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여성 인디 듀오 스웨덴세탁소(최인영 왕세윤)는 ‘치유’라는 코드 안에서 음악을 만들어 잔잔한 감동을 주는 그룹으로 통한다. ‘우리가 있던 시간’ ‘두 손, 너에게’ ‘다시, 봄’ ‘로맨틱 위시’ ‘목소리’ 등이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수면 위로 떠올랐고, 최근 몇 년 새에는 발표 곡들이 차트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는 그룹이기도 했다.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인 볼빨간사춘기가 방송을 통해 얼굴을 알릴 때, 스웨덴세탁소는 콘서트나 페스티벌을 위주로 활동을 펼치며 매니아 팬들을 만났다 이에 스웨덴세탁소라는 그룹은 소위 말하는 ‘나만 아는 그룹’에 가까웠다.

지난 2012년 데뷔, 올해로 7년차가 됐지만 이들은 지금의 활동 방향에 굉장히 만족했다. 최인영은 “꿈이 처음부터 연예인이거나 했으면 욕심이 날 텐데 나는 원래 꿈이 작곡가였다. 나서는 것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다”라며 방송 욕심이 크게 없다고 했다.

왕세윤 역시 “나는 꿈이 힙합 프로듀서였다. 둘 다 방송 욕심이 없다. 음악 작업을 하며 자유로울 수도 있는 지금이 좋다”라고 했고, 최인영은 “앨범과 콘서트에 더 집중하고 싶다. 이런 면이 둘이 맞아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이라도 방송에 욕심이 있었다면 힘들었을 것 같다”라고 거들었다.

가족들도 두 사람의 선택을 존중했다. 왕세윤은 “처음 시작할 때 부모님께 나는 그런 연예인이 아닌, 음악 하는 사람이라고 말씀을 드렸더니 전혀 기대가 없으시다”라며 웃어 보였다.

최인영은 “우리 집에서는 방송에 나오면 좋아하고, 신기해하시기는 했다. 데뷔를 했는데 TV에는 안 나오느냐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그런데 그건 인디신에 대한 이해가 크지 않으셨을 때였다. 지금은 나보다 더 많이 아신다. 우리 소식도 더 잘 아시는 것 같다”며 고마워했다.

더불어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간혹 가다가 TV 출연을 못해 안쓰러워하시는 분들이 있더라. 그럴 때 굳이 말씀드리기도 뭐하고 해서 넘어갔는데 이번 기회로 말씀드릴 수 있어 좋다”며 만족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워하는 이들을 위해 그룹 소개는 직접 했다. “스물아홉 동갑내기로 대구에서 함께 대학을 다닌 친구사이”라고 운을 뗀 최인영은 “학교에서부터 친하게 지냈다. 졸업 후 같은 과 친구들은 다 취업을 했는데 우리만 백수였다.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서 같이 작업을 하다가 되게 자연스럽게 팀이 됐다”고 말했다.

이름은 우연히 탄생했다고 했다. 최인영은 “엄청난 뜻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웃어 보인 후 “그냥 친구들이랑 놀고 있는데 한 친구가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고 했다. 놀다가 혼자 가는 게 아쉬웠는지 ‘스웨덴에 있는 세탁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 매일 노는 느낌일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스웨덴의 세탁소는 빨래 향이 나는 예쁜 곳일 것 같고 어감도 예뻐 이름으로 쓰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출이 많지는 않지만, 연예계에 발을 들이며 삶이 확 달라졌다고 했다. 특히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과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했다. 왕세윤은 “같이 지내던 친구 한 명이 더 있었다. 요즘 생각하는 게 그 친구가 만약 취업을 안 했더라면 스웨덴세탁소가 3인조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라며 “물론 그 친구들도 지금 다 잘 됐다. 광고 음악을 만드는 친구도 있고 대기업에서 음향 연구를 하는 친구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직장인은 아니라 더 자유로운 건 있다. 친구들은 8시쯤 되면 피곤하다고 한다. 같이 여행을 가도 그 시간 즈음이면 들어가자고 하더라. 그래서 직장인들을 되게 존경한다”고 치켜세웠다.

그렇다고 씀씀이에 차이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최인영은 “월급제는 아니지만 한꺼번에 돈을 받는다. 그런데 쓰는 건 비슷하다. 우리가 소비 수준이 없는 것인지 먹는데 밖에 돈을 안 쓴다. 대신 엄청 많이 먹는다”라고 말했다. 왕세윤은 “여행을 가는데도 많이 쓰는 것 같다. 그런데 사실 경제 개념은 별로 없다. 우린 아직 신용카드도 없다”며 웃어 보였다.

물론, 오는 7월 ‘대형 소비’를 앞두고 있기는 했다. 데뷔 전부터 줄곧 같이 살아왔다는 두 사람은 서로에게서의 ‘독립’을 준비 중이다. 최인영은 “6년을 함께 살았는데 이번에 각자의 공간을 갖기로 했다”고 말했다.



함께 지낸 6년은 짧은 시간이 아니엇다. 대학 시절까지 더하면 두 사람은 10년을 함께했다. 이는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라고 자신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이기도 했다. 여기에는 ‘연애’ 이야기도 포함됐다. 왕세윤은 “내가 스무 살 때부터 인영이의 눈물을 다 봤다. 그때마다 술도 마셔주고 했다”라고 털어놨다.

최인영의 이 눈물은 스웨덴세탁소 음악의 소재 중 하나가 됐다. 최인영은 “(작사한 곡이) 100% 내 이야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겪은 감정들이 들어가 있기는 하다. 안 겪고는 알 수 없지 않나”라고 했다.

다만 왕세윤은 “그런데 솔직한 생각은 그렇다. 우리가 공개하는 곡들에 대해 들어주시는 분들이 경험담인지, 혹은 꾸며낸 것인지를 모르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최인영 역시 “마찬가지다. 듣는 사람에게 판단을 맡기고 싶다”라며 “보통 우리 음악을 찾아 들어주시는 분들은 음악이 성별을 지칭하지 않아 공감이 더 간다고 하시더라. 남녀를 떠나 우리 노래를 반려동물한테 이입하는 분들도 있었다”라며 “듣는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로 여기고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마음은 이들이 지난달 30일 발매한 새 미니앨범 ‘우리집’에도 담겼다. 타이틀곡 ‘장면’과 선공개곡 ‘바람’을 포함, 총 6곡을 담아낸 이 앨범에 대해 두 사람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으며, 듣고 공감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앨범은 지난 2016년 10월 낸 정규앨범 ‘마음’ 이후 1년 6개월여 만에 낸 앨범이다. 오랜만에 낸 앨범이지만 활동 계획은 깔끔했다. 오는 28일 단독 콘서트를 앞두고 있으며, 기타 계획된 무대들에 오를 예정이다.

최인영은 “단독 콘서트를 잘 마치고 싶다는 게 첫 번째 목표다. 올해의 목료를 묻는다면 캐럴 앨범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왕세연은 “활동을 마치고 이사까지도 마친 후에는 뉴욕 여행을 갈 것 같다. 루사이트 토끼라는 여성 듀오의 시조새 같은 언니들이 있는데 그 언니들이 뉴욕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보러 가야할 것 같다”며 웃었다.

[티브이데일리 김지하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제공=쇼파르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