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배우 안재욱이 초연에 이어 또 한 번 뮤지컬 '아리랑'을 만났다. 안재욱이 털어놓은 연기에 대한, 작품에 대한 고민은 그가 '아리랑'에 가지고 있는 농도 깊은 애정을 짐작케 했다.

신시컴퍼니의 창작 뮤지컬 '아리랑'(연출 고선웅)은 지난 2015년 무대에서 첫 선을 보였다.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아리랑'을 원작으로 한 스토리, 고선웅 연출가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에서부터 공연계의 화제가 됐던 이 작품은 이제 안재욱에게 '인생 작품'과도 같은 공연이 됐다. 때문에 재공연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도 기뻐했다는 안재욱은 "내 인생에 '아리랑'이 들어온 게 아니라, '아리랑'이라는 작품에 내 이름이 껴있는 게 영광"이라며 "나이가 들어 송수익 역을 하지 못하면 감골 아버지 역이라도 맡아 무대에 서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담뿍 드러냈다.

'아리랑' 초연 이후 안재욱의 다음 행보는 올해 초 공연한 뮤지컬 '영웅'이었다. '영웅'에서는 상해에서 독립운동을 이끈 안중근 의사 역을 맡아 열연했다. 그리고 다시 만난 '아리랑'의 송수익은 민초들을 이끌며 독립운동을 펼치는 양반 출신의 의병대장이다.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인물들을 연이어 연기하다 보니, 작품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 달라졌다는 그다.

안재욱은 "2년 동안 늙은 게 가장 큰 차이"라며 너스레를 떨다가도 "초연 때는 멋모르고 무대에 올랐다면 이번에는 작품의 무게를 실감하고 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 새록새록 생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도 몸을 바쳐서 연습할 정도"라며 힘주어 말했다. "초연을 함께한 대부분의 동료 배우들이 돌아와 함께 하기에 '다 함께 잘하자'는 마음이 간절해졌다"며 무대를 향한 각오를 털어놓기도 했다. "좋은 추억, 아쉬운 기억을 다 기억하고 있으니 이번 공연에서 승화를 하면 했지, 도태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다짐도 덧붙였다.

그는 2년 만에 돌아온 공연에 대해 큰 기대감을 밝혔다. 무엇보다도 기대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란다. "김문정 음악감독의 합류로 편곡을 거친 음악들이 소름 돋게 섹시해졌다"며 "'아리랑' 하면 투박하고 거친 느낌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그런 이미지들이 편곡을 통해 세련되게 바뀌었다. 연습을 하며 설레더라"며 본 공연에 대한 기대를 여과 없이 털어놨다.

초연 당시 안재욱의 발목을 잡았던 송수익의 전라도 사투리 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그는 2년 전을 회상하며 "기본적인 사투리 억양을 전혀 모르니 대본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웠고, 처음에는 아예 작품을 고사했었다. 당시에는 전라도 사투리를 외국어 원서를 읽듯 리딩을 할 정도로 아무것도 몰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초연 무대를 겪고, 다시 참여하게 된 이번 연습에서는 고선웅 연출에게 "송수익에게 진짜로 많이 가까워졌다"는 칭찬을 듣는단다. 절로 학생이 된 것처럼 농담 섞인 연출님 칭찬에 힘이 나고, 다음날 연습이 기다려지고 공연이 기다려진다는 그다.

"배우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도쿄, LA 한복판에서 '아리랑' 공연을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해요. 교민들 계신 세계 곳곳에서 공연을 하는 게 모두의 꿈인 거죠. 해외 순방을 하며 교민들을 만나고 있는 대통령도 와서 보셔야 할 공연이에요. 우리가 잘 사는 나라가 되려면, 국가의 안정을 위해서라면 '아리랑'을 챙겨 보시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죠."


안재욱은 지난 2013년 미국 여행 도중 뇌출혈로 인해 대수술을 받았다. 생과 사를 넘나 들었던 시간, 한 달 간의 중환자실 생활은 그의 삶의 방식을 바꿔 놨다고 했다. 주어지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다는 마음가짐을 지니게 됐다는 것. "예전엔 작품이 하나 끝나면 몇 개월 쉬기도 하고, 남들보다 여유로운 걸음 덕분에 배우로서의 생활을 버텨나갈 수 있었다"던 그가 이제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고, 기회가 왔을 때 꾸준히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게 된 것도 아픔이 가져다준 축복이란다.

덕분에 드라마며 뮤지컬, 심지어는 예능프로그램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그를 만날 수 있게 됐다. "더 이상 유명해지고 싶은 마음이 없다"는 그가 최근 KBS2 '냄비받침' 등 예능에 출연한 이유도 더 늦기 전에 좋은 사람들과 추억을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고, 그리고 예능을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지니게 됐기 때문이라고.

유명세에 대한 욕심은 없어도 연기에 대한 욕심은 여전히 크다는 안재욱이다. 연기에 대한 애착이 갈수록 커지다 보니 "밀도 깊은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이는 소극장 연극을 제작하고 싶다"는 제작사로서의 꿈이 생겼고, 오랫동안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연기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다는 바람도 날로 커져간단다. 이 모든 꿈을 이루기에 앞서, 지금 안재욱이 바라는 건 '아리랑'의 성공이다.

"제 꿈은 배우로서 안재욱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남기고 죽는 거예요. 많은 관객들에게 기억되고 싶고, 객석이 가득 찬 무대 위에 서기를 바라죠. 그러기 위해 계속 재밌는 작품을 선택하기를 바라요. '아리랑'이 그런 작품이죠. 제발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안고 절실하게 인터뷰에 나선만큼, 자신이 있습니다."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제이블 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