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배우 김병철에게는 여러가지 이름이 있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부터 '도깨비'를 거쳐 '미스터 션샤인'까지. 쉼 없이 수십 가지 이름으로 살아온 그지만, 여전히 다른 이름을 갈구하고 있다.

김병철은 2016년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누리꾼들의 관심을 받으며 박병수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당시 그는 극 중 '우럭 닮은 그 양반'이라는 별명으로 활약하며 깨알같은 재미를 선사했다. 이후 2017년 드라마 '도깨비'에서 절대 악역 박중헌으로 다시 눈도장을 찍었다. 특히 대사 중 하나였던 "파국이다"는 온라인에서 큰 인기를 모으며 김병철에게 '파국이다 아저씨'라는 별명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그리고 2018년 김병철에게 또 하나의 이름이 생겼다. '미스터 션샤인' 속 캐릭터 일식이가 바로 그것이다. '미스터 션샤인'은 신미양요(1871년) 때 군함에 승선해 미국에 떨어진 한 소년이 미국 군인 신분으로 자신을 버린 조국인 조선으로 돌아와 주둔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드라마로 지난달 30일 인기리에 종영했다.

김병철이 연기한 일식은 한때 최고의 추노꾼이었으나 노비제가 폐지되며 전당포 '해드리오'를 개업해 주인공들을 조금씩 돕는 인물이다. 방송 말미 그는 결국 고애신(김태리)를 도와 의병이 되며 강렬한 여운을 남겼다. 김병철에게 일식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역할이었다. 그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일식이는 추노꾼이었다. 추노꾼이라는 게 도망간 사람을 잡아다가 노예 생활을 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긍정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그러던 사람이 '해드리오'를 만들고, 나중에는 의병 활동에 가담한다. 입체적으로 선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어서 기뻤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물론 그에게 '미스터 션샤인'은 이름뿐만 아니라 다양한 배우들과 호흡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작품이기도 하다. 유진 초이의 배우 이병헌을 비롯해 고애신 역의 김태리, 김희성 역의 변요한, 쿠도 히나 역의 김민정까지. 김병철은 "다들 너무 팬이었다. 함께 연기하는 게 행복했다"고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기쁜 마음을 표현했다. 그러나 구동매 역의 유연석에 대해서는 "한 번도 못 만났다. 방송을 보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는 인물이었다"고 장난스러운 속상함을 토로한 김병철이다.

또 작품과 별개로 얻게 된 별명인 '닮은꼴 배우' 조우진과의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함께 연기했던 '도깨비'에서부터 닮은 꼴로 누리꾼 사이에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는 동료 배우 조우진에 대해 "어떤 순간 보면 머리 스타일이 비슷하고, 어떤 순간 표정이 비슷하다는 느낌 받을 때 있다"며 "개인적으론 조우진 씨가 더 잘생겼다고 생각한다. 내가 덕을 본 거다. 그걸 통해서 나라는 연기자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거 아니냐"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잘 보시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고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기도 했다.

사실, '미스터 션샤인'의 일식은 드라마 '태양의 후예', '도깨비'에 이어 김은숙 이응복과 함께 얻은 세 번째 이름이다. 그러다 보니 '김은숙 이응복 사단'이라는 별명까지도 생겼다. 그는 이에 대해 "작가님의 대본으로 연기를 하는 건 어떤 연기자라도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사단이라는 말은 가당치도 않다. 나는 그저 즐거운 작업을 하고 싶은 연기자다"며 "두 사람의 작품을 보면 처음 보는 동료 연기자들이 쉽게 시청자들에게 눈에 띄는 편이다. 대본이 그럴 수 있는 환경이 돼주는 것 같다. 함께 작업을 했다는 그것 자체가 그런 수식어를 들을 수 있게 한 가장 큰 이유인 것 같다"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김병철은 앞서 언급된 세 별명뿐만 아니라 꾸준히 드라마, 영화 출연하며 여러 이름을 천천히 쌓아왔다. 김병철은 최근 3년여 동안 영화 '미쓰 와이프' '무수단 '1급 기밀' '덕구', 드라마 '쇼핑왕 루이' '터널' '군주' 등 작품을 선보이며 대중 앞에 자주 얼굴을 드러내 왔다. 그에게는 수십 개의 이름이 생겼고, 시청자들에게 그의 존재를 천천히 각인시켜왔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이름을 가지고서도 그는 그저 그였다. 이전의 캐릭터를 뛰어넘고 싶지도, 어떤 수식어로 지정돼서 불리고 싶지도 않단다. 김병철은 "이전의 캐릭터를 뛰어넘어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다. 모든 인물들은 다른 면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면들이 잘 표현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박병수와 박중원은 다른 인물이었고, 일식이도 마찬가지다. 그것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런 김병철은 여전히 다른 이름을 얻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멜로, 액션, 공포, 시트콤 등을 언급하며 연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김병철은 "전형적인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며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서 웃길 능력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캐릭터로서는 가능할 것 같다. 그런 방식으로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드리고 싶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미스터 션샤인' 종영 직후지만 김병철은 다시 달린다.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JTBC 새 드라마 '스카이 캐슬'(극본 유현미·연출 조현탁) 합류 소식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남다른 승부욕으로 공부에 올인한 그는 극단적인 이기주의를 가슴속에 감춘 채, 겉으로는 정의와 행복을 입에 달고 사는 달변가 차민혁 역으로서 빠르게 시청자들을 다시 만날 예정이다. 추노꾼이었던 의병 일식에서 로스쿨 교수이자 아이의 아빠가 된 김병철의 새로운 이름이 기대된다.

"큰 목표를 잡지는 않아요. 그냥 지금에 집중하고 연기로 관객과 잘 소통할 수 있게 하려고 하는 게 대부분이죠. 해왔던 작업들이 대부분 그래요. 만약 큰 그림을 그리고 연기를 했다면 좀 힘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희망찬 미래를 그렸는데 실제로는 그렇게 잘 안 되는 경우가 더 많잖아요 (웃음). 지금 하는 것들을 시청자들과 잘 소통할 수 있게 연기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도 이렇게 현재에 충실하며 연기하는 게 목표라면 목표예요."

[티브이데일리 노한솔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