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김일란 감독과 이혁상 감독이 '두 개의 문' 이후 새로운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을 통해 손잡고 용산 참사가 낳은 또 다른 국가 폭력의 실체를 그려냈다.

15일 오후 '공동정범'(감독 김일란·제작 연분홍치마) 언론시사회가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점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혁상 김일란 감독이 참석해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공동정범'은 지난 2009년 1월 20일, 용산 참사 당시 불타는 망루에서 살아 돌아왔지만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범죄자가 돼버린 이들의 엇갈린 기억을 추적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이날 김일란 감독은 이번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에 대해 용산 참사 당시 망루 안에 갇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두 개의 문'은 경찰을 중심으로 연대민들의 목소리가 빠져서 불완전한 다큐멘터리였다"며 "제작 당시에는 당시 생존자들이 감옥에 계셨다"고 말했다. 김일란 감독은 생존자들의 기억을 통해 사망자들이 돌아간 원인과 당시 화재 원인을 밝히는 것이 영화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두 감독은 '공동정범'이 처음 기획될 당시에는 '두 개의 문'처럼 영화를 통해 용산 참사 당시의 진실을 밝히려 했고, 이에 작품의 제목 역시 '두 개의 문 2'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촬영이 진행될수록 영화가 기획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고, 결국 '공동정범'이라는 제목의 영화가 탄생했다고.

이혁상 감독은 "사실 이충연 씨를 중심으로 그날을 추적하는 다큐멘터리를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다른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팩트를 크로스 체크하는 이야기를 담으려 했다. 그러나 생존자들이 망루 안의 이야기보다 출소 이후 서로 간 감정에 대해 이야기를 털어놨다"고 밝혔다.

이어 이혁상 감독은 "점점 '대체 진상규명이 뭘까'라는 의문도 들었다. 진상규명보다 생존자들이 서로 할퀴는 상처를 만드는 모습들도 국가 폭력이 만든 또 다른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촬영을 하며 느꼈던 감정들을 고백하기도 했다. 이에 두 감독은 주인공들의 심리 상태에 주목했고, 그 점을 표현하는 것이 용산 참사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지금의 '공동정범'을 만들게 된 과정을 전했다.

김일란 감독은 생존자 갈등의 시작을 검찰 기소라고 보고 있었다. 그는 "검찰이 철거민을 기소하면서 그들에게 철저히 불리한 과정으로 재판을 진행했다. 이는 재판에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소 이후에도 철거민들이 서로 반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고 문제점을 짚었다. 이어 "이 분들의 갈등 자체가 국가 폭력의 한 형태라는 것을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공동정범'이라는 제목을 썼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혁상 감독은 "사고 이후에 사람들은 유가족을 중심에 두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존자들도 만만치 않은 상처를 가지고 계신데, 그런 점을 덜 비추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혁상 감독은 이충연 씨에 대해 "자신 역시 생존자라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고, 돌아가신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진상규명을 빨리 해야 한다며 유가족의 위치만 생각했다"며 "스스로 자신의 상처가 얼마나 깊었는지 잘 몰랐던 것 같다"고 생존자의 아픔에 대해 변호했다.


한편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남영동 경찰청 인권센터 앞에서는 용산 참사 9주년 진상규명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또한 1월 20일에는 용산 참사 9주기를 맞아 일주일 간 추모제가 열린다. 김일란 감독은 "아직도 이맘때가 되면 생존자들이 망루에서 탈출할 때 베인 손 끝이 아프다는 식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신다. 그것만으로도 용산 참사는 이 분들의 육체와 정신에 각인돼 잊혀질 수 없는 것"이라며 이 비극이 현재 진행형임을 설명했다. 이혁상 감독은 "시간이 흘러도 고통받는 분들은 여전히 계신다. 다큐멘터리를 통해 고통을 나누며 진상 규명에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오는 25일 개봉.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예고편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