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배우 최병모는 '부암동 복수자들'을 통해 또 다른 행복을 얻었다. 지질하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 이병수로 분한 그는 소소했던 복자클럽의 복수만큼이나 소소한 행복을 이야기했다.

16일 종영한 케이블TV tvN 수목드라마 '부암동 복수자들'(극본 황다은·연출 권석장)은 뻔하지 않은 스토리와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으로 시청률 6%대(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오르내리며 부진하던 tvN 수목극에 날개를 달게 한 드라마였다.

최병모는 캐스팅 전부터 드라마의 대박을 예감했다고 했다. "홈 드라마만의 매력이 있지 않나. 치열하게 머리 싸움을 하는 드라마도 있지만 '부암동 복수자들'은 찜찔방에서 계란을 까먹으면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여성들이 정체성을 찾고 주체적인 모습으로 변한 모습이 멋졌다"고 감탄하기도 했다. 실제로 자신이 출연한 그 어떤 드라마보다 주변 지인들에게서 많은 연락을 받기도 했다는 최병모다.

최병모가 맡은 이병수는 정략결혼으로 비롯된 무심한 성격의 남편이면서, 목표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가릴 것 없는 얄밉고 뻔뻔하기 그지없는 사람이다. 때문에 방송 내내 시청자들에게 분노를 유발하는 인물로 갖은 욕을 먹기도 했다고.

"전에도 악역을 좀 많이 했는데 이번엔 지질한 느낌의 악역이었던 거죠. 나쁜 놈이라기보다 주변에서 볼 만한 못난 놈에 가까워요. 그래서 더 공감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댓글을 보니 '내가 저 놈 혼나는 꼴 보고 싶어서라도 드라마를 다 봐야겠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시청자들이 욕을 많이 하면 '내가 잘하고 있구나' 생각해요. 그래도 사람인지라 (그런 댓글을 보면) 기분이 좀 그래요. 그래서 요즘은 댓글을 잘 보지 않으려고 해요."


그는 '부암동 복수자들'을 보는 시청자들을 더 짜증나게 만들기 위해 더욱 뻔뻔해졌다. 이병수는 자신이 나쁜 짓을 하고 있음을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혼외자식을 데려와놓고 "내가 내 아들 데려왔는데 왜 짜증 내는 거지"라며 주변인들을 보거나, 김정혜(이요원)에게 아무 것도 모른다는 듯 "네 엄마 왜 저래"라고 말하는 것이 그 예. 최병모는 "병수는 자신이 하는 일이 나쁜 짓인지 모른다. 그러면서 보이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뻔뻔해 보이는 거다. 그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극중에서는 세상 지질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열을 올리는 캐릭터지만 실제 최병모는 그와 아주 멀단다. 그는 자신을 '소심한 사람'이라고 지칭했다. 복수를 돌려주기는 커녕, 할 생각조차 해보지 못했다고. 최병모는 "복수를 전혀 못한다. 꿈 꿔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마음에 담아뒀다가 '내가 잘못한 걸 거야' 하고 내 탓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며 자신을 설명했다.

특히 대학생 시절 이런 소심함은 극에 달했었다고. 남들이 가는 평범한 대학에 들어가 평범한 전공을 선택한 최병모는 어떠한 기회로 연극반에 들어가게 됐다. 이로 인해 그의 인생도 바뀌었다고. 최병모는 "연극반을 하면서부터 매일 집에도 안 들어가고 밤샘 작업을 하기도 했다. 어느날 슬리퍼를 끌고 도서관에 가는 길에 과 동기를 만났는데 그 친구가 내 눈을 보고 너무 반짝거린다고 했다. 이 일이 내가 행복해 하는 일이라는 것을 그때 알았다. 나는 내가 행복한 길을 찾아가야겠다 해서 연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이런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해주기 위해 '셀프 칭찬'을 해요. 갑자기 기분이 다운되는 날이 있잖아요. 그땐 아무도 나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더라도 나 혼자 분장실에 앉아서 '잘한다', '잘생겼다'고 한 마디씩 해주죠. 그게 내가 살아가는 노하우예요."


몸치에 박치에 노래라고는 할 줄 모르는 그였지만 연기를 배우고 싶어 뮤지컬 극단에도 들었다. 결국 그는 1997년도에 연극 무대에 처음 오르고, 2003년도에는 영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로 스크린에 데뷔했다. 해당 영화에서 그는 자신의 캐릭터 제갈봉을 잊을 수 없다고도 이야기했다. 최병모는 "박수무당 역할이었다. 정상적으로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중성적인 느낌을 더했다. 영화는 잘 안 됐지만, 기억에 남는 역할이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이렇게 열심히 필모를 쌓아온 그의 목표는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것. 그는 "하나하나 좋은 작품을 기다리면서 마음을 평정을 지키고 싶다. 일이 없다고 조급해지지 않겠다.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서도 "연기적으로는 언젠가 연기를 하면서 '정말 잘 놀았다'고 느낄 수 있게 되면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해줄 작품도 많이 만나고 싶다"고 웃었다.

"내가 좋아하는 연기를 오랜 시간 하는 게 큰 목표인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하면서도 부족한 점을 많이 느꼈거든요. 다른 배우 분들을 보면서 '괜히 저 사람들이 베테랑이 아니구나'라고 느꼈어요. 저는 방송을 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요 (웃음). 아직 갈길이 멀다고 생각해요. 내 연기를 매번 수정하는 것만 해도 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