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방송 스태프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을 개선키 위해 뭉쳤다.

민주노총서울본부 더불어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방송스태프지부(이하 방송스태프노조)는 4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식을 가졌다.

방송스태프노조는 이날 출범식에서 "1시간 분량의 드라마 한편을 제작하기 위해 방송스태프들은 하루 20시간 이상씩 3,4일 동안 살인적인 노동을 이어간다. 한류열풍이라는 미디어 콘텐츠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고, 시청자들에게 양질의 방송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카메라 뒤에서 묵묵히 일해 온 방송제작 스태프 노동자들은 그동안 무한정 노동을 강요하는 노예계약과 노동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상파를 포함한 대부분의 방송사들은 비용절감을 내세우며 방송제작의 많은 영역을 외주화하고, 꿈과 자부심으로 일해 온 방송스태프 노동자들을 계약직ㆍ간접고용 비정규직ㆍ프리랜서 등으로 소진시켜 왔다. 현재 드라마 제작현장의 경우 일명 '턴키 계약'이라 불리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 개인도급 등의 고용 형태로 연출팀ㆍ미술팀ㆍ조명팀ㆍ촬영팀ㆍ음향ㆍ방송장비 등 모든 영역에서 90%이상 외주화 돼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방송스태프노조는 "이 과정에서 방송제작 스태프 노동자들은 적정한 근로계약과 임금산정 기준도 없이 '갑'이 주는 대로 받을 수밖에 없고, 방송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은 '을'이 떠안아야 하는 불합리한 계약관행 아래 모멸감과 분노를 참을 수밖에 없었다"며 "무엇보다도 방송제작현장의 가장 비인간적인 행태는 생방송을 방불케 하는 제작현장에서 하루 20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제대로 쉴 수 있는 권리인 휴게시간ㆍ점심시간조차 보장되지 않고 심지어 잠잘 수 있는 권리인 수면권 마저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며, 이에 우리는 비참함을 금할 수 없다"고 호소했다.

이들은 "불합리한 고용관계 속에 방송제작 현장은 남성중심 문화와 군대식 조직문화가 만연돼 있어 여성노동자를 비롯한 방송스태프들이 일상적인 욕설과 폭력상황에 노출되어 있는 등 상시적인 인권침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며 "불합리한 계약관행과 비인간적인 방송제작 시스템으로 인해 전문성과 창의성은 외면당한 채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는 저임금ㆍ불안정고용 노동자로 전락한 현실을 바꿔나가기 위해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밝혔다.

방송스태프노조 측은 향후 비인간적인 방송제작현장을 인간의 존엄과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가 존중되는 현장으로 바꾸기 위한 직접 행동을 강조하며 노동부ㆍ과기부ㆍ문체부ㆍ방송통신위원회 등 정부 관련부처와 지상파를 비롯한 방송사, 거대 외주제작사에 노동시간 및 수당, 근로계약서 작성 등의 8가지 권리를 요구했다.

한국 방송 스태프들의 열악한 노동 환경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2016년 12월 케이블TV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이한성 PD가 고강도 노동과 업무 스트레스 속에 세상을 떠났고, 지난해 7월에는 EBS 교양 프로그램 '다큐프라임-야수와 방주'의 박환성, 김광일 PD가 빠듯한 제작 환경 속에 밤에 장거리 운전을 감행하며 교통사고로 숨졌다. 지난해 말에는 tvN 드라마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세트 작업 중 추락해 하반신 마비 사고를 당했다. 또 올해 초 'KBS 구성작가협의회' 홈페이지에는 SBS 교양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 작가들이 24시간 노동에 시달린다는 고발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다음은 방송스태프노조가 공표한 '노동자들의 인간으로서 존중받을 최소한의 권리 요구' 조항이다.

1. 살인적인 초과노동을 중단하고 노동시간을 단축하라

2. 노동자로서 정당한 임금과 초과 노동수당을 지급하라

3. 점심시간ㆍ휴게시간을 보장하고 안정적인 식사를 제공하라

4. 하루 8시간 수면권을 보장하라

5. 야간촬영 종료 시 교통비ㆍ숙박비를 지급하라

6. 불공정한 도급계약 관행을 타파하고 노동인권을 존중하라

7. 근로시간과 그에 따른 적정 임금이 명기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라

8. 모든 방송제작 스태프들에 대한 차별금지와 인권을 존중하라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ialy.co.kr / 사진=안성후 기자, tvN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