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역모'로 좋은 선배님들을 얻었고, 김홍선 감독님이라는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얻었죠. 저한테는 영화, 드라마 통틀어서 첫 주연작이기 때문에 가장 기억에 오래오래 남을 것 같은 소중한 추억이죠."

2015년 여름 촬영을 마친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제작 PICSSO, 이하 '역모')가 2년 반만에 빛을 보게 됐다. '역모'는 역사 속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 김호(정해인)와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극적인 대결을 그린 리얼 무협 액션으로, 정해인의 스크린 주연작으로 큰 관심을 받았다.

이에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최근 '대세'가 된 정해인의 공이 컸다는 일각의 시선이 존재했다. 정해인은 촬영 당시엔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이었지만 최근 드라마 '당신이 잠든 사이에'를 통해 핫한 청춘스타로 떠오른 터였다. 실제로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도 수시로 오르며 일거수일투족 관심을 받은 그였다. 하지만 정해인은 "글쎄요"라며 모든 것을 "운"으로 돌렸다.

"워낙에 개봉을 하기 전까지 손봐야 할 부분이나 이것저것 준비할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늦어졌어요). 운이 맞았던 것 같아요. 이쪽 일을 하다 보니 느끼는 건 운이라는 게 진짜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시청률도 마찬가지고. 물론 실력이 바탕이 돼야 하지만 진짜 하늘의 뜻인 것 같고, 참 운이 많이 필요한 분야인 것 같아요."

인터뷰를 하기 전까지 가편집 본, 블라인드 시사,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역모'를 총 세 번 봤다는 정해인은 데뷔 초 자신의 연기를 뜯어보며 "아쉬운 부분이 많이 보였다"고 아쉬움을 털어놨다.

"액션 영화다 보니까 액션이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있어요. 전반적으로 액션이 80%를 차지하는데 '한 번만 더 합을 맞춰보고 찍었다면 리얼리티 있게 나왔을 텐데' 싶었죠. 촬영 회차가 적었어요. 35회차였고, 매일매일 액션이었고, 급하게 찍는 환경이다 보니까 어느 정도 만족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들이 있었거든요."

그럼에도 정해인은 영화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 촬영된 영화라 "개봉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며 "아무래도 영화는 후반 작업에 돈이 많이 들어가지 않느냐. 어느 정도 만족하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이 있는 거 같다"고 의연한 모습을 보인 그는 "'역모'를 하면서 배운 점이 많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반성하게 됐던 부분들도 있어요. 그때는 과감하게 시도해보고, 과감하게 했던 연기였는데 '지금은 갇혀서 못하고 있나' 그런 생각도 들고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아닐지언정 뭔가 다양하게 시도해봐야 하는데 '너무 계산하고 있지 않나' '두려움이 생겼나' '그때만큼의 패기가 준 건가' 그런 생각도 들고요.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는 어떤 좋은 계기였어요."

극중 정해인이 맡은 김호는 왕을 호위했던 내금위 사정에서 옥사를 지키는 포졸로 수직 좌천되는 인물. 연기할 때 중점을 둔 부분에 대해 정해인은 "김호가 좌천되면서 억울함도 있고 삶의 의지도 잃어버렸을 것"이라면서 "처음 왕을 호위하는 최측근의 당당하고 단단한 모습과 포졸까지 왔을 때 넝마를 입은 모습은 너무 다르다. 사람이 신분이 바뀌고 입는 옷이 편해지면 행동도 달라지지 않나. 양복을 입고서 길바닥에 편안하게 못 앉는 것처럼. 그런 차이를 두려고 노력했다"고 회상했다.

김호는 좌천 당했음에도 불구, 목숨 바쳐 영조를 지키려 한다. 정해인은 "김호가 역모 무리들을 막다 보니까 포졸에서 다시 내금위 사정으로 간 거다. 이 친구가 옷을 갈아입고 무기를 챙기며 재정비를 할 때는 포졸로서가 아니라 내금위 사정으로 다짐을 하고 가는 거다"라면서 "아마 맹목적으로 앞만 보고 폭주기관차처럼 달리다가 그 의미를 상실해 버렸을 거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원래 본업을 지키기 위해 오다 보니 그렇게까지 간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정해인은 '단순한 액션 오락 영화가 아니구나' '뭔가 시사하는 바가 있구나'를 생각하면서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면서 '역모'를 통해 하고 싶었던 메시지를 전했다. "감독님께서 '역사는 반복되고, 역사는 승자에 대한 기록이다'고 하셨는데 그 의미를 잘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면서 "역사는 기록이지만 그게 과연 한 가지 시각만으로 접근을 해서 봐야 하는 것인지, 다양한 시각으로 역사의 기록을 볼 수 있는 것인지는 저도 영화를 하면서 느꼈다"고 털어놓은 그다.

"김호가 가지고 있는 신념과 이인좌가 가지고 있는 신념이 대립을 해요. 과연 누가 옳은지, 누가 정답인지는 보시면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역모'에 악인은 없거든요. 다들 스스로 행동에 대한 정당성이 있어요. 관점을 바꿔서 보면 이인좌 입장에서는 제가 나쁜 놈인 거예요. 영화를 보시면서 혹여나 이인좌한테 연민이나 동정심을 느끼셨다면 정확하게 보신 거예요. 저도 영화를 보면서 '왜 이인좌가 불쌍하게 느껴지지?' 생각이 들었거든요. 뭔가 더 옳은 뜻을 펼치고자 했으니까요. 왕을 연기했던 선배님이 너무 악하게 연기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그동안 이 왕을 지키기 위해서 이 모든 걸 했나. 회의감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내시가 하는 대사가 있어요. '우리가 무슨 힘이 있겠나. 이 왕을 섬기면 이 왕을 섬기고 저 왕을 섬기면 저 왕을 섬기고. 너는 어느 왕을 더 섬겼냐?'는 대사가 여러 가지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을 해요."

의외였다. 왕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한 김호를 연기한 배우의 대답으로는. 이에 정해인은 "영화를 계속 보다 보니까 제 입장만 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의 입장이 보이더라. 가장 잘 보이는 게 이인좌라는 캐릭터였다"고 답했다.

"호기심인 것 같아요. 하룻밤 사이에 그런 일이 있으면 어땠을까. 아니면 왕이 칭송되고 있지만 왕한테 이런 면이 있으면 어땠을까. 혹은 인간적인 면이 있으면 어떨까. 호기심에서 시작된다고 봐요."

[티브이데일리 윤혜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