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진정한 가족의 의미에 대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를 통해 6년 만에 복귀한 이나영은 짙은 감정 연기로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무게를 더한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수영강변대로에 위치한 영화의 전당에서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뷰티풀 데이즈'(감독 윤재호·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윤재호 감독을 비롯해 이나영 장동윤 오광록 이유준 서현우가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뷰티풀 데이즈'는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 영화로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와 그런 엄마를 미워하던 아들의 재회를 그린 영화다.

비극적인 사건을 겪었음에도 삶에 지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엄마 역은 이나영이 맡았고, 그런 엄마를 14년 만에 마주하며 정체성의 혼란을 느끼는 청년 젠첸 역은 장동윤이 연기했다. 영화는 탈북 여성인 엄마의 참혹한 실상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엄마와 젠첸 사이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변화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되새긴다.

엄마의 삶과 감정 묘사가 중요한 작품인 만큼, 윤재호 감독은 이나영을 캐스팅하기까지 심혈을 기울였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굉장히 신중을 기해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나영 씨가 시나리오를 보고 흔쾌히 만나자고 해서 그때부터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이나영 씨의 전 작품들을 보면서 내가 찾고 있던 엄마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면서 "엄마이면서도 젊은 여인인 엄마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윤 감독은 이나영이 가지고 있는 짙은 분위기를 최대한 살려 엄마를 표현하고자 했다. 그는 "같이 촬영을 하면서 이나영의 내면이 드러나는 모습들, 언어로 표현될 수는 없지만 분위기로 전달할 수 있는 메시지를 위해 많은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의도를 이나영이 정확하게 파악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이나영 씨가 준비를 굉장히 많이 해줬다. 언어 공부도 많이 하고, 짧은 시간 안에 찍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잘 해주셨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실제로 '뷰티풀 데이즈'는 가슴 아픈 현실을 조명한다는 주제 의식 외에도 '하울링(감독 유하·제작 오퍼스픽쳐스)' 이후 이나영의 6년 만의 복귀작으로 크게 주목 받고 있다. 이나영은 공백기가 길었던 점에 대해 "내가 할 수 있고, 하고 싶고, 조금은 자신있게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다가 본의 아니게 시간이 길어졌던 것 같다"면서 "공백기 동안 항상 영화와 연기를 항상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나영은 '뷰티풀 데이즈'에서 펼치는 심도 있는 감정 연기에 대해 언급하며 "단순히 엄마라는 이미지로 생각하지 않고, 어릴 때부터 캐릭터가 처했던 상황과 이를 겪어내면서 누적된 감정들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화는 '뷰티풀 데이즈'라는 제목과는 달리 탈북 여성의 가슴 아픈 삶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에 대해 윤 감독은 '희망'을 강조했다. 그는 "원래 제목은 '엄마'였다. 영화를 편집하고 만들기 시작하면서 '뷰티풀 데이즈'라는 아이러니한 제목이 더 좋았다. 제목은 희망을 표현하기도 하고, 그런 날이 올 것인가 하는 기대감과 설렘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감독은 "반면에 영화에서 나오는 엄마의 이야기는 제목과는 정반대다. 아이러니한 제목이 좋았다. 엔딩에서 희망적인 모습이 보여지면서 이야기가 이제 시작될 것 같은 느낌으로 기획했다"고 밝혔다.

'뷰티풀 데이즈'를 통해 윤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했다. 참혹하고 괴로운 인생에서 종국에는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윤 감독은 "가족에 대한 의미, 이별에 대한 의미, 또 다시 재회한다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며 영화가 수많은 사람들에게 유의미한 작품이 되길 바랐다. '뷰티풀 데이즈'는 오는 11월 개봉한다.

[부산=티브이데일리 김수영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