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다시 만난 세계’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하다가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꼴이 됐다.

SBS 수목 드라마 ‘다시 만난 세계’(극본 이희명 연출 백수찬)는 21일 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을 했다. 하지만 로맨스 장르에 어울리는 소재를 가지고도 복합 장르에 대한 욕심 탓에 어느 장르도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다시 만난 세계’는 열아홉 살 청년과 같은 해 태어난 동갑 친구인 서른한 살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드라마다. 하지만 ‘다시 만난 세계’는 너무 많은 장르를 담고 있다. 죽었던 성해성(여진구)이 12년 만에 다시 돌아오는 설정부터 남다른 오감과 힘을 가지고 위험을 타파하는 등의 내용 등 판타지 요소를 가지고 있다.

더구나 ‘다시 만난 세계’는 수사물 장르까지 포함되어 있다. 해성이 죽은 당일 미술실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로 인해 해성은 살인자로 몰리게 됐다. 이후 다시 돌아온 해성은 미술실의 진범을 찾기 위해서, 그리고 자신을 죽게 만든 사람을 찾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했다. 결국 ‘다시 만난 세계’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 안에 판타지, 수사물까지 더해진 셈이다.

그간 SBS 드라마는 복합 장르를 선호해왔다. 내놓는 드라마마다 하나의 장르보다는 다양한 장르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라고 강조해 왔다. 이번 ‘다시 만난 세계’ 역시 연출을 맡은 백수찬 PD는 “판타지 로맨스 외피를 띠고 있지만 그 속은 따뜻한 휴먼로맨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다시 만난 세계’는 소재 특성상 여러 요소의 개입이 오히려 극의 몰입도를 방해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백 PD가 말한 바와 같이 ‘다시 만난 세계’는 휴먼 로맨스다. 그렇기 때문에 남녀 주인공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춰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12년 만에 돌아왔지만 언제 다시 돌아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공존하는 남녀 주인공의 감정선이 시청자들에게 먹먹함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선을 따라가던 시청자들에게 해성의 진범 찾기 이야기는 맥락을 끊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렇다고 해성이 자신을 죽인 진범을 찾는 과정, 미술실 살인 사건의 범인을 찾는 이야기가 매끄럽게 전개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로맨스와 수사물 둘 중 어느 하나도 몰입할 수 없게 만들었다.

‘다시 만난 세계’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오히려 어느 토끼도 제대로 잡지 못한 아쉬운 결과를 낳고 말았다.

[티브이데일리 신상민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 출처 =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