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배우 김지미가 60년에 걸친 영화 인생을 회상하고, 앞으로의 방향에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매혹의 배우, 김지미 특별 상영전’을 기념한 언론 공통 인터뷰가 29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영상 자료원 시네마테크KOFA에서 진행됐다.

이번 특별전은 공식 기록으로만 370여 편의 영화에 참여, 한국영화사의 한 페이지를 화려하게 장식한 김지미 데뷔 60주년을 맞아 진행된다.

김지미는 지난 1957년 김기영 감독 영화 ‘황혼열차’로 데뷔, 이후 영화 ‘별아 내 가슴에’(1958), ‘춘희’(1967), ‘토지’(1974), ‘을화’(1979), ‘길소뜸’(1985) 등 공식 기록으로만 37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1960, 70년대 한국 영화계 대표 배우로 자리매김한 김지미는 1980년대 중반부터는 영화 제작자로도 활동하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먼저 데뷔 60주년을 맞은 김지미가 이번 특별 상영전에 참여하는 소감을 밝혔다. 그는 “사실 이렇게 대중들 앞에 잘 안 나타나는 배우로 유명하다. 많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은 사실상 상품으로 따지면 별반 값어치가 없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옛날부터 언론하고 접촉을 많이 하지는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오늘 이 자리는 제 인생에서 특별한 날인 것 같다. 지난 1957년 영화계에 데뷔를 했다. 그러고 보니 영화 나이 60년이 됐다. 이 자리가 고맙다. 한 배우가 60년 동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쭉 노력해온 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제 인생 전부를 영화와 시간을 함께 했기 때문에 제 스스로도 기특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많은 작품을 해 온 김지미는 그간의 작품 활동을 회상했다. 그는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기는 힘들 것 같다. 마음에 드는 작품도 있었고,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작자의 요청에 의해서 해주지 않으면 안되는 작품들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럼에도 그는 항상 아쉬움이 남는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영화의 잘 되고, 못 되고는 관객들이 결정 해주는 것이다. 항상 시사회에서 보면 부족한 면이 보인다. ‘좀 더 깊이 있는 연기를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남았다. 그런 면에서 완전히 만족한 작품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지미는 배우로서도 활동을 오래 해왔지만, 1980년대 중반부터는 제작자로도 활동 해왔다. 이에 대해 김지미는 “시대에 따라 만들어지는 영화들이 다를 수밖에 없다. 특히 과거에는 검열이 엄격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며칠을 해도 끝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우리 같은 배우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시기가 있었다. 내가 배우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누가 선택을 안 해주면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내 스스로 그런 분위기, 환경을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고 제작자로 변신한 이유를 밝혔다.

특히 그는 제작사를 차린 가장 큰 이유로 검열과 심의로 인해 어두웠던 영화 제작 환경을 꼽았다. 그는 “과거에는 사회 비판 영화들이 심의에 통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폭 영화나 호스티스 영화들이 주를 이뤘다. 혼이 없는 영화들이 많았다. 이렇게 해서는 안 되지 않나 생각했다. 색다른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좀 더 사회적인 배경을 두고 소재를 찾아보자는 의도로 제작사를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평생을 영화인으로 살아온 김지미는 최근의 한국 영화 흐름에 대해 애정 어린 조언을 하기도 했다. 그는 “제가 나이도 들었고 영화계 흐름도 많이 달라졌다. 요즘에는 액션 위주나 흥미 위주의 영화들이 대다수 생산되고 있다. 요즘 관객의 흐름이 그렇기에 제작도 그런 방향으로 진행되는 것이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다양한 소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며 소신을 밝혔다. 그는 “영화에는 아이도 필요하고, 소년과 소녀도 필요하다. 때에 따라서는 90살과 100살의 나이도 필요할 것이다. 그렇지만 요즘에는 그런 다양한 세대들이 배제되고 흥미 위주로 진행이 되다보니 저 같은 노배우들이 설 곳이 없다. 그러한 점은 조금 아쉽다. 요즘 많은 후배들이 영화를 잘 만들고 열심히 해서 세계적으로 한국 영화를 알리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선배로서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럼에도 영화는 사회 문제를 반영시키는 거울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나와야 영화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 한다”고 조언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지미는 “이제 좀 달라질 것이다. 이제 재미있는 영화에 싫증이 나면 교육 영화나 다양한 장르의 예술 영화들이 많이 생산돼 관객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그것이 나의 바람이다”고 바람을 전하며 끊이지 않는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티브이데일리 장수정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