의 몰입을 방해했다. 첫 회에서 전설이 시카고에서 건너온 타자기를 한세주의 집에 배달하게 되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교통사고가 난 한세주 앞에 전설이 갑자기 나타나는 모습, 전설이 과거 한세주가 무명 작가 시절 자주가던 가게 아르바이트생인 설정 등 우연인지 운명인지 계속되는 이들의 반복되는 만남은 공감을 얻기 힘들었다.

장르적 완급조절에도 실패했다. 드라마는 판타지부터 미스터리, 멜로, 액션 등 다양한 장르들이 한데 어우러진 복합장르물을 표방했지만 그 어떤 장르 하나 제대로 살려내기 못했다. 경성시대에서 독립투사들의 조국을 빼앗긴 울분과 그들의 동지애, 현재에서 한세주와 전설의 애절한 사랑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려 했지만 이 많은 이야기들을 한 번에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배우들의 부족한 '케미' 또한 드라마의 매력을 반감시켰다. 특히 실제 열 살 가까운 연상연하 나이차이를 보이는 임수정과 유아인 고경표의 조합은 설득력을 갖기 어려웠다. 특히 경성시대에서 류수현(임수정)이 서휘영(유아인)과 신율(고경표)을 향해 "형님들"이라고 부르는 장면에서는 아무리 동안 외모를 지닌 임수정이라고 할지라도 설득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다양한 패인 요소들로 인해 '시카고 타자기'는 기대 이하의 반응을 얻었다. 첫 회 시청률 2.6%(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기준)로 시작한 드라마는 중반까지 평균 2% 초반대를 이어갔다. 이에 드라마는 시청률 반등을 꾀하며 '시카고 타자기' 스페셜 방송을 편성하는 등 본방송을 결방하는 초강수를 두는가 하면 시청자들의 달라진 생활 패턴을 고려해 방송시간을 30분 늦추는 등 갖가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후로도 시청률은 상승세를 타지 못했다. 오히려 14회 방송의 시청률은 1.4%까지 추락하며 자체 최저 기록의 굴욕을 맛봤다.

당초 케이블 역대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도깨비'의 아성을 넘을 2017년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시카고 타자기'였다. 그랬기에 방송 전 한창 군 입대 논란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던 유아인을 비롯해 주연 배우들의 캐스팅 하나하나까지 비밀리에 진행될 만큼 유난스럽기까지 했던 '시카고 타자기'였다.

그 정도로 드라마는 기대작이었고, 흥행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그러나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화려한 배우 조합부터 히트메이커 작가, 복합장르물 특유의 풍부한 볼거리 등 온갖 인기 요인을 모두 갖췄음에도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을 강력한 한 가지의 매력 포인트가 없었다.

돌아온 것은 시청률 1%대의 초라하고 낮은 성적표 뿐이었다. 대작을 꿈꿨던 '시카고 타자기'는 기세등등하던 자신감이 무색해지는 결과만을 남긴 채 씁쓸하게 퇴장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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