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국가가 소수자, 약자에게 휘두르는 폭력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공동정범'은 용산참사라는 국가가 만든 비극이 그날의 생존자들을 얼마나 삶의 여기저기서 힘겹게 만드는지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냈다.

25일 개봉된 '공동정범'(감독 김일란·제작 연분홍치마)은 용산 참사 당시 망루 안에 있다가 특공대원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철거민 5명, 이충연 김주환 김창수 천주석 지석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2012년 개봉한 '두 개의 문'이 경찰 특공대원의 진술, 법정 재판기록, 수사기록 등을 통해 용산참사를 둘러싼 진실공방을 담아냈다면, '공동정범'은 살아 돌아온 철거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스핀오프라고 할 수 있다. 김일란 감독은 앞서 '두 개의 문'을 만들 당시 미완성의 영화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당시 망루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말해줄 수 있는 사람들은 세상을 떠났거나 감옥에 가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공동정범'은 생존자들의 기억을 통해 용산참사를 재구성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됐다.

영화는 철거민들의 현재와 그들의 내면에 주목한다. "거긴 작은 감옥, 나오니까 큰 감옥"라는 천주석 씨의 말처럼 그들은 여전히 하루하루 고통 속에 보내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가끔씩 그날의 환청이 들린다고 호소하고, 어떤 이는 그날 이후 건강을 잃고 먹고살 길이 막혔다고 한다. 고통은 외로움으로 번지고, 외로움은 섭섭함과 자책으로 이어진다. 이충연 씨는 "그날 망루에서 왜 홀로 먼저 나왔을까"라며 자신의 생존에 대한 한탄까지 내뱉는다. 이처럼 용산참사의 고통은 철거민들이 자신의 고통을 돌아보지 못하게 하며 다양한 형태로 그들을 좀먹고 있었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철거민들의 트라우마뿐만 아니라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이충연 전 용산 4구역 철거민 대책위원장과 연대 철거민 4인의 갈등이 부각된다. 이들은 당시 망루 안에서 먼저 살려고 탈출하는 앞사람을 밀쳤다, 아무 이유도 모르고 망루로 올라가게 됐다, 누군가 연대를 못하게 막고 있는 것 같다는 등 서로에 대한 원망을 내뱉는다.

그리고 엔딩에 이르러서 철거민들이 원망을 토로할 대상을 잃고 서로를 할퀴고 상처를 만드는 것이 국가폭력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임을 시사한다. 국가는 용산참사 당시 화재 원인에 대해 정확한 조사 없이 이들을 공동정범으로 묶어버렸다. 그러면서 당시 수사 기록을 은폐하고 재판을 철거민들에게 철저히 불리하게 몰고 갔다. 억울한 상황 속에 이들은 서로에 대한 말 못 할 오해와 외로움을 쌓았다. 그리고 이것은 곧 철거민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를 잃고 반목하게 만드는 원인이 됐다.

지난 20일 용산참사 9주기 추모제가 열렸다. 긴 시간이 흐르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용산참사는 희미해져가고 있다. 그러나 불타는 망루에서 살아 돌아온 자들에게 그날의 상처는 현재진행형이다. '공동정범'은 자신을 자책하기도 하고, 서로를 원망하며 여러 갈래로 형태로 덧난 철거민들의 상처를 비추며 관객들에게 용산참사가 잊지 말아야할 기억임을 시사한다.

[티브이데일리 공미나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영화 '공동정범' 포스터,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