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장률 감독은 영화 '경주'에 이어 또 하나의 지역에 담긴 이야기를 탄생시켰다. 이번에도 주인공은 박해일이다. 전북 군산을 배경으로 한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에는 다양한 갈등에 대한 장률 감독의 시선을 세밀하게 담겨 있다.

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 초청작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감독 장률·제작 률필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남동철 프로그래머, 장률 감독, 배우 박해일이 참석했다.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오랜 지인이던 남녀가 갑자기 함께 떠난 군산 여행에서 맞닥뜨리는 인물과 소소한 사건들을 통해 남녀 감정의 미묘한 드라마를 세밀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주인공 윤영 역은 박해일이, 그와 군산 여행을 함께하는 송현 역은 문소리가 맡았다.

영화에는 여러 차례 거위가 등장한다. 주인공 윤영의 아버지는 거위를 윤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한 영화의 하이라이트에는 당나라 낙빈왕이 지은 시 '영아(咏鹅)'가 삽입된다. 하지만 장률 감독은 "'거위'가 이 영화의 상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화교 학교를 2년 간 다닌 윤영의 삶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중국 어린 아이들까지 잘 알고 있는 시 '영아'를 택했다는 게 장률 감독의 설명이다. 장률 감독은 "박해일이 그 시를 읊으면 재미있고 웃길 것 같더라. 그 시와 해일 씨가 딱 맞아떨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오히려 영화의 주인공이 되는 건 곳곳에서 드러나는 조선족, 일제강점기의 흔적, 자폐증 등의 소재다. 장률 감독은 이런 소재들을 일상 속 디테일한 부분으로 그려냈다.

특히 연변 출신인 장률 감독은 "조선족 이야기는 제가 그쪽 출신이기 때문이다. 일상에서도 저는 그런 정서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연변 출신으로서 한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일상의 디테일한 부분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자폐증을 가진 민박집 딸과 소통하는 윤영의 이야기에 대해서는 "자폐증을 가진 사람들이 누구보다 더 소통을 갈망한다. 그런데 소통의 통로가 막힌 것"이라며 "윤영이 그와 소통을 하면서 위로가 돼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폐증을 조금씩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걸 극복해나가면서 살고 있다. 그 역할이 특정적으로 자폐증이라고 설정돼있지만, 작품 속 모든 캐릭터들이 소통의 통로를 찾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는다"고 그 의미를 확장시켰다.

다만 장률 감독은 사회 속 여러 갈등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지는 않다. 그는 "해답은 모른다. 영화 감독은 삶에서 궁금한 부분을 찾아가는 것"이라며 영화를 통해 질문을 던지는 감독의 자세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해일 또한 장률 감독의 이러한 태도에 신뢰를 보냈다. 그는 "한번도 감독님의 작품을 해석하려 하지 않았다. 해석하려고 해도 명쾌한 지점으로 다가오는 게 없더라"며 "현장에서 감독님 말에 잘 귀 기울여서 카메라 앞에서 공기를 느껴보고,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으로 작업해왔다"고 이야기했다.

여러 차례 함께 작업해온 두 사람인 만큼, 신뢰와 애정이 느껴졌다. 특히 장률 감독은 박해일에 대해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은 많다. 그 중 어떤 배우들은 잘하는 방향이 오직 하나다. 그런데 박해일은 방향이 많다. 가능성이 다양하다"고 극찬했다. 이어 "세상을 바라보면 볼수록 잘 모르겠는데, 이런 시각을 박해일이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잔잔하지만, 깊은 여운을 남기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는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다. 장률 감독과 박해일이 맞춘 환상의 호흡이 관객들에게도 진정성 있게 전달될 수 있을지 기대가 모아진다. 오는 11월 8일 개봉.

[부산=티브이데일리 오지원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송선미 기자,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 포스터]